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오늘의 베이킹 도전기! 얼그레이 마들렌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인생음식 촬영장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조금 갑작스럽긴 하지만 촬영 장소가 바뀌게 되었는데 바뀐 장소에 오븐을 포함한 베이킹 도구들이 있었습니다. 베이킹 도구들을 보며 처음엔 그저 신기했는데, 생각해보니 단 한 번도 베이킹에 도전해 본 적이 없었더라고요. 다 갖춰져 있으니 한 번 도전해볼까 싶다가도 정확한 계량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제가 또 한 큰손 하다 보니 계량과는 거리가 멀잖아요.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생각에 첫 베이킹으로 마들렌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마들렌을 만드는 과정은 의심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 ‘이게 마들렌이 된다고?’라는 물음을 수도 없이 던진 것 같은데, 실패에 대한 무서움도 있었지만 묘한 설렘이 있더라고요. 처음 사용해 보는 박력분을 체에 쳐내는 데 그 밀가루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버터를 녹여내며 반죽을 만드는 그 향은 또 왜 그리 좋은지. 짤주머니가 낯설긴 했지만 나름 틀에 잘 짜내었을 때의 그 뿌듯함까지. 이래서 다들 홈베이킹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느새 베이킹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됐습니다. 처음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만들고 싶어 얼그레이 글레이즈까지 준비했는데, 마들렌의 상징인 배꼽이 잘 나올 수 있을까요?
-재료: 달걀 2개, 설탕 95g, 소금 0.5g, 꿀(또는 올리고당) 10g, 박력분 100g, 베이킹파우더 2g, 녹인 버터 100g, 얼그레이 티백 가루 2g, 슈가파우더 30g, 홍차 우린 물 10g
1. 달걀을 풀어준다.
2. 설탕, 꿀, 소금을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3.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내려 주걱으로 살짝 섞고 거품기로 뭉친 곳 없도록 저어준다.
4. 녹인 버터를 세 번에 나누어 넣어가며 섞는다.
5. 홍차 티백 가루를 넣어 섞어주고 랩을 씌워 잠시 휴지 시킨다.
6. 녹인버터를 마들렌 틀에 발라준다.
7. 틀에 밀가루를 체로 뿌려주면 분리할 때 더 잘 떨어진다.
8. 반죽을 짤주머니에 담고 틀의 80-90 정도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채운다.
9.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1분 굽는다.
10. 한 김 식히고 옆쪽으로 비스듬하게 돌려 좀 더 식혀준다.
11. 홍차 우린 물에 슈가파우더를 넣어 흐르는 정도의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12. 식힌 마들렌에 발라준다. 2번 정도 바르면 광택이 살아난다.
얼그레이 향이 가득한 마들렌 완성!
처음 만든 것 치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마들렌이 완성됐어요. 배꼽도 아주 빵빵해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리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손도 많이 가고 기다리는 시간도 제법 필요해서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종종 간단한 홈베이킹을 해 선물을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웬만한 정성과 애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단 걸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하지만 막상 만들어 보니 이런 과정을 거쳐 누군가가 맛있게 먹고 잠시나마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또 보람과 더 큰 기쁨이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주는 행복이든 받는 행복이든 중요하진 않은 거 같아요. 어쨌든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조금 귀찮고 힘들더라도 다 잊게 되니까요.
오늘 저녁, 향긋함 가득한 마들렌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