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장미꽃차 한 잔
요즘 여러분들의 휴대폰 갤러리에는 어떤 사진들이 가장 많은가요? 이런 물음이 생겼을 때 문득 저의 갤러리도 확인해봤는데, 요즘은 꽃 사진들이 많더라고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변 풍경들이 바뀌는 게 그저 예쁘게 느껴졌는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금세 바뀌는 그 풍경이 아쉬워서 저도 모르게 계속 사진으로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도 마찬가지예요. 한동안 봄 꽃들을 보며 위안도 받고 즐거웠는데 조금씩 더워지고 초록 초록해지는 이 풍경에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어요. 물론 초여름의 이 풍경도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이 있긴 하지만요. 그런 요즘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5월의 꽃 장미입니다. 5월은 흔히 장미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길을 걷다 담장 한편에 새빨갛게 피어있는 장미를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예년 같았으면 장미축제가 한창이어야 하는데, 올해에도 아쉽게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아요. 대신 이 아쉬움을 장미차 한 잔으로 달래 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다양한 색의 장미를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그 색상에 따라 의미하는 바도 조금씩 다르잖아요. 빨간 장미는 불타는 사랑, 아름다움. 분홍 장미는 행복한 사랑, 맹세를 의미한대요. 노란 장미는 변하지 않는 사랑, 보라색 장미는 영원한 사랑 등등 사랑과 관련된 의미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꽃이 장미가 아닐까 싶어요.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파란 장미인데요. 이 파란 장미는 인공 염색을 하지 않으면 만들어내기 어려운 색상이어서 불가능을 의미했대요. 그런데 2009년 유전자 기술 개발을 통해 인공 염색 없이 꽃을 피우는 데 성공하면서 ‘기적’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불가능에서 기적이 된 파란 장미는 장미의 생김새만큼이나 뭔가 로맨틱하지 않나요?
이런 장미는 꽃차로도 즐길 수 있는데요 특히 여성에게 좋은 꽃잎차의 종류라고 합니다. 에스트로겐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갱년기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고, 월경 전 증후군에도 도움이 된대요. 또 천연 항산화제의 역할을 해 노화 진행을 예방해주기도 합니다. 장미에 들어있는 비타민 E 성분은 활성산소를 제거해주며 심혈관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비타민 C는 피부의 생기나 감기 예방에도 도움을 줍니다. 무엇보다 장미차에는 릴렉싱 효과가 있어 신경 안정에도 좋고 따뜻한 성질을 가진 차이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에게도 아주 좋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효능을 가진 장미꽃차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일반 장미가 아닌 식용이 가능한 장미로 차를 끓여내야 한다는 점이죠. 아무리 효능이 좋고 예쁘더라도 식용이 가능한 꽃인지 꼭 확인해 보세요.
비가 조금 자주 내리는 요즘이지만 비가 그치고 난 다음날 새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새파란 하늘에 싱그러움 가득한 나무들. 그리고 그 속에 새빨갛게 피어있는 들장미를 보며 ‘올해의 시간이 벌써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뭘 했다고 벌써 7월이 다가오는 걸까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잖아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반년의 시간을 더 알차게 쓰는 것뿐이겠죠? 새빨간 장미도 언젠간 져버리겠지만 그 이후의 아쉬움을 생각하기보다 지금은 그저 이 풍경을 즐겨보려고 해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주변의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챙기는 그런 한 주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점심시간에라도 잠시 시선을 돌려보세요. 어딘가에 새빨갛게 피어있는 장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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