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0. 달걀말이의 화려한 변신,꽃 달걀말이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이 시국 때문일까요? 올해에는 유독 신기한 취미 활동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달고나 라테가 그랬고, 다꾸를 넘어서 폰꾸가 유행하기도 했잖아요. 지금은 약간 주춤하긴 하지만 한참 꽃들이 만발하던 지난봄에 꽃 달걀말이가 유행했었어요. ‘도대체 이런 달걀말이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달걀말이를 이렇게 까지 예쁘게 만들어 먹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들 사이에서도 이상하게 꽃 달걀말이를 만드는 영상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완성된 모습을 봤을 땐 너무 어려울 것 같았는데, 평소보단 손이 좀 많이 가겠지만 아주 못 만들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이미 유행이 조금 지나간 것 같긴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한 번 만들어봐야 할 것 같아 장을 보러 출발했어요. 달걀, 분홍 소시지, 청양고추 등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꽃 모양 틀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베이킹 제품을 파는 곳을 아무리 둘러봐도, 모든 것이 다 있는 그 가게에 가봐도 소시지에서 꽃 모양을 찍어낼 수 있는 작은 틀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일단 필요한 식재료만 구매해 집으로 향했습니다. 과연 저의 꽃 달걀말이는 완성될 수 있을까요?
-재료: 달걀, 분홍 소시지, 청양고추, 소금
1. 분홍 소시지를 동그랗게 자르고 꽃 모양으로 손질한다(꽃 모양 틀을 이용하면 편리).
2. 꽃을 만들고 남은 소시지는 잘게 다져둔다.
3. 청양고추도 2개 잘게 다져 준비한다.
4. 흰자와 노른자를 나눠 각각 풀어두고 흰자에는 다진 청양고추를, 노른자에는 다진 소시지를 넣는다. 적당히 소금 간을 해 준다.
5.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후 노른자 달걀물을 일부만 넣어 말아 둔다.
6. 말아놓은 달걀말이를 팬 한쪽으로 옮기고 빈 공간에 미리 잘라 둔 꽃 모양 소시지를 올린 후, 달걀흰자를 부어준다.
7. 달걀물이 어느 정도 익었을 때 다시 돌돌 말아준다.
평소와는 다른 알록달록한 꽃 달걀말이 완성!
꽃무늬를 낼 수 없어 포기하려다가 ‘가위로 오려내 보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동글동글한 꽃 모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모양은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덕분에 간단할 것 같은 한 접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제대로 된 꽃 모양 틀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은 접시를 비울 때까지 사라지진 않았는데, 모양 자체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한 번 더 만들면 진짜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간단한 음식이라고만 생각했던 달걀말이에 이 정도의 정성을 쏟아부었으면 된 것 같아요. 누구에게는 그저 간단한 반찬,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단한 술안주 일 수 있는 달걀말이의 화려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오늘은 만족합니다.
오늘 저녁, 화려한 꽃 달걀말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