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e May 11. 2019

육아휴직 7개월이 남긴 것

퇴사 D-60

육아휴직 7개월 차, 퇴사까지는 2개월이 남았습니다-육아휴직을 총 9개월 신청했거든요-. 그동안 뭐했나, 되돌아 보니 육아와 집안일을 하고, 이력서를 간간히 썼고, 자격증 및 기타 공부는 아직 하는 중이고, 여기저기 찔러본 투자는 본전 치기에, 글만 착실히 남았습니다.

무언가 꽂히면 확 타올랐다 금방 식는 ‘금사빠’이기에 예상은 했지만 현타가 왔습니다. 7개월 동안 한결같이 새벽에 일어나 봉두난발 머리를 하고 노트북 앞에 앉던 저였습니다. 밤에는 눈이 시뻘게지다 못해 앞이 뿌옇게 보일 때까지 핸드폰으로 글을 퇴고하던 저였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지천에 널린 고수들이 보였습니다. 흔하디 흔한 육아 이야기인데 누가 찾을까, 아이 이야기 써놓고 현실에선 버럭 하는 건 얼마나 위선적인지. 마음속 깊은 곳 검은 형체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역시 넌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어. 이번에도 도망칠 거지?’하며 킬킬 비웃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회사를 뛰쳐나온 건, 양가 도움 없이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체력의 한계, 그리고 상사의 끝도 없는 부정적 피드백 때문이었습니다. 근데 그건 집안일과 육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이 깨끗한 건 당연한 거고, 어질러져 있으면 제 책임인 건 회사생활과 판박이였습니다.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깨닫는데 딱 7개월이 걸렸습니다. 다 큰 성인이 돼서 동기를 외부-칭찬-에서 으려 하다니! 똑같은 프로세스라면 돈이라도 버는 워킹맘이 더 나을뻔했지만, 이미 늦었죠.

어쩜 그래서 글쓰기에 매달린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큰 이득은 없지만 좋아요나 댓글로 확인되는 긍정적 피드백이  있으니까요.-그마저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조루 같은 열정을 다시 불쏘시개로 쑤셔봐야겠습니다. 마음속 검은 아이를 다독여 돌려보내고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나는 글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이렇게 매달리는 내적 동기는 무엇인가.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남지 않겠다는 몸부림.
내 목소리를 찾겠다는 의지.
무언가 남기겠다는 절박함.

다시 키보드에 손을 얹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녀가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