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lce Pontes | Mar Português
어떤 신념 체계에도 완전히 정착할 수 없는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가 정처 없는 '숨은 의미 찾기' 끝에 지쳐 닻을 내린 곳은 자기 자신이었다.
-김한민, '페소아'
페소아를 좋아하고 그의 여행관에 동의한다면, 또 머릿속 상상만으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리스본까지 오지 않아도 자기가 있는 그곳, 즉 책상과 소파, 침대에서, 수고스럽고 비싼 여행을 온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보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88~89p
세상이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을 손에 쥐여줄 수 있음에 무지한 어린아이도, 세상은 어차피 내가 주문한 대로 나오는 법이 없다고 단정한 어른도 아니었던 페소아.
-248p
노출증과 관음증이 절묘하게 결합한 소셜 미디어의 시대에 만약 페소아가 태어났더라면, 수십 개의 아바타를 만들어 몰래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즐겼을까, 아니면 등을 돌렸을까?
-316p
복수의 자아를 창조하며 120개에 이르는 이명으로 글을 남긴 페소아.
어디까지고 가짜이고 진짜인지 판별할 수 없도록 자신이 만든 이명놀이의 판에 사람들을 끌어들인 기인.
흔히 익숙한 것에 호감을 갖게 된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이상형이란 게 있다고들 하지만,
페소아라는 미로 속에 들어와 흠뻑 빠져들게 되는 경우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페소아뿐만이 아닌
알면 알수록 낯설 뿐인 이 인물에게 열광할 수 있다는 자체가 미스터리다.
저자가 연구한 페소아의 흔적을 계속해서 좇아가지만, 알면 알수록
그는 더 알아야 할 것 투성인 인물이 되어 버리고,
나는 내가 알고 있던 나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되니.
나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
타자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페소아에게는 일상이었겠지만
불특정 다수에게까지 자신을 노출시키는 소셜 미디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겐
떠올려보기도, 시도해 보기도 쉽지 않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책을 덮고, 알쏭달쏭 한 기분에 사로잡힌 내게
페소아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나는 한 번도 되어보지 못했던 다수의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내가, 그리고 바로 네가 복수의 존재다!
우리는 하나이자 여럿이니, 자신 안에 매몰되지 마라!
모든 이들 속에 있는 너의 모습을 찾아라!
언제까지고 이 목소리가 들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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