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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u Kwon Oct 11. 2017

취재록_어른들의 디즈니랜드, 맥주 페스티벌 1

맥주를 기록하다.

*국내 첫 크래프트 맥주 전문 잡지, Beerpost에 기고했던 글이다. 약 1년간 편집장으로 참여했다.

Drink, Play, Laugh!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 GABF(Great American Beer Festival)


15년, 9월. 미국의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페스티벌에 다녀오다. 


Intro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규모 와인 생산지 나파밸리가 있다면, 콜로라도주는 맥주의 나파밸리(Napavalle of Beer)라고 불린다. 이 곳 콜로라도주의 덴버에서 열리는 미국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축제, Great American Beer Festival!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 축제에서 미국 전역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났다.

 750개의 브루어리, 3,500종류의 맥주, 그리고 60,000명의 참관객. 

그리고 올해로 34회 차를 맞이한 미국 최대 규모의 크래프트 맥주 페스티벌. 이제 2년 차를 맞이한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축제가 최대 3,000명의 참관객을 모집한다면, 미국의 GABF는 그 20배의 규모다. 이 차이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한번 더 설명하자면, GABF 행사장의 면적 1평당 일평균 7-8명이 서있다. 평균 60kg의 사람 7명이 1평에 같이 서있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발 디딜 틈 없는지 가늠이 가는가? 그래도 한국 음악 페스티벌에 비해 규모가 작다고 생각한다면,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과 비교해보겠다. 면적당 일평균 관객 수를 비교할 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1평 면적당 일평균 0.4명의 관람객이 서있을 뿐이다. GABF는 그 20배. 그야말로 Great 한 Great Beer Festival! 티켓이 1시간 17분 만에 완판 되어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참여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만으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숫자들보다 더 강렬했던 건 3일 동안 마시고 놀아도 부족할 만큼의 콘텐츠들이었다. 행사 첫날, 행사장에 발을 디디며 외친 한마디. “이건,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잖아!” 


  GABF에 발을 디디는 순간 느껴지는 맥주 덕후(BeerGeek)들의 환호성과 열기... 닫힌 공간 안에 배어있는 시큼하고 짭조름한 냄새, 그리고 왠지 모를 몰트 향에 순간 아찔했다. 윌리 웡카가 찰리 초콜릿 공장 문을 처음 열어 주었을 때, 찰리의 느낌도 이랬을 거다. 분명히. 


 3일간 먹고 마시고 놀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맥주와 푸드, 다양한 프로그램. 그야말로 어른들의 축제. 심지어 행사장에서 5번이나 길을 잃은 나에게 GABF는 거대한 규모의 디즈니랜드였다. (물론, 길을 잃은 건 자타공인 길치인 탓도 있지만...)


그래, 이 곳 덴버에서 3일간 축제를 즐기며 경험한 걸 이야기하자면, 거두절미하고, “Drink! Play! Laugh!”

(사진: 남녀노소 불문! 노약자 불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맥주 페스티벌이라 더욱 즐겁다!)


#Drink! 90여 종의 다양한 맥주 스타일, 3,500종류의 맥주!

 90여 종의 다른 맥주 스타일을 한자리에서 마실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엄청나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비어 슈퍼나 할인점을 가더라도 IPA, 벨지언 에일, 트라피스트 등을 제외한다면 과연 한 장소에서 우리는 몇 종류의 맥주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니까... 펌킨 비어, 초콜릿 비어, 커피 비어, 스모크 비어 등 일반인에게 생소하고 어색한 맥주들이 GABF에선 차고 넘쳐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IPA가 여전히 강세를 이루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도무지 접할 길이 없는 Fresh Hop Ale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고, 참가업체의 대부분은 Barrel-Aged Beer를 하나씩 선보였으며, Sour Beer를 전문으로 하는 브루어리들에는 얼마나 긴 줄이 서있던지! 


 #브루어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자리, GABF! 최고 품질의 맥주만!
 사람들이 줄을 선 브루어리들을 찬찬히 훑어보던 차에 보스턴 라거, 구스 아일랜드, 시에나 네바다 등 미국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맥주 부스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의아하고 신기한 광경에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각 부스의 브루어들에게 슬쩍 물었보았더니..... 

“우린 최고의 맥주를 만드니까, 당연한 거 아냐?”라는 대답.

 “아.. 그래.. 그건 아는데....”라고 했더니 잘생긴 브루어가 윙크하며 한마디를 덧붙인다.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한정판 Barrel Aged Beer’를 가져왔지. BeerGeek들에게 그 정돈 선물해야지.” 

 

 이 곳, GABF에 참가한 보스턴 비어는 작년 30주년을 맞이하여 선보인 1992년 산 Barrel Aged beer를 가져왔고, 시에나 네바다와 구스 아일랜드는 매년 한정판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Barrel Aged Beer를 준비했다고 한다. 일부는 병맥주로 팔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도 구하기 매우 힘들다고 하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미국 전역에서 모인 브루어들을 위해, ‘Trading Show’ 개념으로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맥주 품질을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맥주를 준비하는 게 이 곳의 풍경. 자기 맥주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브루어들의 모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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