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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Oct 21. 2023

음악이 결부되면 추억은 특별해진다.

음악이 결부되면 추억은 특별해진다. 

음악이 특별하게 다가왔던 시점부터, 음악이 삶을 이끌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변함없이 나를 매료시키는 놀라운 연인, 음악은 

평범한 삶의 구석구석을 마술을 부리듯 특별하게 바꿔놓았다.

단지 우연히 들릴 뿐이어서, 마음이 원해서, 누군가의 소개로 인해 들을 뿐이지만

어떤 음악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함께하느냐란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그중에서도 

시간이 흘러도 재발견되는 게 아닌 오늘 처음 발견한 것처럼,

그때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음악이 있다.


내 안 깊숙이, 묵직하게 자리 잡은 음악 기억 두 토막. 


1.

roy buchannan <messiah will come again>

jeff beck <cause we've ended as lovers>, 


어렵사리 나눈 절망이 깃든 위안과 눈물. 그토록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때란 없었다. 분명하게 느꼈다. 그 음악을, 그의 마음을.

깊은 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그의 흐느낌, 그리고 LP판으로 재생되는 로이 부캐넌과 제프 벡의 음악... 

말을 하지 않아도 음악 안에서 대화를 나누었던, 나에게 있어 가장 슬프고도 로맨틱한 밤이었다. 

+이후 제프 벡의 <BLOW BY BLOW> 앨범을 샀고, 무언가에 홀린 듯 감상평을 노트에 휘갈겨 적어 내려갔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에게 홀렸던 만큼 그가 좋아하는 음악에도 홀렸던 게 아닐까? 사랑이 깃들면 내가 아닌 그 사람의 눈으로, 귀로, 몸으로, 영혼으로 경험하고 싶어 지기에.)

악기는 사람을 흉내 낸다는 걸 처음 알게 해 준 앨범. 놀라워서 듣고 또 듣고를 반복했다.


2.

led zeppelin <babe, i'm gonna leave you>


떠나갔으나 떠나지 않았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소중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면... 그런 우연을, 어떻게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너와 나는 led zeppelin의 곡 중에서 이 곡을 가장 으뜸으로 쳤다.

최애의 곡이 서로 일치함을 알게 된 순간,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지. 그리곤 자동 하이파이브!


너는 그때가 기억나는지, 혹시 나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며 그날의 기억도 희석되어 날아가버린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든다.


왜 나는 너에게, 으뜸이 될 수 없었던 걸까.. T^T

메아리치리. babe ,babe.. !  babe... !

+듣자마자 손구락이 속에서 피를 꿈틀대며 어서 줄을 튕겨달라고 야단을 쳐댔던 곡으로, 

그 이유는 기타 선율이 멜로디를 이끌며 만들어 낸 황홀한 슬픔에 있지 않을까 싶다.

황홀한 슬픔...-삶을 포기하려던 사람을 일으켰다던-sarah mclachlan <angel>도 빼놓을 수 없지만.



p.s. 이 글을 본 추억 속 당사자는 즉시 연락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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