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오븐멍의묘미, 에그타르트 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하루의 시작이 커피 한 잔이신 분들 많으시죠?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특히나 인생음식 촬영을 하기 전엔 꼭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셔야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주 가는 카페도 생겼는데, 글쎄 언제나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에그타르트가 있는 곳이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음식을 만들면서 촬영을 한다는 건 전문가가 아닌 저로서는 신경을 꽤 써야 해서인지 소위 말하는 ‘당이 떨어지는’ 그런 순간이 찾아오곤 하거든요. 그래서 습관처럼 아메리카노와 에그타르트를 사게 되었고 그건 인생음식 촬영이 시작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달걀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라 달걀이 들어간 무언가는 다 잘 먹거든요. 그런데 에그타르트의 달걀은 음식으로 만나는 달걀과는 또 다른 느낌이잖아요. 부드러운데 바삭하고 달큼한 향이 주는 그 위안은 인생음식이 끝나더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촬영 장소가 바뀌면서 그 에그타르트 맛집을 들를 수 없게 돼버렸거든요.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뭔가 에너지를 충전하지 못하고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베이킹을 하게 된 김에 에그타르트에 도전해 봤습니다. 비록 맛집만큼의 풍미는 아니겠지만, 예쁘고 향긋하게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 타르트지: 박력분 150g, 설탕 10g, 소금 1g, 차가운 버터 80g, 찬물 60g
-필링: 노른자 4개, 설탕 65g, 우유 200g, 생크림 140g, 바닐라 익스트랙 3g
1. 채를 친 박력분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섞은 후 차가운 버터를 넣고 주걱으로 끊듯이 섞으며 반죽한다.
2. 버터 조각이 잘게 잘리면 찬 물을 넣고 반죽한다.
3. 비닐에 넣어 30분 동안 휴지 시킨다.
4. 냄비에 우유, 생크림, 설탕,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가장자리가 살짝 끓을 때까지만 끓인 후 미지근하게 식혀 준다.
5. 달걀노른자를 넣어 섞은 후 체에 걸러 준다.
6. 반죽을 꺼내 약 25g씩 12 분할하고 틀에 넣어준다. 이때 포크로 콕콕 찔러준다.
7. 필링은 80% 정도 부어준다.
8. 20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워 준다.
달콤한 향에 바삭함이 가득한 에그타르트 완성!
마들렌을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에그타르트를 만들면서도 저는 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이라 더 잘 만들어내고 싶기도 했는데 다행히 제 입맛에는 잘 맞더라고요. 음식을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베이킹을 하면서 기다림의 시간이 주는 묘미에 푹 빠졌습니다. 저는 요즘 불멍 대신 식물 멍을 즐겨하는데 이제는 오븐 멍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과연 제대로 모양이 갖춰질지, 잘 익을지, 타는 건 아닐지 등등. 20분이라는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길게 느껴지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얻게 되는 그 기쁨이 주는 위안으로 오늘 하루는 아주 만족스러운 날이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 반짝반짝한 에그타르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