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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 천국일까?

한 권의 그림

글·그림 : 요시타케 신스케  I  옮김 :고향옥  I  출판사 : 주니어김영사


  자신의 사후()에 대한 할아버지의 상상을 들여다보는 어린 손자 이야기. 이번 주에 곁에 두고 함께한 한 권의 그림은 '생각'이 아닌 '상상'이라는 점, '뭉특한 상상'이 아닌 '구체적인 상상'이라는 지점들에서 여러 매력이 칸칸이 담긴 『이게 정말 천국일까?』 그림책이에요.




    저는 무교()이고, 다양한 종교에서 말하는 죽음 이야기에 관심을 열어두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천국이 있다 없다' 논쟁하는 것보다 '천국이 있다면 어떤 곳일 것 같으세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천국이 없다면 죽음 이후가 어떨 것 같으세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어요?' 각자의 믿음을 이야기하고 함께 상상해보는 것을 좋아해요.


'지옥이 있다 없다' 진위 여부를 논하는 것보다 '지옥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생각하세요? 혹시 본인은 그곳에 갈 것 같으신가요? ', '지옥이 없다면 누군가에게 심한 분노를 느낄 때 흔히 사용하는 '지옥에나 가버려라' 이런 표현 대신 어떤 표현을 하시면서 마음을 풀어내시나요?'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따로 또 함께 구체적이고 깊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을 좋아해요.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유쾌하게 즐기고, 차분히 곱씹으며 읽기를 반복한 듯 해요. 종교적 논쟁이 아닌, 진위 여부에 대한 논함이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상상하며 적고 그려본 한 사람의 개인적인 단상들이기에. 미화()시킬만큼 마냥 아름답고 희망적이지 않고, 공포스러운만큼 마냥 무섭고 협박적이지 않기 때문에.




  2021년 서울문화재단의 <생활을 바꾸는 예술> 사업에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로 선정되었어요. 그리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억을 들어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죽음'을 키워드로 한 기억을 사연으로 보내준 분들에게 퍼플아티스트가 책을 큐레이션 하여 보내드리는 프로그램이었지요. 그 때 제일 많이 선물한 책이  『이게 정말 천국일까? 그림책이었어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죽음과 잘 지내보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보라색 습자지와 보라색 종이끈으로 큐레이션 한 책들을 곱게 묶어 보냈답니다.


참으로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기록된 할아버지의 글과 그림은 '천국에서 뭐 할까?' 노트를 발견한 손자에게도, 손자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아들인 누군가에게도, 퍼플아티스트에게도, 퍼플아티스의 큐레이션을 통해 책을 읽게 된 누군가에게도 영감이 되어준 듯 해요.


'상세함'과 '구체적임'은 『이게 정말 천국일까?』 그림책을 통해 깨닫게 된 영감의 포인트랍니다. 제가 꿈꾸는 '죽음소통'을 해가는 데 있어 조금씩 더 상세하게 생각하고,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루씩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갈 수 있도록. 그렇게 용기내어 자유롭게 쌓인 기록들이 스스로와, 누군가와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상상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죽은 후에 뭐 할까?' 다이어리, '죽기 전까지 뭐 할까?' 다이어리, '오늘 뭐 할까?'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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