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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푸른 Nov 26. 2019

산티아고 순례길(1)

평범한 직장인, 일을 그만두고 떠나다.

소울메이트 

2학년이 되자, 연애도 처음 하게 되고, 남성 소울 메이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울 메이트는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과 목표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소울 메이트는 플랭클린 플래너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를 쓰고 삶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시간관리 매트릭스와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것부터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플래너 맨 앞에 비전선언문을 작성했습니다. 비전선언문은 내 삶에 대한 사명, 선언을 담은 선언문입니다. 

종이에 하고 싶은 것을 적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적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을 떠올리며 적어갔습니다. 20대의 꿈은 세 가지, 인도 마더 테레사 하우스 방문하기, 네팔 등반하기, 가장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갖기가 되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하지만 그것을 마음에 품은 채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졸업 후 남들처럼 취업하게 됩니다. 출퇴근. 불금. 지옥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루했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멍하니 있는 시간이 대다수였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그만둘 수 있을까? 퇴근 시간만을 기다리며 컴퓨터를 보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산티아고 길을 보았습니다. 또다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거기에 가야겠다.’ 마음의 이끌림을 따라가기로 합니다. 필요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산티아고 길이 그리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책은 나침판이 되어주었습니다인터넷의 정보는 쓰기가 책보다는 쉽습니다. 처음엔 블로그를 뒤져보았지만 보기가 쉽지 않고 내용도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보다는 책의 내용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산티아고 관련 책들을 도서관에서 뒤져보았습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9갈래의 길 중 하나의 길만 유명해졌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이 가는 길은 프랑스 길=산티아고 길이라고 부릅니다.)  

그 길 중 남들이 가지 않은 북쪽길을 택했습니다. 당연히 북쪽길은 한국인이 많지 않았습니다. (북쪽길이란 프랑스 북쪽 Irun에서 시작해 프랑스 국경을 넘어 스페인 바닷길을 따라 걷는 길입니다.)     


산티아고로 떠나다.

고민하지 않고 일단 실행합니다. 이미 러시아도 나갔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길을 가지 않는다면 삶의 마지막에서 후회할 거야’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계획을 세운 것은 그날 묶을 숙소와, 어느날 어느 도시를 갈 것인지 그렇게 루트만 정했습니다. 난생 처음 혼자서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고 나니, 그 다음 루트가 보였습니다. 그 도시에서 계획을 하루전날 짜서 다음날을 보냈습니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대로 충실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만 충실했습니다.     

산티아고 전후로 유럽여행과, 포르투갈,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은 덤이었습니다.

camino de santiago 스페인어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총 980km, 스페인 서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라는 지역까지 40일을 걷습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습니다. 산길도 있고 아스팔트 길도 있습니다. 야곱 성인이 걸었다고 해서 순례자의 길로도 유명합니다. 

무작정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 Hendaye 이라는 마을까지 기차를 타고 갑니다. 거기서 30분동안 Irun 까지 걷습니다. 물론 장비는 훌륭했습니다. 튼튼한 신발과 가방이 있었습니다. 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했기에 배낭에 짐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은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므로 가장 큰 고비입니다. 1시간을 걷자 발이 아파집니다. 배낭의 종이 한장도 무겁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짐을 비울 수 있을까’에만 집중합니다. 하나씩 버리게 되면서 꼭 필요한 것만 지고 가게 됩니다. 마치 인생과도 비슷합니다. 마음속에 찌꺼기들을 내려놓는 과정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부모님에 대한 용서로 시작했습니다. 미움, 증오, 불안, 불신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버릴수록 마음과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나의 가면을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걸어가면 다양한 바다의 모습이 보입니다. 처음으로 바다가 그렇게 밝게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것을 봤습니다. 바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반했습니다. 바다는 천의 얼굴입니다. 매일 보아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꾸준히 나의 속도로 걷습니다. 남하고 비교해서 빨리 가거나 경쟁하려고 하면 발이 아파옵니다. 그래서 천천히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일한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다리가 길쭉한 유럽인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앞질러가면서도 항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buen camino! 스페인어로 “좋은 길 되렴!”이라는 뜻입니다.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하니 가는 그들도 축복해주고 즐겁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40일 동안 한국인은 딱 2번 만났습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사탕과 초콜릿을 주었습니다.

한참 걷다가 슈퍼가 나옵니다. 마을 하나를 만나려면 2~3시간은 걸어야 합니다. 흥분해서 많은 음식을 사게 되면 배낭이 무거워집니다. 가방에서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어깨가 저립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여러 간식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배낭에 있는 불필요한 짐들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샴푸, 화장도구, 내일 먹을 물과 음식, 하나씩 버리고 나니 꼭 필요한 것만 남게 되었습니다. 오늘 먹을 물과 간식, 약간의 옷, 우비, 비누만 남았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이렇게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내려놓고 나누면서 살아가야겠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걷는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지도와 나침반이었습니다. 항상 북쪽만 가리키고 있는 나침반과 해를 보면 길을 잃지 않습니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서쪽 방향입니다. 나침판과 해를 보면 어느쪽이 서쪽인지 알 수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에서 길마다 노란색 화살표로 표지판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관리가 안되는 곳은 지워지기도 합니다.  

아침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 걷기 시작합니다. 해는 뒤에서 뜹니다. 걷다보면 그림자가 내 앞으로 걸어옵니다. 그림자가 없어질 때면 정오입니다. 그렇게 해서 그림자가 뒤로 차츰 기울면 결정해야 합니다. ‘더 갈까? 아니면 쉴까?’ 쉬지 않고 계속 가다가는 다음 숙소가 나올 때까지 어둠 속에서 걸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는 걷다가 욕심을 내지 말고 숙소를 잡아 쉬어야 합니다.   

       

“스페인어로 camino, 길은 나의 삶이자 인생길이었다.

 각자의 걸음대로 걷고, 각자가 걷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다.

 다른 이의 속도가 있듯, 나의 속도가 있다. 

 good speed is your speed.” by 푸른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사는 데 있어 고귀하고 빛날 뿐. 각자의 걸음걸이가 다를 뿐 입니다.

나는 이 세상 단 하나 뿐 입니다.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저 길을 돌아갔을 뿐, 나의 속도로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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