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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민 Jun 19. 2021

스타트업, 주니어마케터가 입사했지만 사수가 없어요.

스타트업 신입 마케터에게는 어떤 업무를 시키고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스타트업 신입 마케터에게 어떤 업무를 시키고 대하나요?

나는 신입 마케터 시절부터 사수 없이 일했다. 팀도 없었다. 1인 마케팅팀 팀장은 나, 팀원도 나. 신입 때는 '사수'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제는 받아들였다. 나는 평생 사수 없을 운명인가 보다. 


혼자 일하면 리드 매니저가 될 수 있다.


최근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저희는 스타트업이고, 주니어 마케터를 채용했지만 사수가 없어요. 어떤 업무를 시키는 게 좋을까요? 


이 고민에는 보통 아래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서비스가 알려졌다 → 마케팅이 필요한 '것' 같다 (확신 없음) → 회사 내 마케팅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다 → 기본적으로 남들 다하는 SNS 도 하고 싶고, 유튜브도 해보고 싶다 → 경력직은 부담스러우니 신입 마케터를 뽑아보자 → 사수가 없는데? → 그래도 뽑는다 → 주니어 마케터가 입사한다 → 사수가 없는데? → 뭘 시키지? → 알아서 해보세요. 하고 싶은 것 자유롭게 해 보세요 → 이것저것 해보다 안 되겠어요 퇴사 


도대체 사수 없는 스타트업 주니어에게는 어떤 업무를 시켜야 퇴사를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 회사에 적응을 시킬 수 있을까 고민인 분들을 위해 사수 없이 스타트업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업무와 분위기를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대표님과 수다 수다

 주니어 마케터는 수- 많은 긴장감을 안고 첫 출근을 한다. 어색 어색함을 가득 안고 회사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 세팅을 하고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는다. 나 빼고 다 바쁜 것 같다. 회사에서 이렇게 멍하니 자리에 앉아있어도 되나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들기 전에 대표님 혹은 회사 내 높은 사람은 빠르게 신입 마케터를 납치한다. 장소는 분위기가 편한 곳이 좋다. 회사 내 휴게실이나 탕비실은 직원들이 들락 날락 거리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대표님 방도 추천하지 않는다. (대표님 방은 지금도 이유 없이 들어가기 싫다.) 1층 커피숍이나 회사 밖 커피숍을 추천한다. 커피를 시켜준다. 좋아하는 메뉴를 물어본다.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시켜도 흔쾌히 사준다. 브레드나 케이크를 시키면 점수가 높아진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퇴사하라고 길을 터주지 말자. 가급적이면 본인의 이야기보다는 신입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취미는 무엇인지, 학창 시절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취미가 같다면 주말에 함께하자고 말해본다. 퇴사하라고 길을 터주지 말자.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분위기가 풀어진다면 회사 이야기를 하면 된다. 서비스에 대한 설명, 어떤 마케팅을 진행하고 싶은지.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경쟁사 A SNS를 함께 보면서 이런 거 어때요? 여기서 이런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이런 거 재미있을까요? 우리 서비스에 맞을까요? 의견을 물어본다. 


 전문적은 지식은 아니더라도 주니어 마케터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 이야기하려 할 것이다. 입사하기 전에 회사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본 경험을 통해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저렇게 하면 어떨까요? 의견을 낼 수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아. 그건 아닌 거 같아요.라고 말해본다. 퇴사하라고 길을 터주지 말자. 스스로 아니라고 느껴져도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보자. 


2. 회사 복지, 사용 툴 등 설명 

 '복지'를 설명해준다(연봉계약서는 이미 썼겠지요?). 회사 복지는 정말 중요하다. "궁금한 복지 있어요?"라고 묻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신입사원이 연장근무는 쳐줘요? 야근수당은 있어요? 이거 지원해줘요? 얼마까지 지원해줘요? 가감 없이 물어보기란 스스로 얼마나 세속 같은지. (직접 물으면 회사도 싫어할 거면서). 회사 내 복지를 자료를 정리해 넘기자. A부터 Z까지 아주 세세하게.  

