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09. 쑥꽃 차
평안과 평화의 쑥꽃 차 한 잔
다른 계절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은데 저는 유독 가을이 되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흔히 ‘가을 탄다.’고 하잖아요? 4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하는데 가을을 탄다는 게 좀 웃긴 것 같아요.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왠지 올 한 해의 끝이 보여서 일까요?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아주 자연스럽게 올해 내가 이뤄낸 건 무엇일지, 해가 바뀌면 내 상황은 좀 나아질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올해는 유독 시끌벅적하고 다사다난했잖아요. 물론 아직도 두, 세 달이란 시간이 남긴 했지만 여태 벌어진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이런 잡생각들이 한 번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나질 않아요. 그러다 보면 괜찮다가도 조금은 우울해지고 울적해지곤 합니다. 이럴 때 스산한 가을바람을 맞으면 이런 감정들은 또 배가 되고요. 안 그래도 뒤숭숭하고 울적한 소식들만 잔뜩인 요즘인데,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 상자를 열었어요. 그리고 한편에 있던 선물 받은 쑥꽃 차 한 잔을 끓였습니다.
저는 사실 쑥을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직도 쑥떡은 잘 먹지 않고, 쑥개떡이나 쑥 버무리도 찾아서 먹진 않거든요. 그래서 쑥에 별 관심이 없었고 쑥꽃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어요. 지난 생일에 선물 받은 꽃차 중 하나가 바로 쑥꽃 차였는데, 처음에는 꽃차 병을 받아 들고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저처럼 쑥꽃의 존재를 잘 모르고 계신 분들도 꽤 있을 거 같아요.
쑥꽃 차의 향은 쑥 내음과 아주 비슷합니다. 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건 쑥 특유의 향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상하게 쑥꽃 차 향은 싫지 않더라고요.
쑥꽃은 ‘평안과 평화’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데, 가을을 맞아 싱숭생숭한 저에게 필요한 단어들 중 하나인 것 같아서 따뜻한 쑥꽃 차를 한 잔 하며 내면의 평안과 평화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쑥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의 설화로부터 내려오는 것 같아요. 그만큼 건강식품으로 많은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는데, 건강식품이라는 것 때문인지 저는 오히려 손이 잘 가질 않더라고요. 하지만 그 효능을 살펴보면 약용식물로서 왜 사랑을 받아왔는지 알게 됩니다. 일단 쑥에는 비타민 A와 C, 칼슘 등의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서 면역력을 향상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또 쑥을 오래 먹으면 추위를 타지 않고 소화기관이 튼튼해진다고 하는데, 이는 쑥의 따뜻한 성질 때문이래요. 몸이 차가울 때 나타나는 복통이나 설사 등을 그치게 해 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따뜻한 성질은 특히 여성들에게 좋다고 하는데요, 손발이나 아랫배가 차서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불임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매우 좋은 음식이자 약이라고 합니다. 또 혈액을 정화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몸 안의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 데 좋고, 살균작용이 있어 염증을 없애는 데도 좋습니다. 하지만 쑥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구토나 설사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쑥을 술과 함께 먹을 때에 독성이 발생할 수 있어서 쑥을 섭취할 때에는 술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것들을 계속 붙잡게 되는 것 같아요. 해결법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시무룩해지고, 울적해지는 거겠죠. 그걸 알면서도 생각을 멈추는 게 잘 되진 않는데 이럴 때 차를 한 잔 마시면 잠시 그런 기분을 잊게 되더라고요 특히 따끈하게 올라오는 차 특유의 향을 맡으면 걱정거리들도 향과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아요.
안팎으로 고민도 걱정도 많은 요즘인데, 사실 그 걱정들이 순식간에 사라진다거나 금방 해결될 것 같진 않거든요. 그럴 때 너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평안과 평화의 쑥꽃 향과 함께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쑥꽃 차의 꽃말처럼 평안함은 곧 찾아올 테니까요.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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