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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Dec 23. 2023

선생님께 전하는 편지

안녕하세요, 선생님.

감사한 마음을 말로 다 전하기 힘들어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의 여러 환자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그런 저에게 매 시간 집중해 주시고, 헤아려주고자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전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깊은 위안과 인간적 존중을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치료를 시작하고부터 생긴 버릇이 있다면, 힘든 순간이 올 때 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떠올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 이야기를 터놓고 나면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막혔던 감정들이 흘러나옵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해집니다. 제 자신을 포기하지 않도록, 살게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약의 효과도 있겠지만, 선생님께서 끼친 영향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약이 수면 위에 떠오르는 파동을 잠잠하게 해 줬다면, 선생님과의 인간적·치유적 만남은 수면 아래 깊숙하고도 혼탁한 공간을 맑혀주는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아직 맑혀야 할 게 많습니다.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많은 것들이 제 안에 깊숙이 고여 더럽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게 전 두렵지 않습니다. 전 깨끗한 사람이 아니며, 진실을 받아들일 용기를 선생님을 통해 얻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찾고 의지한다는 게 제겐 너무 어렵고 어색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지할 대상이 있다는 게 이토록 감격스러운 일이었네요. 의지할 대상이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눈물짓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네요.

선생님께 받은 것이 너무도 커서 사람들에게 열심히 나누어줘야겠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날 동안은 제대로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저는 제가 모순덩어리이듯이 사람들도 그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더욱 사랑하고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때론 다투고, 상처 주고, 상처받아도 사랑에 대한 믿음만큼은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상담을 받기 힘든 환경이 와도, 지금껏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얻은 이 마음을 깊이 새겨서 꺼내어 보겠습니다.

선생님, 저에게 좋은 치료자- 아니, 치유자가 되어주셔서 온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만약 꽃밭을 가꾼다면, 매일 가장 싱싱한 꽃 한 송이를 선생님께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아름다운 생각들을 갖게 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치유하시는 만큼, 아니 그보다 더 풍성히 치유받으시며 모든 슬픔도 기쁨도 축복이 되시기를 마음을 다해 염원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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