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 순간을 믿어요
누군가 인연이 존재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현재를 살아가는 것.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후회 없이 사랑하는 것. 이별의 아픔에도 부정하지 않을 사랑을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사랑에 편법은 없다. 그저 사랑을 하는 수밖에.
-정한경, '안녕, 소중한 사람'
이제는 나의 서운함을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상대를 향한 나의 서운함이나 불만의 원인이 진정 상대에게 있는 것인지, 혹시 나만의 이기심으로, 또 한 번 어리석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죠.
-146p
어쩌면 우리는 설렘을 잊은 것이 아니라, 행복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설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익숙함이라는 행복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12p
오랜만에 달달한 에세이집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아주 오랜만에, 인연과 얽힌 기억들이 하나씩 되살아남을 느꼈다.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먼지 쌓인 사진첩을 꺼내 볼 때처럼.
새삼 많은 사랑이 오고 갔고, 그만큼 아파했으며, 아픔을 견디기 위해 방법을 찾아 헤맸던
나의 모습이 제3자의 시선으로 보여졌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너무도 많은 게 달라졌기 때문에, 저절로 거리감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사랑을 화두로 삼고 있는 건 여전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랑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화해왔고
지금의 모습에 이른 것일 테니.
흔히 과거를 떠올리면 자신의 모습이 서툴고, 부족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현재의 모습도 훗날 떠올리면 얼마나 서툴러 보일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은연중에 완벽을 꿈꾸고, 스스로에 대해 완벽하지 않다는 감각을 갖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모습도, 사랑도 이룰 수 없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서툰 사랑이란 게 뭘까. 나는 모르겠다.
사랑이란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지닌 최선의 모습을 끌어낸다고 생각하기에,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해나갈 뿐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단, 사랑은 나의 욕구를 채우려는 이기심과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고자 잣대를 들이미는 건 치기 어린 사랑이 아니라
그냥 치기일 뿐이다.
과거 누군가를 진실하게 사랑했다면 스스로를 서툴게, 부족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분명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을 테니.
게다가 사랑은 얼마만큼 줄 수 있느냐, 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랑을 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사랑이 되는 거니까.
그러니 사랑이 그 사람에게 가닿지 못할까 봐, 식을까 봐 마음을 닫아걸지 말고 사랑을 하자.
사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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