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생명을 구한 호르몬
2021년 인슐린이 발견된 지 100주년이 되던 해에 전 세계적으로 이를 기념하는 많은 행사들이 열렸다. 1921년 인슐린의 발견으로 당뇨병은 죽음의 병에서 만성 질환으로 바뀌게 되었다. 캐나다 토론토의 외과 의사였던 Frederick Banting (1891-1941)과 그의 연구 조수였던 의과대학생 Charles Best (1899-1978)가 개의 췌장에서 추출한 물질을 당뇨병이 걸린 개에게 주사했을 때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추출물은 정확히 말하면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추출한 것으로 라틴어로 ’ 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insula’에서 이름을 따서 ‘insuli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인슐린의 발견은 당뇨병 환자를 죽음에서 구한 엄청난 발견이며, 20세기 의학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며, 이 호르몬을 추출하여 주입하면 혈당을 낮출 수 있으며 당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1922년 The Journal of Laboratory and Clinical Medicine지에 발표한다. 또한 밴팅은 인슐린 특허를 단돈 1.5달러에 대학에 넘겨 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1923년 밴팅은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며, 당시 만 32세의 나이로 현재까지도 최연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내가 만 32세이다. 1세기 전 밴팅 박사가 내 나이에 인슐린을 발견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 인슐린 주사를 처음으로 투약받은 환자는 14세 소년 Leonard Thompson으로 인슐린 결핍으로 인한 1형 당뇨병으로 인해 체중이 지속적으로 빠져 기력을 잃고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던 아이가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로 당뇨병에서 회복되었고, 현재도 인슐린은 당뇨병 치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의사이자 의학자에게 그리고 환자에게 연구와 논문은 정말 큰 업적이자 치료의 기회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당뇨병 치료 분야에 인슐린처럼 획기적인 발견은 없지만, 최근 개발되어 사용 중인 일부 약제들과 현재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일부 약제들에 기대를 걸어본다. 그렇다면 인슐린을 발견하기 위한 연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당뇨병은 언제부터 병으로 인식되었는지 조금 더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자.
당뇨병에 대한 인류의 최초 기록은 기원전 1500년경으로 고대 이집트의 고문서 ‘Ebers Papyrus’에 당뇨병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남아있다. ”질병의 형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극도의 갈증과 다뇨 증상을 보이고 그들의 몸은 매우 말라 있다. “ 고대 인도의 유명한 시집 ‘Ayurveda’에도 ”오줌을 많이 누고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소변을 보면 개미와 벌레들이 그 주위로 유난히 많이 들끓는다. “고 기록하고 있다.
이미 몇천 년 전부터 인류는 당뇨병을 알고 있었고 이 병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백 년 전까지는 치료법을 찾지 못해 최소한의 탄수화물만을 섭취하는 엄격 식단 조절을 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에는 1형 당뇨병 환자의 기대 수명이 32세에 불과했다고 하니, 32세에 인슐린을 발견한 밴팅이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을 연장하고 구한 것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