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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Feb 16.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23. 동백꽃차

겨울에 피는 꽃, 동백꽃차 한 잔

여러분들께서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평소에 혼밥을 잘 못하는 편이라 혼자 여행을 한다는 게 아주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점점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도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몇 년 전 큰 용기를 내 혼자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3박 4일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만큼 혼자 여행하는 게 아주 잘 맞았어요. 물론 평소에도 힘들었던 혼밥은 더더욱 어려워 4일 동안 제대로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평소 여행 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편은 아닌데, 이렇다 보니 혼자 여행하는 게 아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오늘은 어디 어디에 가봐야겠다.’라고 정말 대충 생각만 하고 숙소에서 나와서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좀 더 시간을 보내도 되고. 식사 시간이나 여타 다른 것들에 대해 많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때부터 자주는 아니어도 저는 종종 혼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한 겨울에 향한 제주는 제가 살고 있는 곳에 비해 아주 따뜻했습니다. 물론 한적한 해변의 바닷바람은 제법 매서웠지만 그래도 그리 두껍지 않은 외투를 입고 다닐 수 있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던 기억이 납니다.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장소들을 택해 돌아다녔었는데, 그중 한 곳이 한 동백꽃 농원이었어요. 겨울에 제주에 왔으니 동백꽃을 한 번 제대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전부터 들렀던 곳인데, 그 동백꽃들은 지금도 손에 꼽는 제주에서의 기억 중 한 장면이 되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큰 동백나무들은 엄청나게 많은 동백꽃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새파란 하늘에 짙은 녹색의 잎, 거기에 동백 특유의 붉은 빛깔까지. 그리 넓은 곳이 아니었음에도 제법 긴 시간 머물며 꽃을 보고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동백꽃을 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코로나로 여행이 쉽지 않은 올 겨울엔 작은 동백나무를 반려 나무로 입양해 키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드디어 첫 꽃을 피워냈는데 그 꽃 한 송이를 보니 그때의 제주에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이번 겨울엔 그래도 집에서 동백꽃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끼고 아껴뒀던 동백꽃차를 꺼냈습니다. 









동백꽃을 떠올리면 붉은 빛깔의 탐스러운 꽃잎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진실한 사랑을 의미하는 꽃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또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기 대문에 ‘청렴’, ‘절조’등의 꽃말도 갖고 있다고 해요. 제가 동백꽃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꽃잎이 질 때 꽃봉오리째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바닥에 떨어진 꽃봉오리조차 너무 예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동백 꽃잎은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하고, 발효액을 만들어 물에 희석해 마시기도 합니다. 동백꽃은 달고 쓰고 매운맛과 서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아토시아닌, 오이게놀 등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 해소와 면역력을 높이는 데 아주 탁월하다고 합니다. 타박상, 화상, 산후출혈,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치료제로도 쓰인다고 해요. 또 한방에서는 동백꽃이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데요, 피를 멈추게 하는 지혈과 이뇨작용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특히 위나 식도, 목 등이 아플 때 동백꽃을 우려먹으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몸이 차거나 위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복통,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해요. 요즘은 차뿐만 아니라 동백 오일을 미용적인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동백 오일은 피부 구조와 유사한 올레인산을 함유해 피부 친화적이며 리놀레산 등이 풍부해 보습과 수분 유지에 뛰어나다고 합니다.

 








혼자 하는 첫 번째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그 후로도 종종 가까운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지난 한 해는 그 어떤 곳에도 가지 못했습니다. 그 아쉬움 때문에 겨울이 되기 전 동백나무를 입양했던 건데, 걱정과는 다르게 아주 잘 자라주고 있어서 하루하루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불멍'이나 '물멍' 대신 '식물멍'을 택하고 있는데, 하루를 마무리 하기에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방 안에서 활짝 핀 동백꽃을 보며 동백꽃차를 마시는 것으로 위안 삼고 있지만, 다음 겨울에는 꼭 동백꽃들을 보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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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81/clip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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