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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Apr 26. 2019

'젠더 토이', 그리고 '성 역할'

논쟁인 의견과 부모의 고민

“페미니즘 어때요?”

“네?!?”

“컨셉 말이에요, 페미니즘 어떠냐고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니, 요새 핫하다 못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그 단어, 페미니즘! 


페미니즘에 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심지어 요새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도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논쟁이 시들해지면 읽어야지 생각하던 중이었으니까요.- 호기심 반, 열의 반으로 고양시 작가 지원을 신청했는데 첫 미팅부터 암초를 만날 줄이야.


일단은 자료 수집이라도 해야지. 나무위키에 ‘페미니즘’을 검색하니 스크롤이 끝도 없이 내려갑니다. 논쟁도 많고 그만큼 분파도 많은 운동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세계에 발을 담글 수 있을 의문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사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성 역할에 대해 슬슬 고민이 생기던 때이긴 했습니다. 성 역할을 강조하는 장난감은 일찍 성 고정관념을 만드니 가능하면 피하자,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성 조숙증 문제도 있고, 그런 것들에 늦게 눈 뜨는 게 좋겠 싶었죠. 쇼핑할 때면 공주 치마보다는 편한 면바지를 골랐고-진이 사촌 오빠들에게 대부분의 옷을 물려 입는 이유가 컸지만-, 장난감 화장대는 검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이 돌 선물로 파란색 모자를 골랐다가 친구에게 “넌 애가 왜 그러냐”는 핀잔까지 들을 정도였죠.


그런 엄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진이는 예쁜 것에 대한 선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모형이 붙은 샌들을 보고 사달라 졸랐고, 친구가 입고 온 공주옷이 부러웠는지 집에서도 몇 번을 예쁘다 강조했습니다-넌씨눈 엄마는 끝까지 못들은척 했지만-. 삼촌이 사준 핑크색 트레이닝 세트가 작아져 소맷단이 손목 위를 한참 올라가도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기까지 했고요.


어린이집 친구들의 영향일까? 원인을 알아낸대도 엄마는 아이의 선호를 바꿀 수 없으니, 기싸움에 진작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덕에 둘째 민이는 일찍부터 핑크 공주님이 되었고요. 아이들은 그렇게 공주 동화와 분홍빛이 가득한 ‘여자 ’라는 세계에 정착했습니다.


성별에 따른 장난감, 색깔 선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회화에 따른 학습일까, 아니면 선천적인 것일까? 몇 년 전 BBC에서 보았던 성별 장난감 선호 실험이 생각났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Wu44AqF0iI

2017년 8월에 BBC에 올라온 영상입니다. 남아에게 여아 옷을 입히고 실험자가 아이와 어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지 관찰죠. 일반인 실험자는 아이를 여아로 오해하고 인형으로 놀아줍니다. 이렇게 일정한 형태의 장난감 추천을 3개월 이상 지속하면 그에 대한 선가 생긴다고 합니다. 특정 성별 장난감 선호가 사회화의 결과임을 증명하는 실험죠.


그에 반대되는 실험도 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이것 또한 BBC가 2014년도에 시행한 실험입니다-. 무작위로 다양한 장난감을 흩어놓으면 원숭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고를까? 암컷 원숭이는 대체로 인형을 골랐고, 수컷 원숭이는 차량 모양의 장난감을 골랐습니다.-아쉽게도 영상엔 정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9xXyw2f7g


그리고 더 이전에는 ‘트랜스 젠더 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실험도 있습니다. 남아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이 어린 시절 사고로 거세당하고 후천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다, 후에 성 정체성에 혼란이 와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야 했던 비극적인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후천적 성 정체성을 넘어 트랜스젠더, 동성애의 후천적 교정 가능성까지 설파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https://youtu.be/vz_7EQWZjmM


성 역할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젠더 토이(Gendered toys)에 관한 주제는 밈(Meme)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아직 치열한 논쟁 중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심약한 엄마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넓은 스펙트럼을 경험해보았으면 하지만, 떼쓰기 시작한 아이들의 요구에 가능하면 맞춰주는 수 밖에요.

https://www.youtube.com/watch?v=srnaXW9ZgZc

미래의 미스 트럼프는 'pink stuff'에 분개했다!!





-참고-

스타일러,  “이제 우리 아이 장난감도, 젠더 프리” https://www.stylermag.co.kr/?p=16501

BBC, “Gender stereotypes:Why do shops divide product by gender?”

https://www.bbc.co.uk/newsround/46530419

국민일보, “성역할, 본능일까…’ 성역할 고정관념 선호하는 원숭이‘ 거 다큐 화제”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489857&code=61121111&cp=nv

‘데이비드 라이머’ 나무위키

https://namu.wiki/w/%EB%8D%B0%EC%9D%B4%EB%B9%84%EB%93%9C%20%EB%9D%BC%EC%9D%B4%EB%A8%B8




Background Photo by Magda Ehlers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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