직관이 가려버린 존재와 비존재

♬Eumir Deodato | Love Island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에 어떤 특징이 더 유용하게 적용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다윈은 간섭하지 말라고 특별히 강력하게 경고한다. 그가 보기에 위험한 것은 인간의 눈에서 비롯된 오류 가능성,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188p

그들은 직관이 가려버린 사실들 가운데 가장 어안이 벙벙한 예들을 제시했다. 새들이 공룡이라는 사실. 버섯은 식물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사실은 동물과 훨씬 가깝다는 사실. … … 폐어와 소는 둘 다 호흡을 하게 해주는 폐와 유사한 기관이 있지만 연어에게는 없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다. 연어는? 유감스럽게도 후두개가 없다. 그리고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보다는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238~239p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우리가 '어류'라고 인식하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와 물고기 간에는 '어류'라고 통칭할 수 있는 생물학적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간 알고 있었던 '어류', 그 실체 없는 분류는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해 왔던가.

의문을 떠올릴 필요조차 못 느낀, 자연의 절대적 질서.

"포유류는 포유류고, 어류는 어류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나?"

누군가(?)의 분류로, 그렇게 세워진 질서로, 질서에 순응하며 형성된 직관으로,

우리는 서로의 공통 개념을 공유한다.

그 공통 개념을 통해 우리는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와 질서가 주는 안락함을 느낀다.

이처럼 직관의 힘은, 막강하다.

흡사 사람이 직관을 지배하는 게 아닌, 직관에 사람이 지배당하는 듯하다.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관을 뒤흔드는 하나의 예다,

이 한 번의 흔들림이 사소한 사건이 아닌 것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또 다른 직관에까지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내 직관은 어디까지가 맞고, 틀린가?

물고기들을, 다른 눈으로 보도록 시도해 본다.

식물들을, 다른 눈으로 보도록 시도해 본다.

방의 물건들을, 다른 눈으로 보도록 시도해 본다.

주변 사람들을, 다른 눈으로 보도록 시도해 본다.

... ...

이 여정에는 끝이 없고,

끝없는 여정을 계속하다 보면 알게 된다.

모든 게 '가능성' 임을.

직관이 유동적인 가능성이라면

질서는, 지배 구조는, 원인 제공자는, 원인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 지점에서 발견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던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존재하지 않음으로

더 많은 존재를 발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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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mir Deodato | Love Is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