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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Nov 02.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0. 감잎차

가을의 대표 과일인 감의 잎사귀로 차 한 잔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올 가을은 유독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운 여름을 답답하게 보내서인지 올해는 가을을 더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을이 왔다는 걸 느낄만하니 이미 ‘춥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게 됐어요. 왜 가을은 점점 더 짧아지는 걸까요?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그래도 높고 푸른 하늘, 울긋불긋하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단풍. 그리고 풍족한 먹거리가 아닐까 싶어요. 수확의 계절인 만큼 다양한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을의 빛깔을 닮은 과일인 ‘감’이 떠오릅니다. 빛깔만 봐도 가을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감잎을 차로 마실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감잎은 아주 좋은 차의 재료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저도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감잎으로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렇게 좋은 차의 재료란 걸 알고 나니까 외갓집 어귀에 있는 감나무가 더 특별하게 보이더라고요. 제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을 텐데 그 감나무를 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겨울의 어느 날이었던 것 같은데 그 앙상한 감나무에 감이 몇 개 달려있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왜 몇 개만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스산한 겨울 풍경에 붉은 감 몇 개가 주는 그 색감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풍경은 흑백인데 그 감나무만 컬러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궁금해하는 제게 그 감은 까치밥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순수했던 게 까치는 왜 감을 밥으로 먹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이런 풍경 조차 쉽게 볼 수 없잖아요. 문득 까치밥이 남겨져있던, 흑백 사진 같았던 그 풍경이 그리워집니다.






감잎차는 말 그대로 감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말합니다. 감나무의 큰 잎을 따서 건조하거나 증기로 찐 후 그늘지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건조하면 된다고 해요. 감을 떠올리면 연한 주황빛의 단단한 단감, 주황보단 붉은빛에 가깝지만 말랑한 홍시, 옛날 옛날엔 우는 아이도 그치게 했다는 곶감이 먼저 떠오르는데 앞으로는 잎사귀도 잊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잎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할 뿐 아니라 칼슘과 타닌 성분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감기 예방은 물론 감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기침과 가래 완화 등 감기나 천식, 호흡기 질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며 특히 목이 부어 잠긴 목소리가 나올 때 복용하면 좋다고 해요. 또 혈압 강하 효과로 고혈압 예방관리에 좋고, 당뇨병 환자의 갈증 해소에도 좋습니다. 감잎에는 레몬의 20배에 달하는 비타민 C가 들어있는데, 이는 면역력 증강과 더불어 피부 미백에도 효과적이라고 해요. 여기에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 방지, 혈관 속 노폐물 제거로 혈액 순환의 효능도 갖고 있고 체내 노폐물의 배출을 돕는 효능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정말 많은 효능을 갖고 있는 감잎차에도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감잎차는 설사를 완화시키는 효능도 갖고 있는데 반대로 변비 증상이 있다면 변비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는 감을 먹을 때에도 마찬가지인데요, 감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디오스프린이라는 타닌 성분을 많이 먹었을 때 변비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흑백사진 속에서 한 부분만 컬러라면 눈에도 확 띄고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데, 시골 어귀에 있는 그 감나무가 제겐 그런 기억 중 하나예요. 그런데 감잎차를 알게 된 이후로는 그 기억에 또 하나의 기억이 더해진 기분입니다.

살면서 이런 경험들이 하나씩 쌓여가면 어떤 물건이나 사물이 갖고 있는 특별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겐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에겐 꽤나 중요한 무언가 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모든 것을 특별하게 볼 만큼의 여유가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래도 한 번씩 그 특별함을 떠올릴 수 있다면 된 거 아닐까요? 적어도 감잎차를 한 잔 할 때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감나무 잎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감잎차와 함께한 오늘의 보리차는 여기에서 마치고 저는 다음 주에 또 다른 차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오늘도 보리차와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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