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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알고 싶다면, '벽'부터 허무는 게 우선이다.

♬Alanis Morissette | You Learn

by 로제

나는 '인간이라면 이럴 거야' 하는 것, 즉 이 책의 서두에서 말한 '상식'이 궁극적인 보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이하게 신을 끌어들이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일원론적인 신을 끌어들이면 어느 방향으로 갈 때는 참으로 편합니다. 옳으니 그르니 따지지 않고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까요.

-요로 다케시, '바보의 벽'



요즘의 젊은이들을 보면 정말이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공통 이해'를 요구받는 것과 동시에 의미 불명의 '개성'을 강요받는 모순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비롯한 조직은 철저히 '공통 이해'를 강요하면서도 입으로는 개성을 발휘하라고 외칩니다.

-49p


무의식 상태라도 신체는 계속 움직입니다. 심장이 움직이고, 유전자는 세포를 복제하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그러니 무의식도 여러분의 인생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그런 시간을 자신의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누워서 쉰다고만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121p


'당신이 아무리 백 퍼센트 옳다고 주장해도, 자는 동안의 자신의 의견은 그 백 퍼센트에 반영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3분의 1은 틀릴 수도 있습니다. 확실히 옳은 것은 67퍼센트예요. 자신이 하는 말도 백 퍼센트 옳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실수를 고려할 때 그중 50퍼센트는 틀릴 수 있습니다.'

-196p



바보의 벽이란 무엇인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음에도 '안다'고 착각하여, 자신의 앎에서 벗어나는 정보에 벽을 세워 버리는 것이다.


시대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지성과 문명은 발달해왔건만,

'바보의 벽'은 무너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견고해지는 듯하니

왜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저자가 제시한 '바보의 벽'에 부딪히는 사례들을 접하자니

우리가 바보가 되는 것은 도리어 너무 똑똑해진 탓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똑똑하다는 것은 실제 똑똑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헛똑똑이'에 해당한다.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점차 높아지고

기술의 진보로 인해 실물로 접촉하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정보들이 많아지니,


굳이 몸으로 경험하지 않고서도 머릿속 인지 활동만으로

'안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헛똑똑이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가 현대 사회를 고도로 의식화된 사회라 하여 '뇌화 사회'라 칭하는 것처럼

뇌의 작용을 통한 개념적 앎이 체득을 통한 진짜 앎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머릿속으로 아는 것과 체험으로 아는 것은 다르다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음에도,

정작 상식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으니

어느 누구에게 상식에서 벗어났다고 욕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다방면에 지식이 있고, 경험이 많다 한들

모든 타인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을 했으므로

내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이럴 거야'하는 상식이

궁극적인 보편성이라 했는데,


과연 '나'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접근하며

이해를 시도하려 했던 경우가 얼마나 있었던 것일까,


내가 배우고 익히는 목적을 나의 안위를 위해서만이 아닌

인류 보편의 이해에 두었던 때가 얼마나 있었던 것일까.


자신이 바보일 수 있음을 잊지 않는 것,

이게 바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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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is Morissette | You Le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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