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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_3108

퍼플아티스트의 답문



  안녕하세요, 20210119_3108 님 :)

  오늘은 어떤 하루를 살아내고 있었어요?




  참 신기하게도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사시사철 푸르게 보이던 소나무에게서 붉은 단풍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싹, 왕성한 푸른 잎, 단풍들은 붉은 잎. 그 모든 것이 솔잎이었고, 그 모든 잎들이 살아내는 곳이 소나무였습니다. 가만히 서서 소나무를 보며, 어찌 그동안 붉은 잎을 보지 못한 것인지 퍽 당황스럽기도 했더랍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겠지요?


기꺼이 자신의 상식(常識)을 나누어주신 당신 덕에 소나무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이 한층 다채롭고, 깊어짐을 느꼈습니다. 생각 없이 그저 보이는 대로, 단면적인 모습을 보던 것에서 '삶과 이어짐'을 가만히 살펴보는 법을 당신에게서 배웠습니다. 더 아름다워 보이고, 더 살아있어 보이고, 더 귀하게 보였습니다.


'소나무를 한 번 딱 살펴봐라. 그냥 보지 말고'


때때로 급한 길을 가던 중이라도 문득 소나무가 보이고, 당신의 목소리가 떠오를 때면 잠시 멈추어 서겠습니다. 그 모든 순간을 그냥 보지 않고, 잠시 멈추어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이 나누어 준 지혜를 저의 상식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하얗고도 붉은 빛을 형형하게 내며 인자하게 웃어주시고, 기꺼이 당신의 지혜를 내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래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세요!' 쪼르르 달려가던 것이구나 생각될 정도로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던 당신. 그 어떤 질문에도 재치있고, 깊이있는 답변을 술술 풀어주시는 것이 마냥 신기했어요. 학식, 지식, 상식을 신경 쓰며 골고루 발전시키고, 때때로 폭포를 만난 물방울 마냥 뒤를 돌아보며 살아내다보면 저도 당신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이 다음에 누구에게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꼭 당신같이, 배운 것을 운용하며 답할 수 있는 제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너도 사회 나가서 다른 사람을 그런 심정으로 대하면.. 그게 사랑이야'


  '사랑을 100% 했다면 그리움도 100%, 사랑을 50% 했다면 그리움도 50%. 그러니까 열 길 올라가면 열 길을 내려오기가 힘들고, 다섯 길을 올라가면 다섯 길을 내려오기가 힘들고.. 한 길 올라갔다가 한 길 내려오는 건 좀 쉽고'


특히 '사랑'에 대한 당신의 지혜는 유달리 마음을 울렸습니다. 누군가와 (몸 혹은 마음이) 멀어졌을 때 내려오는 길이 길고 힘든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했고, 애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간 제가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사랑을 쏟아 왔는지,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더랍니다.


'햇수로는 63년, 그냥 산 것은 62년, 달수로는 61년 반'


당신이 어울리며 사랑 쏟은 대상과의 사별이 얼마나 사무칠지.. 감히 상상되지 않음에도 닿을 수 없는 마음 어딘가가 사무치게 아려왔습니다. '살았을 적에 만이 사랑과 존경과 우애가 있는 거지. 죽으면 끝이야' 이 말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가로젓고 싶습니다. 사별로 아득해진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아내를 떠올리며 '사랑', '가족'을 말하고, 그 가족을 통해 '존경', '우애'를 말씀해주셨지요. 당신이 당신으로 살아내며 사랑했기에.. 당신의 아내가 아내로서 삶을 살아내며 사랑했기에 제가 숨 쉬고 있는 이 세상이 '지금의 세상'일 수 있다 생각합니다.


죽음으로 인해 남겨진 누군가는 필히 올라간 길을 내려와야겠지만.. 내려오는 길 위에서 사랑, 존경, 애정을 다시금 발견하고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갈 것이기에.. 죽음은 '끝'이 아닌 '여전한 과정', '이어지는 과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으로 오랜 시간 숨쉬어 주셔서, 당신으로 이 삶을 여전히 살아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먼 길을 내려오고 계시겠지만, 그 길에서 만난 푸릇한 새싹의 제가 당신을 존경하고 있음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마주하고, 당신과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늘 당신과 따로 또 함께 하고픈 마음을 담아

  죽음을 그리는, 퍼플아티스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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