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gar | Enigma Variations, Op. 36: Var.
존엄성은 누가 내리거나 부여한 게 아니에요. 그걸 만들어낸 사람도, 그 요구를 발전시켜온 사람도 바로 우리들 자신이에요. 삶이 포함하는 위험과 힘든 기대를 더 잘 견디게 하기 위해서죠. 즉, 특정한 종류의 불행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잣대, 기준이 되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지요.
-페터 비에리, '삶의 격'
사람의 존엄성은, 내면의 독립성이라는 것이 모래성처럼 깨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런 이해심으로부터 인간 사이의 연대감이라는 값진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99~100p
"인생에 책임을 진다는 것, 그것은 다음의 두 가지를 뜻한다네. 이해하는 것, 그리고 인정하는 것. 그런 다음에 세상을 향해 얼굴을 돌려 이렇게 외치는 거라네. 그래, 다 내가 했어! 아니, 더 좋은 건 이렇게 외치는 거야. 이 모든 것이 내 모습이야!"
-313p
잔혹 행위의 많은 부분이 상상력의 부족으로 저질러집니다. 상상력을 가로막는 것은 보복을 향한 무조건적인 갈망입니다. 사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그중 하나입니다. 국가는 이러한 원초적이고 지각없는 요구에 대항하고 사람을 공개적으로 단죄하려는 이 같은 욕망으로부터 도덕적 존엄성을 지켜낼 줄 알아야 합니다.
-350~351p
존엄성.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존재의 근간이자 불가침의 영역.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중요한 성질임을 사회 일반이 동의하고 있음에도,
자꾸만 침해되고 끝없는 논쟁을 일으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간으로서, 우리 각자가 다른 생명체에 비해 우월하다거나 대단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반대로 나약하고 모순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인간'으로서 나약하기 때문에, '존엄성'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인간이 지닌 위대함을 새롭게 발견한다.
비록 나약할지라도 더 나은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
이런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만으로 존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체 어떻게 생길 수 있었을까.
끊임없는 본능과 이성의 충돌, 아무리 열심히 관리한다 해도 찾아오고야 마는 질병,
기뻐했다가 절망했다가 쉼 없이 요동치는 감정,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
각자가 삶의 주인이건만 그 생 하나 컨트롤하기 힘들어하는 인간임에도.
어떻게 존엄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나에겐 이것이 진정 미스터리이며 놀라움이다.
그런 나약함 속에서도 인간이 어떠한 이상향을 품고 상상력을 발휘해 '존엄성'이라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실현되지 않은 가치를 발견하고,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로 받아들였음에.
그러하기에, 내겐 인간이 [상상할 수 있기에] 존엄하다.
존엄은 [상상하는 능력] 에서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모두에겐 더 많은 상상이, 이야기가, 이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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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gar | Enigma Variations, Op. 36: Var. 9. Adagio "Nimr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