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 바꾸는 세상

ai로 대체불가능한 일은 무엇일까

by purplesky


최근에 놀라운 뉴스를 보았다.


서울의 모대학교 지방 캠퍼스의 영어, 중국어 통번역학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었다. 지방 캠퍼스에 있는 과 폐지라고는 해도 전통적으로 언어가 강점인 해당 대학의 간판학과들이어서 충격이었다.


댓글에는 과거에 비해 학생 수도 줄고 본교에 동일한 과가 있으니 중복되는 과를 폐지하는 거 아니냐고 호들갑 떨지 말라는 얘기, 통번역에 기계가 도입돼서 직업적으로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의견, 그래도 여전히 인간의 역할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분분했다.


나도 어문계열 전공자라서 당황스럽고 놀라웠다.


내가 대학 다니던 때, 어문계열 전공자들 사이에서 통번역 그리고 통번역 대학원 진학은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로망이었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결혼 후에 육아와 병행하면서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름 꿈의 직업 중 하나였다.


졸업 후, 1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잠깐 통번역 대학원 입시 준비를 했는데 (전공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해외체류 경험 없이 우리나라 입시 영어 공부만 해온 나에게는 힘들고 버거운 공부였다.


통번역 공부를 해보니, 모국어와 외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언어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 두 가지 언어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스킬을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해외체류 경험도 없고 우리나라 입시 영어만 공부한 나에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공부였다.


결국, 1년이 안 돼서 입시 준비를 포기하고 취업으로 전환했다. 아쉬움이나 미련은 없지만, 여전히 나에게 통번역이란 이루지 못한 꿈, 로망으로 남아있는데 전공 폐지 소식이라니.


작년 경주 apec 정상회담에서 ai 통역기를 사용했고, 현재 번역 업계에서도 1차로 번역기를 돌린 후, 전문 번역가들이 교정, 감수를 보기 때문에, 번역 단가도 떨어지고 일감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소식도 함께 나왔다.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ai 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했다. 평생을 공들인 공부와 경력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보며, 허무해졌다.


퇴사하기 전에 언어를 활용하며 일했던지라, 내심 아이가 더 크면 그때의 경력과 전공을 살려볼까 했는데, 전문 통번역 업계가 ai를 도입할 정도라면 일반회사에서 굳이 언어에 특화된 직원을 채용할까 싶다.


실제로, 남편도 업무에 ai를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큰 도움을 받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고 했다.


그렇다면, ai에 대체되기 힘든, 미래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없을까.


ai에 대체되기 힘든 일은 대량생산이 불가하고, 결과를 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인간의 감성, 창의성, 예술성이 돋보이는 예술 분야도 해당될 것이다.


대량으로 생산하거나 빨리 결과를 내면 가치가 떨어져서, 인간이 하는 게 선호되는 특징이 있는 일들.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아닌 일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장인’이다.

장인들이 하는 일이 당장, 엄청난 수익을 가져오진 않지만, 그들의 섬세한 손길과 영감, 하나의 작품을 만들더라도 엄청난 공과 시간을 들이는 과정을 ai 가 대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앞으로는 무언가를 빨리, 많이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ai 가 흉내 낼 수 없는 깊고 선명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깊이와 색깔을 세상이 원하는 가치로, 즉 수익으로 연결해 내는 이들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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