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그림
그래서 이 책을 더욱 유쾌하게 즐기고, 차분히 곱씹으며 읽기를 반복한 듯 해요. 종교적 논쟁이 아닌, 진위 여부에 대한 논함이 아닌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죽음 이후를 상상하며 적고 그려본 한 사람의 개인적인 단상들이기에. 미화(美化)시킬만큼 마냥 아름답고 희망적이지 않고, 공포스러운만큼 마냥 무섭고 협박적이지 않기 때문에.
2021년 서울문화재단의 <생활을 바꾸는 예술> 사업에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로 선정되었어요. 그리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억을 들어드립니다' 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죽음'을 키워드로 한 기억을 사연으로 보내준 분들에게 퍼플아티스트가 책을 큐레이션 하여 보내드리는 프로그램이었지요. 그 때 제일 많이 선물한 책이 『이게 정말 천국일까?』 그림책이었어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죽음과 잘 지내보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보라색 습자지와 보라색 종이끈으로 큐레이션 한 책들을 곱게 묶어 보냈답니다.
참으로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기록된 할아버지의 글과 그림은 '천국에서 뭐 할까?' 노트를 발견한 손자에게도, 손자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아들인 누군가에게도, 퍼플아티스트에게도, 퍼플아티스의 큐레이션을 통해 책을 읽게 된 누군가에게도 영감이 되어준 듯 해요.
'상세함'과 '구체적임'은 『이게 정말 천국일까?』 그림책을 통해 깨닫게 된 영감의 포인트랍니다. 제가 꿈꾸는 '죽음소통'을 해가는 데 있어 조금씩 더 상세하게 생각하고,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루씩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해갈 수 있도록. 그렇게 용기내어 자유롭게 쌓인 기록들이 스스로와, 누군가와 영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매체가 되어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상상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죽은 후에 뭐 할까?' 다이어리, '죽기 전까지 뭐 할까?' 다이어리, '오늘 뭐 할까?'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