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민 May 20. 2022

수심 5m,안전정지 3분 (15)

#브런치 #소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 #위로 #감동 #여행


처음이잖아요.

스쿠버다이빙 한 번 할 때 공기통에 공기는 200 게이지. 개인의 공기 소모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40분 정도 다이빙을 하며, 함께 바닷속에 들어간 팀 중 한 명의 공기가 50~70 게이지 정도 남으면 모두 다이빙을 끝내고 물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내 공기가 많이 남았더라도 한 명이라도 공기가 부족하면 모두 밖으로 나오는 것이 다이버의 기본적인 배려. 은수의 남은 공기는 50 게이지, 다이빙 시간 25분. 긴장을 많이 할수록 숨이 빨라지고 공기 소모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본인 때문에 함께 바다에 들어간 다이버들이 모두 다이빙을 급하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은수는 마음이 불편했다.


“처음이잖아요.”


은수를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처음이라 서툴다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세상에 살았다. 남에게 처음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고, 꼭꼭 숨겼다. 은수는 바닷속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을 생각했다. 눈만 돌리면 항상 주위에 있던 사람들. 눈을 마주칠 때마다 OK 수신호를 주던 사람들. 물속에서 몸을 가누지 못했을 때 망설임 없이 처음 본 은수의 손을 잡아주던 사람들. 땅에 끌고 다니던 보조 호흡기를 보고 저 뒤에서 빠르게 다가와 정리해주고, 본인의 탐침봉을 손에 걸어주던 사람들. 공기량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물 위로 올라온 사람들.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처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다처럼 넓고 깊은 배려를 내어주었다. 바다도 배려도 은수에게는 모두 꿈 속이었다.


배 위로 올라오자마자 다이버들은 눈을 반짝이며 물속 세상을 쉼 없이 뱉어냈다. 어린 시절, 나는 화가가 될 거야. 대통령이 될 거야. 경찰이 될 거야. 교실 앞에서 스케치북을 들고 자신의 꿈을 발표하던 친구들의 눈빛이었다. 반짝이는 빛나는 사람들의 눈빛.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저렇게 두 눈이 반짝일 수 있을까.


“아직, 바닷속이 잘 안보이죠? 저도 처음에는 저 챙기느라 바빠서 아무것도 못 봤어요. 괜찮아요. 당연한 거예요. 익숙해지면 하나씩 보일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수심 5m,안전정지 3분 (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