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심심 소읍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 Jul 04. 2021

슬픈 매미를 위한

2021.07.04

매미가 웁니다. 잠깐 비 그친 그 사이.

매미는 태어나자마자 눈 뜬 곳이 빛도 들지 않은 땅 속이었다. 5년, 저 혼자 몸을 가르고 허물을 벗고 날개를 얻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다른 몸으로 태어났더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몸 부비고 살아 저를 아빠라 부르는 포실포실한 사내아이를 보았을 테지요. 수컷 매미는 저 혼자 웁니다. 수컷 매미가 울 때 벙어리 암컷 매미는 함께 울어주지 못해요.서로 마주 울 수 없다는 건 가장 슬픈 비극이예요. 우는 당신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 말이. 매미의 여름은 그래서 한여름 밤의 꿈입니다. 매미는 된 여름 가장 뜨거울 때 열흘쯤 울다 세상을 툭 놓습니다. 철 지난 공원 나무 아래 낙엽인지 모를 날개 몇 장을 남긴 채로요.


누군가를 마중하는 일이 참 오래되었습니다. 

미뤄진 연극발표회 리허설을 위해 일요일에도 내려와주는 윤배우를 기다리는 중에 씁니다. 

곧 기차가 도착합니다.


https://youtu.be/FapBH3j6WoA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낯선 소읍에서의 7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