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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Oct 19.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08. 도라지차

건조한 가을바람에 목 건강을 지키는 한 잔

갑자기 뚝 떨어진 온도에 문득 달력을 보니 ‘한로’가 다가오고 있더라고요. 찬 이슬이 맺히는 시기가 다가오는 걸 보면 이제 가을 너머 겨울도 슬슬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 정리하지 못한 여름옷도 수두룩한데, 가을 옷을 모두 꺼내 입기도 전에 겨울이 오진 않을까 걱정이에요. 계절이 바뀌면 은근히 해야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옷장 속 옷도 바꿔줘야 하고, 이불도 바꿔줘야 하고. 이럴 때를 틈타 저는 대청소를 하곤 하거든요. 조금 쌀쌀하긴 해도 창문도 활짝 열고 정리도 하고 쓸고 닦다 보면 뭔가 기분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에도 청소를 한 다곤 하는데 구석구석 먼지는 왜 이렇게 쌓여있는 건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물건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뉘엿뉘엿 해가 질 쯤에야 정리가 끝났고, 하루 종일 열어둔 창문 탓인지 으슬으슬한 기운이 들어 저는 도라지차 한 잔을 끓였습니다. 








열심히 정리하고, 쓸고 닦았지만 공간은 한정되어 있어 눈에 확 띄는 깔끔함은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조금은 정리된 모습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정리하는 시간 동안 창문을 열어 둬 집안에 온통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지만 그걸 핑계 삼아 따뜻한 도라지차 한잔 하는 휴식 시간이 꽤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쌀쌀해지면 감기에 좋은 도라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잖아요. 건강과 면역이 최우선인 요즘에 차로 마시기에도 딱 좋아서 오늘 보리차에서 함께 한 잔 해볼까 합니다.






도라지는 목 관리에 좋은 식재료로 유명하죠. 그래서 음식으로도 많이 먹고, 차나 약재로도 아주 익숙합니다. 특히 저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 도라지차를 애용했었는데요, 호흡기에 있는 점액 분비를 조절해서 몸 안으로 들어오는 미세먼지에 아주 좋다고 하더라고요. 또 사포닌 성분을 갖고 있어서 기관지를 보호하면서 목감기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삼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고 알려진 사포닌은 면역력 향상에 좋은 물질인데, 좀 더 친숙한 재료인 도라지를 통해 섭취가 가능합니다. 또 도라지에는 비타민C가 많이 들어 있어 피로 해소에도 좋고, 혈당 관리 효능도 있어서 혈당 상승을 예방한다고 해요. 그리고 도라지에는 식이섬유와 더불어 수분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는 장 운동이나 변비 예방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렇듯 많은 효능을 갖고 있지만 목이나 기관지에 좋은 것으로 가장 유명하잖아요.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기침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 도라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해요. 도라지가 입안을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목감기가 있다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부터 천천히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또 평소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들은 도라지를 먹었을 때 배탈이 날 수도 있어서 위궤양 환자는 도라지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밥상 위에 올라온 도라지 반찬에는 젓가락 한 번 가져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그 특유의 쌉쌀한 맛을 즐기게 된 것 같아요. 살면서 입맛이 변한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데 지금 싫어하는 음식도 언젠가는 맛있게 먹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여전히 도라지의 쌉쌀한 맛이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꿀이나, 우유, 요구르트 등을 활용한 셰이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달큼한데 영양까지 고루 갖춘 데다 손쉽게 만들 수 있거든요. 이렇게 차츰 도라지의 향과 맛에 익숙해지다 보면 도라지차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따뜻한 도라지차와 함께 쌀쌀해진 이 가을 면역력을 챙겨보세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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