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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Nov 26. 2020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13. 재스민차

달콤한 향기로 마음의 여유를 갖는 차 한 잔

코로나가 한참 난리였던 정신없던 올해 초. 정신없는 덕분에 '이번 봄은 그래도 길다'라는 생각을 한 게 얼마 전이었던 거 같은데, 갑자기 폭염이 찾아오더니 예년보다 긴 장마를 경험했고, 그렇게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가을을 맞이하기가 무섭게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를 탓하게 되는 시간도 흘려보냈고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계절이 바뀌는 게 참 당연한 일이긴 한데, 막상 이렇게 흘러가버린 지난 시간은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흰 눈이 펑펑 쏟아질 겨울뿐인데, 올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과연 나는 올해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올해는 예년과 같은 일상적인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뭔가 이뤄낸 게 없는 거 같아서 스스로를 좀 자책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사는 게 참 퍽퍽한데 온갖 스트레스가 가득한 요즘 저는 재스민차를 찾곤 합니다.






차가움에 건조함까지 더한 날씨는 건강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줍니다. 특히 요즘은 어디에서 기침이 터져 나오면 너무 눈치를 보게 되니까 약도 미리미리 자주 먹게 되고, 컨디션 관리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물론 이런 것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괜히 일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고, 생각은 많아지고. 이럴 때 저는 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근데 그날은 출근을 해서 근처에 아는 찻집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요즘은 웬만한 카페에도 꽤 여러 종류의 티가 있으니 조금 아쉽긴 해도 가장 가까운 카페로 향했습니다. 평소에 잘 이용하지 않는 카페였는데 생각보다 티 종류가 많더라고요. 그중에서 저는 ‘재스민 펄’이라는 이름을 가진 차를 주문했는데, 그냥 컵에 티백을 넣어 주는 게 아니라 그것만으로도 조금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간단하긴 했지만 티포트와 작은 잔 하나로 그래도 오늘은 차를 제대로 마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날 방문했던 곳은 엔제리너스라는 카페였는데, 운 좋게 프리미엄 매장에 간 거였더라고요. 지난해부터 타바론 티 공급 계약도 맺었고 티 소믈리에분들께서 독창적으로 블렌딩도 하신다는데, 티를 주문하면 프리미엄 티를 티 소믈리에가 직접 제공해 주신다고 해요.

자리에 앉아 잘 우러난 재스민 티를 잔에 따르는 순간 재스민 특유의 향에 머릿속에 가득했던 고민과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재스민은 꽤나 익숙한 차 중 하나입니다. 재스민의 꽃이나 잎을 덖어서 만드는 재스민 티도 있긴 하지만 녹차 잎에 재스민 꽃의 향을 입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재스민 티는 우롱차에 재스민 향을 입힌 경우도 많다고 해요. 간혹 백차나 홍차를 이용해서 만들기도 한다는데 아직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매력이 있을지 저도 너무 궁금해집니다.

어쨌든 보통 녹차와 함께 블렌딩 하는 만큼 녹차와 비슷한 효능을 갖고 있어요. 카테킨이나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고 신진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또 구강 건강 향상이나 면역 체계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녹차와 비슷한 효능들 뿐 아니라 재스민 자체가 갖고 있는 효능들도 있는데요, 재스민은 화장품에도 많이 활용되곤 하는데 피부 탄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특유의 달콤한 향기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항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부교감 신경 활동을 촉진시켜 진정 효과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많은 효능을 갖고 있네요.

재스민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남쪽 지역이 원산지라고 해요. 하지만 현재 세계 최대의 재스민 생산지는 중국에 있습니다. 난닝 시내에서도 한 시간 가량 더 이동해야 하는 '횡현'이라는 곳인데 전 세계 재스민 꽃의 60%, 중국 전체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생산량을 자랑한다고 해요. 그래서 재스민 꽃이 피는 시즌이 되면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준비된 녹차 잎을 싸들고 횡현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꽃이란 게 시들기 쉽기 때문에 재스민 티를 만드는 방법은 꽤 복잡하다고 하는데요, 언젠가 중국에 가볼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이 '횡현'이란 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재스민의 향은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봄이 오기 전까지는 점점 더 추워질 텐데 이런 날일수록 따끈한 차 한잔을 찾게 되거든요. 추운 날씨에 고생하다가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 몸도 녹도 뭔지 모를 안정감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한때는 얼죽아였지만 잠시 즐거움을 얻고 곧바로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종종 맞이해서 이제는 욕심내지 않습니다.

재스민차에 대해 얘기하려고 준비하면서 저도 많은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중식당에서 주는 재스민차가 가장 익숙하다 보니 그런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어쩌면 호불호 없이 누구나 쉽게 접하고 마실 수 있는 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상황은 힘들어도 결국 시간은 흘러가니까 재스민 향과 함께 조금씩 스트레스 내려놓는 그런 겨울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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