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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y 02. 2019

자녀가 유학을 가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에 말이야, 진이가 커서 유학 보내 달라면 어떡할 거야?”

한때 나를 사로잡은 희대의 난제, ‘아이가 유학을 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자매품으로는 “음악 전공한다면 어떡할 거야?”가 있다- 유학을 보낸다면, 가뜩이나 외벌이인 형편에 노후계획은 휘청거릴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돈 때문에 아이의 꿈을 꺾는 결과가 된다. 부모의 경제적 안정과 자녀 지원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부모에겐 리만 가설보다 어려운 난제다.  


천정부지로 뛰는 집값, 그에반해 멈춰있는 월급. 요새 살기가 퍽퍽해서인지, 애초에 질문 수위가 높아서인지 주변에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부정적인 편이었다. 친구 K는 “정 원하면 국비 유학생으로 가겠지.”라며 딱 잘라 말했고, 또 다른 친구 H는 “고민은 하겠지만... 미국은 안돼. 거긴 체류비며, 학비며 너무 비싸”라며 약간의 여지를 남겼고, 남편은 “요즘 채용에 유학파 인기 떨어졌어.”라는 한마디로 고민을 일축했다.


대학 시절,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학원 몇 개 다니냐는 질문에 한참을 손으로 세어보다 7개라고 답하던 초등학교 1학년 은우, 과외 시간 내내 온몸을 앞뒤로 흔들며 수업을 거부하던 중학교 2학년 지민이, 배우는 족족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성적이 쑥쑥 올라가던 고등학교 1학년 철희. 그 시간으로 내린 결론은 본인이 원해서 하는 공부는 효과가 좋지만 억지로 시키는 공부는 돈 낭비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공부에 재능이 없다면 일찍 다른 재능을 찾아주려 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도 흥미가 없는데, 성적은 애매하다면? 이것이 가장 흔한 케이스이자, 부모의 고민이 늘어나는 지점이다. 결국 비용을 투입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된 것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간들, 이제 인서울 대학 졸업장이 곧 대기업 취업 보증 수표이던 시대도 지났다는 것이다. 학점, 과외 활동, 스펙 쌓기, 구직 등 넘어야 할 산은 끝도 없고, 언제까지 부모가 옆에서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처음부터 아이가 미래의 목표를 찾고, 달성해 나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 


부모 노릇이란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가 스스로의 꿈을 찾고, 진로를 탐색해가는 과정은 지루하기만 하다.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 마음은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한 번, 또 한 번 도와준다는 게 극성이 되어 ‘헬리콥터맘’ 이라 불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자식 사랑과 목표를 이루려는 열의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열성맘들. 그들이 자식 뒷바라지가 아닌, 사회에서 활약했다면 고속승진은 기본이었으리라. 그들은 단지 목표의 방향이 조금 엇나갔을 뿐이다.


열성맘은 경력이 끊겨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일을 구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그들은 -경제력, 아이 성적 등-은근한 비교가 만연한 엄마들 모임에 억지 미소를 지어가며 좋은 학원과 성적에 관련된 정보를 얻어낸다. 그건 게으르고, 멘탈이 약한 사람이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수확이다. 그런 열성맘이라면 “아이가 유학을 가고 싶어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란 질문에 “그게 고민할 일인가요?”라고 되물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열성맘’이 될 열의도, 자신도 없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를 위해 용감하게 희생할 수 없는 미적지근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목표를 찾아 헤쳐나가야죠.”라는 옳은 듯, 아닌 듯한 대답밖에 할 수 없다.


질문을 바꿔보자.

“아이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아직은 질문에 대한 답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Background Photo ⓒ by free stock photos from www.picjumbo.com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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