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an Baez | There But for Fortune
경계에서 경계 안팎을 조망하는 것은 혜택을 알아차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가장자리를 보았기에 시야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내밀려져 응축된 상황에서 움츠려있기보다 잠재력을 실력으로 바꾼다면, 경계를 넓혀 내가 연결된 모두의 세상까지 확장하는 발산을 일궈낼 것이다.
-안희경, '인간 차별'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젊기에 오직 저들만이 받는 혜택보다 내는 건강보험료가 더 많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런 사실은 외면받는다. 그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저들도 우리의 생산과 소비를 함께 지탱하는데, 나부끼는 깃발에 휘둘려 혐오 감정을 끌어올리는 우리는 누구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것일까?
-154p
이미 '일반고'라는 명칭이 생겼을 만큼 차등적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교육환경이다. 그 경쟁 구도에서 미국이든 한국이든 약자도 '노오력'에 따라 계층을 이동할 사다리가 징검다리만큼이나마 띄엄띄엄하게라도 놓여야 내일의 불평등이 견고해지는 걸 조금이라도 막지 않을까?
-201p
살아가면서 차별을 겪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소위 상류층에 속한 사람은 온갖 혜택을 누리느라 차별이 뭔지도 모를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역차별 현상이라는 게 있고, 드러나기 힘든 내부 관계, 곧 가족이나 같은 상류층 내에서도 어떤 차별 행위가 벌어질지는 모를 일이다.
스스로 마이너리티에 속한 사람이라 여겨오며 살아왔고,
상류층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가졌던 시간이 길었던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건 놀랄 만한 변화였다.
하나의 편견이 무너지니 다른 방면으로도 무너져 내리면서 점차 자유로워지는 나를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차별로부터 벗어났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걸
[인간 차별]을 읽고 나서 다시금 깨달았다.
특히 의도치 않게 저지를 수 있는 차별까지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반'이라는 관점에 의존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을,
이 자세가 없이는 차별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없음을 잊지 않아야겠다고 느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많은 일들은 '일반'이라 정의된 범주에 속한 일반에 의해
해석되고, 질서가 형성되며, 경계가 나누어진다.
문제는 우리가 '일반'의 인식을 갖고 행동함에도
그게 차별인지 아닌지 명확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일반'이라는 게 일반이 아닌 소수에 의해 정의되고 있으며
또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으니, 어디까지가 차별이고 아닌지를 명료하게 구분하기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나가는 게 인간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의식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의식이란 건 나의 의지에 따라 딱딱하게 굳어지게 할 수도, 유연하여 물처럼 흘러가게 할 수도 있다.
어느 편에 설지, 편을 가르기보다 지워버리는 쪽에 속할지는 나의 선택이다.
다만 우리는 배제를 택할 때 나 역시 언젠가 배제당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내가 배제당해야 할 근거가 없다면, 타인이 배제당해야 할 근거는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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