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무게를 감당하는 자리에서 배운 리더십의 균형
권한만 있으면 오만해지고,
책임만 있으면 무너진다.
리더라는 자리에 서면 권한이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자리를 맡았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건 권한이 아닌 책임의 무게였다.
"최종 결정은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을 기다릴 여유조차 없었다.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나는 이미 원칙을 세우고, 방향을 제시해야 했다. 리더로서 인정받는 기분 같은 건 느낄 겨를도 없었다. 시간은 늘 부족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의' 결정을 해내야 했으니까.
게다가 작은 스타트업에서 '결정만' 내리는 리더가 될 수 없었다. 여전히 손수 실무를 진행했고, 팀 안에서 돌아가는 일과 분위기를 챙겨야 했다. 동시에 대외 관계와 투자사와의 신뢰도 유지해야 했다. 한 손으로는 내부를, 다른 한 손으로는 외부를 붙잡아야 하는 자리였다.
누군가는 자리가 곧 권한이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자리는 오히려 훨씬 더 큰 책임의 무게로 다가왔다.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생각에 무겁고 괴로웠다. 그래도 버티고, 때로는 억지로라도 즐기며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매일 매순간이 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더 나은 성과가 이어지고 팀 분위기가 나아질 때야 그 책임들이 비로소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성사되는 듯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나이브 했던 건지도 모른다. 자리가 주는 여러 의미 속에서 권한보다는 그저 어떻게 더 많이, 더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만 매달린 건 아닐까. 위기와 문제 해결에 몰두하는 동안, 정작 권한과 책임을 균형 있게 바라보는 시야는 부족했던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어느 조직의 어떤 자리건 권한과 책임이 항상 균형 있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책임은 나에게 주어지는데, 권한은 제한된 상황도 있었다. 반대로, 권한은 주어졌지만 책임을 다 나누지 못해 외로운 순간도 있었다. 그럴 때는 무력감이 깊게 스며들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더 제대로 배웠다. 권한과 책임은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된다는 걸.
리더가 권한을 행사한다면, 그만큼 책임을 감당할 각오가 필요하다.
동시에 조직이 리더에게 책임을 요구한다면, 그만큼의 권한도 함께 주어야 한다.
둘 중 하나가 빠지면 리더는 쉽게 무너지고, 팀은 불신 속에서 흔들린다.
권한은 자리가 주는 것이 아니다. 끝까지 책임을 붙들고 버텨낸 사람에게만, 비로소 권한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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