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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떤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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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Ju Kwon Oct 11. 2017

어떤술책_잊혀진 여름과 두꺼비 (1)

잊혀진 여름과 두꺼비 1편

 매미가 울어댔다. 촤아아- 촤아아- 하고 폭우처럼 쏟아지는 매미 소리에 땀방울이 쏟아졌다. 그리고 할아비가 생각났다.  


뜨거운 여름에는 두꺼비라 하였다. 

 내 어린 시절 여름은 두꺼비로 늘 시작되었다. 고목나무의 바람과 평상의 서늘한 기운이 반가워질 즈음이면 할아비는 두꺼비가 그려진 소주 한 병을 의례히 꺼내들었다. 차가운 수돗물로 슥- 헹궈온 사기그릇에 가득 부은 소주 한잔. 이 두꺼비가 내 어린 시절, 여름을 알리는 신호였다.  


 퉁-퉁-삐걱-탁. 2홉들이 소주 밑둥을 팔꿈치로 퉁-퉁 두들기고, 코르크 마개를 젓가락으로 삐걱거리며 뽑은 다음, 손으로 주둥이를 탁! 뿜어져 나온 소주 한모금과 코르크마개 찌꺼기가 바닥에 흩어지면 할아비는 소주 한 사발을 쭈욱 들이켰다. 이렇게 여름이 시작되면, 나는 할아비의 소주가 그렇게 탐날 수가 없었다. 소주 한 병을 꺼내 와 할아비 흉내를 내기도 하였는데, 내 손에 닿은 소주는 엉망이 되곤 했다. 할아비가 밑둥을 치면 톡! 하고 올라오던 코르크 마개였건만, 내가 젓가락 하나를 꽂고 열심히 당기면 마개는 순두부처럼 으스러지기만 했다. 결국, 코르크 마개를 병 안으로 밀어 넣어 둥둥 뜬 코르크 가루들을 삼켜야하는 지경에 이르면 할아비는 다른 소주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퉁-퉁-삐걱-탁! 할아비의 그 재간진 손놀림과 경쾌한 4박자 소리. 소주는 항상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삐질삐질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소주 한 대접을 들이키는 할아버지. “캬-” 소리와 함께 한껏 찡그린 주름투성이 그 얼굴은 소주에 대한 동경을 자아냈다. 나도 모르게 고인 침을 꿀떡 삼키던 그 여름. 서울객지 생활에 지친 할아버지를 녹인 그 여름의 두꺼비 소주. 그건 할아비에게만 허용된 어른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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