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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한 권의 그림


글 : 쉰네 레아  I  그림 : 스티안 홀레  I  옮김 : 김상열  I  출판사 : 북뱅크

  

  어릴 적 '어머니에게 죽음이 언제, 어디서 찾아올 지 모른다'라는 가능성은 저에게 꽤나 큰 두려움과 고민들을 만들어주었어요. 죽음에서 비롯된 생각들을 풀어내지 못한 채, 제멋대로 나타나 본인을 삼켜버릴 것 같은 죽음에 관한 생각들을 달래며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다니고, 숙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는 나날. 그런 나날을 살아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까지. 본인의 삶을 살아내었기 때문일까요? 본인의 삶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일까요?  『너와 내가』 그림책 속 인물들 각자의 마음, 표현, 이야기마다 전혀 다른 저의 모습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떠오르고 가라앉았어요.




    『너와 내가』 그림책은 할아버지, 손녀, 손자가 함께 배를 타고, 노를 저어 바다로 나갔다 돌아오는 하루 여정을 그리고 있어요. 살아낸 세월만큼 지혜가 깊은 할아버지는 '고민 있어보이지만 표현하지 않는 손녀'의 생각을 듣고 싶어해요. 표현하지 못한 채 언젠가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죽을 거라는 생각에 두렵고, 무섭고, 외로워하는 손녀. 무섭고 걱정스런 마음을 때로는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포장하기도, 때로는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는 손자. 개인적으로 손녀, 손자 모두 이날의 여정이 있기 이전에 '죽음', '이별'에 관한 생각을 해본 적 있음이 느껴졌어요. 둘의 성향과 표현 방법이 다를 뿐 이미 '상실'에 대한 감각이 깨어난 친구들임이 느껴졌답니다.


인물들 각자의 마음, 표현, 이야기마다 전혀 다른 저의 모습들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했지요. 이번 주 내내 『너와 내가』 책을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으며 마주한 모습의 일편을 나누어보자면 '할아버지'로부터 죽음소통 분야에서 퍼플아티스트와 죽음학교가 말해가고 있고, 말해가고 싶은 비전, 가치, 목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어요. '손자'로부터 죽음에 관한 생각을 멈출 수 없지만 타고난 성향이 밝고, 낙천적이기에 힘든 감정을 웃음으로, 희망으로 전환시키고 환기시켜가던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손녀'로부터 죽음에 관한 생각으로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표현할 줄 몰라 방황하고, 서툴고, 아프지만 결국 순간 순간 자신답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안 홀레의 판타지적인 삽화와 쉰네 레아의 입체적인 인물, 이야기는 저로 하여금 책을 반복해서 감상하고 책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게 이끌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판타지' 장르와 관련해 어쩌면 적지 않은 영화를 감상해 온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고,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팀 버튼,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죽음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데 있어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하기 때문일만큼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랑하는 저이기에 이 책이 유독 매력적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이 책으로 독서모임, 죽음소통 클래스를 열고자 기획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문득 '판타지', '죽음', '두려움', '표현' 등의 키워드가 담긴 영화를 큐레이션 하여 책과 영화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사람들과 편안하고, 다채롭게 죽음을 소통해갈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레는 마음이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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