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fred Minnich | Waltzing Flutes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소원. 아가씨, 자네가 원하는 것 말이야. 만일 그런 소원이 있다면 한 가지만 이루어지게 해주겠네. 그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생일 선물이야."
-무라카미 하루키X카트 멘시크, '버스데이 걸'
"아, 음, 물론이지." 노인은 말했다. "물론이야. 나는 괜찮아. 자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녀는 생각했다. 상당히 기묘한 말투다. 내가 대체 무엇을 원한다는 것인가.
-26p
"스무 살이 된 참이다." 노인은 반복해서 말했다. 그리고 마치 뭔가의 틈새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된 참이다, 라는 것은 즉 말하자면 스무 살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얘기인가?"
-31p
하지만 소원 따위,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게다가 나는 스무 살 생일에서 너무 멀리 와있어."
-57~58p
환상적인 삽화와 달리, 생각보다 슴슴한 소설이었다.
뻥튀기처럼 은근히 당기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인 할아버지가 등장하면서부터
스토리는 묘하면서도 약간은 무게감을 갖게 되는데,
이 '무게'를 잡는,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문장들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종업원에게 '자네'라는 둥, '아가씨'라는 둥 부르는 것도 그렇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뱉는 것도 그렇고.
뭐, 의미심장한 대사를 하는 것까지는 인정하겠다.
어쨌거나 소원을 이뤄주는 능력을 가진(자칭?) 보기 드문 할아버지니까.
아무튼 좀 더 마법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흥미를 더 끈 건 스토리와 대비되는 자극적인 삽화였는데
이 슴슴하고 조금은 오글거리기도 한 스토리의 맛을 살리는 데 있어
삽화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그나저나 생일 때 소원을 빌어보라는 말,
이 역시 언젠가부터 오글거리게 느껴진다..
나는 스무 살 때 어땠더라? 소원을 빌었나? 떠오르지가 않는다.
스무 살 이후에도 생일만 되면 진지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래부터 소원은 없었다는 듯
소원을 비는 것 자체를 까먹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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