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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 Mar 14. 2019

금사빠에게 딴짓이란?

금방 식으면 어때, 또 하면 되지!

퇴사를 결정한 건 입사 이 주 차였습니다. 대표님은 저를 불러 업무 파악 테스트를 시행하셨습니다. 면접 때 익히 들어 각오는 했으나 기대를 뛰어넘는 강한 진상력에 퇴사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을 채운 후 통장에 찍힌 숫자, 그 후 이어지는 결혼, 육아 등의 이벤트에 눌러앉아 5년을 채웠습니다. 매일 집-회사를 반복하던 어느 날, 이렇게 회사에 영혼까지 바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 도전은 크몽이라는 재능마켓이었습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전공이자 주업인 도면, 3D 모델링 등을 작업해주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일이었죠. 세상 물정에 어둡고 의욕만 과해서였을까요, 어이없게도 작업 수수료를 오천 원-크몽에서 정한 기본 금액-으로 설정했습니다. 작업 신청은 많이 들어왔지만 적어도 2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에 수정까지 하면...-말잊못- 스스로를 최저임금 이하로 착취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얼른 판매자 목록에서 제 페이지를 삭제하고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도전은 앙금플라워였습니다. 내심 손재주와 요리는 자부하고 있던 터라 백설기를 찌고, 앙금으로 꽃 만드는 것쯤이야 쉬울 줄 알았습니다. ‘시도할 때는 최소한의 비용만을 들이자!’는 모토대로 일단 재료-앙금, 습식 쌀가루- 구매만 시도해보았습니다. 야심 찬 시작과 달리, 앙금 꽃은 기괴한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떡은 2시간이 되도록 쪄도 익지 않고, 가루 형태만 고집하다 바닥에서부터 잿더미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렇게 금손이 아닌 똥손임을 눈으로 확인하는 수확만을 남기고 두 번째 도전도 접어야 했습니다.


지옥 불빙수 연성!(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713/read/25726696)


세 번째 도전은 오픈마켓이었습니다.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던 터라 최저가 검색엔 도가 터 있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보았던 옷을 오픈마켓에서 두배로 뻥튀기하여 파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옷 고르는 안목이 그럴듯해 보이는 판매자를 찾아내, 30만 원어치의 니트를 사입(구매)했습니다. 문제는 계절과 인내심이었습니다. 처음에 보았던 옷은 여름옷이라 2배를 한다 해도 큰 액수가 아니었지만, 겨울 니트는 알리에서 사들였을 때부터 오픈마켓에서 팔기엔 큰 금액이었습니다. 거기에 배송비용, 포장비용까지 더하면.. 이윤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적었습니다. 다행히 사진을 써도 된다는 알리 판매자의 허락을 구해 제품 이미지를 찍는 수고를 덜 수 있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인지, 광고 부족 때문인지 생각보다 판매 속도가 더뎠습니다. 하필 유행을 타는 디자인이라 마음이 더 급해졌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로 가격을 조금씩 내렸습니다. 손해도 조금씩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봄이 오자 좁은 집 한구석에 쌓인 재고를 보며 남편은 얼른 처리하라고 압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은 눈물의 땡처리로 재고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싸게 사서 좋아요!'라는 상품평을 보는 나의 표정(sbs 드라마)


네 번째 도전은 독서와 글쓰기입니. 어린 시절부터 지속해 온 오랜 취미였습니다. 다행히 시작에 큰돈이 들지 않았습니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고 블로그는 누구나 열 수 있으니까요. 수익이 되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것 하나쯤 있다는 것이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야든 지속을 해야 조금씩 성과가 나오는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 외에도 젠탱글, 옷 만들기, 주식 등 딴짓은 끝이 없습니다. 연애로 치면 저는 ‘금사빠’입니다. 꽂히면 끝을 보지만 얼마 안가 시들해져버리거든요. 매번 새로운 것에 꽂혀 뻘짓을 하지만 도전을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비용, 시간 등의 핑계로 계속 체념하다 보면 일에 파묻혀 나이만 먹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완벽히 갖추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계속 시도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새로운 길이 보일 수도 있겠지요-. 현재를 위해 미래까지 당겨쓰는 욜로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자기 계발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거창하게 꿈까지 거론하진 않아도 누구나 삶에서 좋아하는 것 한 가지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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