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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Nov 06.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1. 사과차

눈도 반짝, 코도 반짝, 입도 반짝반짝� 사과차 한 잔.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 보면 주말을 참 기다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려서 맞이한 주말은 바쁜 평일의 여파 때문에 기대했던 여유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평일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런 와중에 종종 주말에도 일을 하게 되면 풀리지 않는 피로보다 바닥나버린 마음의 여유를 충전하는 게 더 시급 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체력과 함께 마음속 여유가 바닥나버리기 직전이었던 지난 주말, 다행히 짧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정말 별 거 아닌데 이런 시간이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점점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일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제게 주어진 간만의 휴식시간이었습니다. 비록 몇 시간 후 다가올 월요일에 할 일이 이미 잔뜩 쌓인 상황이라 어디 멀리 갈 수도 없었고, 그저 여유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점점 더 그런 곳을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동네에서 조금 한적한 곳으로 나가 제법 가을다워진 풍경을 보면서 산책도 좀 하고. 평소 좋아하는 카페를 지나쳐서 더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곳엔 테라스가 있더라고요. 날이 조금 쌀쌀해져서 그런지 테라스엔 아무도 없었고, 마음 좀 놓고 여유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조금 추운 걸 감안하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따뜻한 사과차 한 잔을 시켜놓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고, 뜨개질 거리를 꺼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춥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용하고, 산뜻한 날씨 속에서 달큼한 사과차 한잔과 하는 그 시간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는 게 뭐라고 그동안 이런 시간 잠깐을 내지 못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으니 아무것도 아닌 이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겠지.’ 라며 스스로를 다독여줬습니다.






사과는 아마 가장 익숙한 과일 중 하나일 텐데, 정말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사과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당뇨병과 동맥경화에 좋고, 비타민 C는 면역력 강화와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또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케르세틴은 치매 예방과 함께 이뇨작용을 도와 체내의 노폐물과 독소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또 사과에는 펙틴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있는데, 대장암 예방은 물론 변비 증상 개선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특히 이 펙틴 성분은 열을 가해도 변형되거나 파괴되지 않아서 다양한 사과 요리로 섭취해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과는 밤보다는 아침 또는 낮에 섭취하는 게 좋은데요, 유기산으로 속 쓰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그렇기 때문에 소화기관이 약한 분들께서는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 씨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사과 씨는 꼭 제거하고 먹어야 하니 잊지 마세요.





 사과는 생과 그대로 섭취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기도 하고, 가장 익숙합니다. 하지만 사과즙이나 사과잼 등으로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데 저는 레몬이나 계피와 함께 사과 차로 따끈하게 마시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사과를 깨끗하게 씻고 얇게 썰어서 설탕이나 꿀에 재우면 사과청을 손쉽게 만들 수 있거든요. 사과청을 만들 때 레몬이나 계피를 취향에 맞게 넣거나, 사과청으로 차를 끓일 때 계피 스틱 하나를 곁들이면 끝이라 정말 간단합니다. 저는 이 사과청 하나만 있으면 왠지 모르게 이 겨울이 든든함을 느끼곤 합니다.

한적한 카페에서 오랜만에 찾은 여유와 함께 한 사과차 한잔으로 제법 가을다운 날씨를 즐겼으니 이제 다시 힘내서 일할 시간인 것 같아요. 이번 주에도 정신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 이런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려고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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