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9. 냉장고 정리와 함께 한 끼, 김치리조또한 그릇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없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온전한 끼니조차 챙길 수 없는 당신에게. 매주 금요일 소소한 한 끼를 들려드릴게요.
인생, 음식. 소소한 이야기 한 그릇.
냉장고를 열었는데 적당히 잘 익은 김치, 지난 음식을 만들고 남은 양파와 청양고추 같은 채소들. 지난 베이킹의 흔적들 중 하나인 버터나 치즈 등등이 눈에 띄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냉장고 파먹기’를 마음먹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다른 재료를 사러 나가기는 너무 귀찮은 날이었거든요. 이런 날은 참 이상한 것 같아요. 세상 귀찮은데 또 아무거나 먹기는 싫은 마음이 공존해서 별 거 아닌 걸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냉장고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김치로 만들 수 있는 익숙하지만 조금은 색다른 음식을 찾기 시작했고, ‘김치 리조또’ 레시피를 보게 됐습니다. 재료를 살펴보니 돼지고기 다짐육을 제외하곤 현재 저의 냉장고에 모두 들어있더라고요. 돼지고기 다짐육은 자취생 필수템인 스팸으로 대체해도 될 것 같아서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남은 재료들도 해치우고 뭔가 색다른 한 끼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조금은 신났던 것 같기도 해요. 냉장고 정리와 함께 한 오늘의 한 끼가 그 맛도 아주 만족스러웠으면 좋겠습니다.
-재료: 김치, 통조림 햄, 밥 한 공기, 우유, 양파, 다진 마늘, 버터, 슬라이스 치즈
1. 김치는 잘게 썰고, 양파, 햄도 잘게 썰어둔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손질해 둔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3. 양파와 마늘이 어느 정도 볶아지면 햄을 넣고 볶는다.
4. 햄의 겉면이 익으면 김치도 넣어 함께 볶는다.
5. 밥을 넣어 볶다가 우유 반 컵을 넣고 끓인다(취향에 따라 우유 양 조절 가능)
6. 한 번 끓어오르면 버터 한 조각을 넣어 잘 섞어준 뒤 마지막으로 슬라이스 치즈를 올린다.
적당한 꾸덕함에 김치의 시원함이 어우러진 김치 리조또 완성!
엄마표 김치가 절반은 다 한 한 그릇이었지만, 김치와 함께 한 적당한 버터향과 치즈의 꾸덕함은 제법 조화로웠습니다. 사실 김치볶음밥만큼이나 재료나 레시피가 간단한 편인데, 김치볶음밥과는 또 다른 맛과 향에 자취생 레시피에 또 하나의 간단 요리가 올라가는 순간이기도 했어요. 여태껏 그리 많은 요리에 도전해보진 않았지만 같은 재료로 다른 음식을 만들어내는 이 묘미 때문에 점점 더 다른 레시피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돼지고기를 대체한 스팸 역시 그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해냈는데요, 덕분에 적당한 짭짤함과 감칠맛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레시피에 사실 청양고추는 없었는데 이것도 나름 좋은 선택이었어요. 김치가 많이 들어가긴 했어도 버터와 치즈를 함께 사용하니 먹다 보면 조금은 물리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그때 잘게 썰어 토핑처럼 올린 청양고추가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자취생의 레시피엔 이런 소소한 재미도 있는 것 같아요. 갖고 있는 재료를 십분 활용해 내 입맛에 맞는 한 그릇을 만들어냈을 때의 그 보람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오늘 저녁, 간단하게 김치 리조또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