 

 노션, 슬랙 등 사용 툴을 설명해준다. 노션 같은 경우는 관련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회사에서 노션 처음 썼는데 은근히 어렵더라고.)


3. 비슷한 서비스와 경쟁사 마케팅 분석

 이제 업무를 시켜보자. 신입 때 가장 도움되었던 업무는 비슷한 서비스와 경쟁사 마케팅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이 분석해보세요.라고 말한다. 퇴사하라고 길을 터주지 말자.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는 무엇일까요? 경쟁사는 어디일까요? 우리와 전혀 다른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만 핫한 인스타그램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어디인가요? 각각 3개 기업의 인스타그램을 분석해보세요. 분석할 때는 많은 기업 중 그 기업을 분석한 이유와 팔로워 수, 페르소나 (말하는 화자), 컨셉, 어떤 타겟을 염두로 두고 있는지, 콘텐츠 디자인은 어떤 방향인지 (B급, 깔끔한 등). 기업이 대표 색상은 무엇인지 (있다면, 카카오는 노란색 등).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떻게 SNS을 운영해야 하는지 분석해보세요. 


페르소나는 빙그레우스 인스타그램의 경우 빙그레 왕자가 되겠고, 운영자가 화자가 될 수도 있다. 병맛을 콘텐츠화하는 기업도 있고, 깔끔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카카오 등 노란색을 대표색으로 가져가는 곳도 있고 당근마켓처럼 주황색을 가져가는 곳도 있다. 


분석을 하면서 수많은 SNS를 보게 되고 스스로 정리가 되고 우리 서비스와 비교할 수 있었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4. 직원들의 반응

 우리는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마케팅에 대한 조언은 줄 수 없을지라도 호응은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신입 마케터가 인스타에 콘텐츠를 올리면 좋아요를 눌러주자. 블로그 글을 발행했다면 잘 보고 갑니다. 댓글 하나만 달아주자. 슬랙으로 잘 봤어요 ㅇㅇ님이라고 말해줘도 좋다. (이모티콘이라도 눌러주자). 


 사수 없이 혼자 일하는 마케터는 내가 업무를 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특히 혼자 일하기 때문에 고립감이 생길 수도 있고 타 직군과 업무상 겹칠 일이 별로 없다면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마케팅이란 게 특히 콘텐츠 마케터인 경우에 소비자에게 반응이 바로 오는 것이 아니라서. 이런 느낌이 은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신입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없게 좋아요를 눌러보자. 설마 본인 회사 인스타 팔로우도 안 하는 직원은 없겠지? (은근히 많다)


5.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칭찬은 지금도  나를 춤추게 한다

 주니어 마케터에게 칭찬을 해보자.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여기에는 약간의 관심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업무로 바쁘겠지만 신입의 퇴사를 막기 위해 조금의 관심을 기울여보자. 주니어가 진행한 업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말자. 물론 아직 부족한 모습도 많을 것이다. 내가 신입 시절 '더 잘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못한 일에 대한 코멘트가 아니라 칭찬이었다. 사소한 칭찬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부족한 업무 속에서 찾기 힘든 작은 부분을 찾고 찾아서 칭찬해준 선배들의 노력을.  



90년생이 온다. MZ 세대 등등 도대체 왜 신입들을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지 모르겠다. (스스로도 조금 그런 프레임으로 주니어를 바라보았던 것 같아 반성중이다.) 90년대 생, MZ세대가 아니라 그냥 ㅇㅇ님일 뿐인데 말이다. 스타트업은 규모가 큰 회사보다 프레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수 없는 스타트업에 고맙게도 입사해준 주니어 마케터의 퇴사를 막기 위해 우리 조금 눈치를 봐볼까. 신입이 시니어가 되면 그때 놀리자고, 퇴사할까 봐 얼마나 잘해줬는데!!! (전제 - 손에 커피를 사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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