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atles | Blackbird
자기 자신에게 너무 익숙해졌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해서, 사람들은 자신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상황이 전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자신을 증오하는 것이 자신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에밀 시오랑, '태어났음의 불편함'
거리를 두고 상상적 고통들을 멀리에서 바라보면 가장 현실적인 것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고통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그것들 없이 살아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90p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사람은, 개인에 따라 그 발달의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도발에 대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
-154p
우리는 혁신하고 뒤집어엎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존재의 겉모습을 즐기기 위해서, 세계를 천천히 청산하고 그다음에는 소리 없이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세상에 던져진 것이다.
-238p
모든 순간들이 뚜렷한 형체도 없고, 현실성도 없이, 비슷비슷해져 버렸기 때문에, 내가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은 내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았던 때이다. 즉, 내가 나의 경험들을 반추하고 있는 현재 상태 말이다.
-257p
시오랑의 글을 읽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언가를 미친 듯 휘갈겨 써 내려갔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왜 써야 했을까?
시오랑은 자신의 삶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지만, 견디며 글을 썼다. 아니, 글을 쓰며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구석구석 자신의 어둠을 파고들어감으로써, 도저히 분간이 되지 않던 것들을 낱낱이 건져올려 세밀히 바라봄으로써,
점점 어둠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어둠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의 글은 불행한 사람치고 무력해 보이지 않는다. 힘이 넘친다. 생명이 식어버린 게 아니라 뜨겁게 요동친다.
그는 차라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살아있음을 저주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생생히 '살아있는', 있는 그대로의 혼란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같았다.
한때 절망 속에 빠져 살던 내가 시오랑의 글을 만났다면, 언젠가 봤던 글귀인
'슬픈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더 슬픈 사람이다'라는 말이 가슴으로 와닿지 않았을까 싶다.
>>>
♬The Beatles | Black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