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sHya Mar 31. 2024

공간

moving




다년간 살았던 옥탑방에서의 삶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


"언젠가 이사 가야겠지?" 

"아니야 -  별도 보고 달도 보고 옥상에서 바라보는 뷰를 포기할 수 없어"




이 고민 저 고민을 다년간 하면서 정도들고 많은 추억(?)들을 만들고 떠나게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는 수준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밤에 돌아와서 옥상 벤치에 앉아서 맥주 한 캔하며 하늘을 보는 걸로 위로를 받고 

또 다음 날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불꽃축제도 감상할 수 있을만큼의 좋은 뷰여서 좋은 아파트 부럽지 않게 낭만도 즐길 수 있었다.

미울 때도 있지만 또 이런 뷰를 볼 때 적당한 알코올과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나만의 아담한(?)남편의 어깨는 평생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많은 것들을 나에게 나누어 준 감사한 옥탑방. 

힘든 시기에 이곳에 왔지만 오히려 이 공간이 나에게 준 위로는 상상할 수 없다.

결혼이란 행복의 노선을 탔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좋은 집과 

좋은 그 무엇에 끄달려 갈 뻔(?) 했었던 때도 있었다.



그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행복일까 ? 

고민을 정말 많이했었던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많은 이사를 통해서 

집을 소유하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을 소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금의 관점으로 나는 완전히 이 틀에서 벗어났다. 

특히,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큰 영감을 준 건 우리 시댁 식구들이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시댁의 사람들은 

(특히 우리 형님은 집은 사는 곳이라는 걸 나에게 알려준 감사한 분이다.)



"집을 왜 가져야해?" 

"그냥 행복하면 그만이지 -"

(처음엔 아주 그냥 머리에 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첫째, 결혼을 하면 집을 무조건 목표로 삼는다.

왜일까? 나는 왜 집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는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봤다.

그렇게 이어진 생각은 어른들의 생각이 주입식으로 나에게 흘러들어오기 때문으로 이어졌다.

또는 주변 친구들의 시선, 비교 그 뿐이다.

일단, 나는 주변인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패스 - 

또, 친척 어른들의 생각이 스몄을 때 이것에 속아 작은 집을 사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그 집에서 아주 조금 살다 나와버렸다.

(아랫층에 자살사건으로 나오게 된 사연도 있었지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잘된 일이다 생각하고 탈출하듯 나왔다.)

부부가 오래도록 서로 다른 존재로 살아가다 만났는데 

갑자기 어느 공간에 둘이 넣어 놓고선 살라고? 라고 하면, 내가 닭인가? 싶었다.

서로 알아가는 시간들과 사랑하는 시간들을 우린 충분히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집이 주는 느낌은 필요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한 짐짝같은 집이 아니라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작고 아담한 집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큰집은 아니었으나 서로 각자 집에 오래도록 살다가 

어떤 집에서 살고싶은지 서로의 취향이나 공간이 주는 우리의 삶의 방향성 그 외의 생각들이 무시된 채로 

그저 몸 구겨넣어 먹고, 자고, 싸는 동물적 감각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다시금 생각해 봤다.

교육 때문에 어디로 가야지 - 저 동네로 가야지 이 동네로 가야지 하며 옮겨다니거나 정착하는 것.

처음엔 눈이 돌아갔다. 생기지도 아이를 생각하면서 온동네를 알아보기도 했었다.

부푼꿈을 안고서.. 사실상 지금 아이도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지점에 대해서 

한 번 가만히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내가 아이가 있다면? 왜 교육열을 고집하며 그곳으로 가는 것을 고집해야하지? 

나는 늘 살던 집에서 주변에 학교를 다니고 세상 구경은 커녕 

매일 다니는 길을 족히 10년은 넘게 다녔을 것인데 너무 불행했다.

과감히 생각을 바꾼 것이 아이의 교육은 온 세상 속에 있다. 

늘 이동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라를 옮기지 않더라도 이사를 많이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사는 것부터 배워 생각과 마음이 자유롭게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은 다르니까)

2024년인 지금 이 시대라 가능하다고 다짐해 본다. 




그 무엇보다 옥탑에서 살면서 남편의 사업도 망해보고 별에별 일들을 다 겪었지만, 

집이 어쩌고해서 싸운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 집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초대했고,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많은 부분들을 느끼고

영감을 받고 돌아간 지인분들도 더러 있었다.

앞으로 또 살아갈 많은 집과 공간을 생각하며 드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의 마음을 밝히자.

무엇이든 이겨내고 서로 사랑하자.



인간의 마음이 참 우스워 보이는 모든 것이 감정에 따라 움직이니 

다년간 이곳에서 쌓은 나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어디에 있어도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 

옥탑이란 공간에서 

내 마음은 걷고, 뛰고, 쉬었다가 또 걷고 다시 뛰고를 반복하며 무수히 많은 나날들을 보냈다.

성장했고, 잘 배우고 헤어짐을 맞이했다. 

너무 아쉬울만큼 좋은 곳이었다. 

진정한 사랑을 알았고, 나누는 마음도 배웠다. 

남편 덕분에 나의 자존감이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누추한 옥탑방은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내 손길 하나하나 닿으며 보낸 작은 옥탑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작업실 윗층으로 이사한다.

새로운 공간이 주는 낯설음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것이다.

그곳에서 일어난 모든 에피소드와 

생각들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의  '위로'가 활짝 열렸다.

일상에서 그리고 때론 다른 세상 밖의 이야기를 담을 것이다.

그 공간이 어디가 되었든 위로받고 나눌 것이다. 












옥탑에서 사랑하고 나눴던 무한한 에너지로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위로를 꿈꾼다.



집이란, 

NO-! Buying 

living and staying







일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