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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제 Sep 27. 2024

각자의 일은 전체에도 유익하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작자 미상 | Seikilos Epitaph


우리 각자에게 일어난 일은 전체에도 유익합니다. 이것이면 충분합니다. … 그렇지만 여기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들에 적용되는 의미보다는 더욱 보편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로마의 16대 황제이자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기록물인 '명상록'.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그는 어떻게 자기 안으로 들어가 이토록 고요한 성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일까.

하물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 소홀히 한다는 것은 태만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아우렐리우스가 기록을 남길 당시의 배경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철학에 이르게 하는 이 책은

[명상록]이라는 편안한 느낌의 제목과 달리, 힘써 연마해야 하는 인생 기술 훈련서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 또한 '인생 기술이란 춤보다 씨름에 더 가깝다'며, 책 곳곳에서 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다.


인생은 애써 노력을 기울이며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고

어떤 일이든 거부하지 않고 살아갈 때 회복되며 향상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역설적이게도 이 책 [명상록]을 보며 더 단단해졌다.



보십시오. 현재의 이 순간을 자신에게 선물로 주십시오. -170p

그래서 각자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어찌 견딜 수 있단 말인가요? -171p


이러한 구절을 비롯하여 [명상록]이 내게 준 가장 유의미한 깨달음은 순리에 대한 자각이다.

모든 일은 우주의 섭리에 따라 일어나기에, 즐거울 때든 괴로울 때든 가치 판단을 내리기보다

그저 전체를 위한 하나의 계획이라 여기며 순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훈련서라고 하나 나는 읽을수록 가벼워짐을 느꼈다.

나의 생각을 부수는 데서 오는 가벼움이었다.


아우렐리우스가 말했듯, 판단은 오직 내가 내리는 것이며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비록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해도

내가 책을 통해 얻은 전반적인 이해가 아우렐리우스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가깝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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