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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읖 Feb 19. 2021

[차분(茶分)한 시간, 보리차] 24. 쌍화차

따끈한 쌍화차로 건강한 겨울나기

지난여름에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더니, 겨울이 되어 폭설과 강추위가 심심치 않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에는 눈을 그리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올해에는 눈 덕분에 아주 겨울다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눈을 참 좋아하는 편이라서 눈이 펑펑 쏟아지는 이번 겨울이 아주 반갑습니다. 물론 갑작스러운 폭설 때문에 고속도로에 꼼짝없이 갇혀 출, 퇴근에 평소보다 네 배에 가까운 시간을 쓰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그래도 소복이 쌓인 눈을 보는 게 너무 즐겁더라고요. 골목에 쌓인 눈을 치우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왠지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이런 저를 보고 부모님도, 친구들도 ‘아직 철이 없네.’라고 하던데, 굳이 철이 들어야 하는 걸까요? 







여러분들은 이번 겨울 펑펑 내린 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저처럼 눈만 오면 그저 신나는 사람은 좀 철이 없어 보이나요? 아무리 철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도 하늘에서 눈송이가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면 방방 뜨는 기분은 어떻게 할 수 없더라고요. 눈이 내리고 쌓이는 건 제게 너무나 신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쌓인 눈을 그냥 둘 수는 없잖아요. 밟히고 밟혀 다음날 아침 꽁꽁 얼어붙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에 저는 집에 도착해 가방만 내려두고 골목 제설작업에 동참했습니다. 골목에 잔뜩 쌓인 눈을 치우다가 맨손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아무리 눈이 좋아도 춥고 손이 시린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밖에 있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해져서 따뜻한 물에 씻고 나와 오랜만에 쌍화차를 끓여냈습니다. 쌍화차 특유의 진한 향이 퍼지기 시작하니까 꽁꽁 얼었던 몸이 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겨울은 쌍화차를 마시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면서 뜨끈하게 마시는 쌍화차 한 잔이 주는 평온함이 저는 개인적으로 참 좋거든요. 









쌍화차는 쌍화탕의 간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계피, 감초 등을 달이면 된다고 합니다. 이 재료들은 체내 온도를 상승시키고 면역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을 준대요. 이로 인해 감기를 예방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 간의 독을 해독하고 피로를 풀어 육체 피로를 해소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며 이 외에도 골다공증 개선, 혈액순환, 탈모예방, 체력 향상, 기혈 보강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견과류나 달걀노른자 등을 띄워서 먹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쌍화차를 만날 수 있는 곳이 그리 흔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통찻집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도 했는데, 올 겨울에는 한 카페에서 이 쌍화차를 만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너무 반갑더라고요. 지난 12월에 한 기사를 보니 이디야에서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이렇게 전통차 3종을 출시한 지 한 달만에 판매 수량이 30만 잔을 돌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30만 잔 중에 저도 꽤 여러 잔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저 말고도 전통차를 찾는 분들이 많다는 것도 정말 신기했어요. 기사에서는 코로나 19로 건강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고, 옛 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 트렌드가 젊은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뒤를 이었는데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전통차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쌍화탕 때문에 쌍화차의 향이나 맛이 참 익숙한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사실 저도 처음부터 쌍화탕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는데, 약을 잘 삼키지 못해 감기 몸살에 걸리면 너무 고생을 했었거든요. 그럴 때 쌍화탕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그 맛과 향에 익숙해졌습니다. 익숙해지다 못해 이제는 쌍화탕이나 쌍화차를 마시면 약재 특유의 향이나 쓴맛 안에서 단 맛을 찾는 경지에까지 올라섰습니다. 혹시 쌍화차나 쌍화탕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무 약이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조금씩 편하게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유독 추운 이번 겨울 쌍화차로 건강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차분(茶分) 한 시간, 보리차'는 보리차처럼 일상적이고 친근한 이야기를 나누며 차분한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차와 함께 하는 일상과 추억, 더불어 차의 효능과 역사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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