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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Hana May 10. 2021

피해자 삼각형감식(鑑識) 법

피해자 삼각형의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 삼각형에서의 스타팅 게이트 역할은 우리 각자가 이 관계 역학을 시작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역할이 자아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죠. 스타팅 게이트 박해자나, 구원자, 피해자가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역학에 기반해 형성한 무의식적 핵심 믿음(core belief)이 있지요. 이 믿음이 이후 인생의 주요 테마로 발전하여, 삼각형의 특정 스타팅 게이트 정체성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게 합니다. 


셀리(Sally)의 어머니는 신체장애가 있고, 처방된 약에 대한 중독 증세가 있었습니다. 가장 어릴 적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어린 그녀는 항상 어머니에 대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는 대신, 그녀는 무력한 아이처럼 구는 어머니의 “작은 부모”가 되었죠. 이런 유년 시절 시나리오는 셀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 역할을 떠맡는 일종의 “인생 극본”이 되었습니다. 타인을 돌보는 행위가 그녀가 타인과 관계 맺는 주된 방식이었습니다. 


셀리와 같은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들은 이런 핵심 신념을 품고 있습니다. “내게 필요한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게 내 가치를 증명하는 길이야.” 이런 믿음을 품은 사람들은 항상 그들이 구원할 누군가(피해자)를 필요로 합니다. 셀리 같은 사람이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할 방법이 그 외에 뭐가 있겠어요? 


자신을 항상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바른 대답, 해결책을 가진 사람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셀리는 어지간해서는 자신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리 역시 삼각형의 피해자 위치를 피할 수 없습니다.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가 피해자 위치에 도달하면, 그들은 종종 순교자(martyr)가 됩니다. 그들은 이렇게 불평하죠.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네가 나한테 돌려주는 게 고작 이런 거야?”  


스타팅 게이트 박해자들은, 이와 반대로, 자신을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로 바라봅니다. 이런 시각이 그들의 폭력적 행위를 정당화하지요. “그렇게 당해도 싼 사람들이었다고요, 문자 그대로 자업자득이라니깐요!”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지요. 그들은 이런 핵심 신념을 품고 삽니다. “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사람은 믿을 게 못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해치기 전에 내가 먼저 행동해야 해!” 피할 수 없는 공격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주먹을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들이 자신의 돌봄 행위를 멈춤으로써 박해자의 역할로 전환한다면(“이걸로 끝이야. 더 이상 널 위해서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할 거야.”), 스타팅 게이트 박해자들은 아주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구원합니다. 


의사인 밥(Bob)은 종종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걸 정당화합니다. 그가 불편함, 불만이나 고통에 대응하는 주된 방법은 공격이었죠. 한 번은 그가 골프 코스에서 담당 환자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화는 대략 이렇게 진행되었죠. 

“린(Lynne), 그 환자가 나한테 자기 무릎을 치료해 달라고 했다 니까요, 바로 그 자리에서! 내가 유일하게 쉬는 날에!”

“그래요, 바운더리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그래서 해달라는 치료를 해줬죠” 그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내 병원으로 데려가서 평생 잊지 못할 스테로이드 주사를 놔줬죠.”

배려심 없는 그 환자를 도와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감히 치료해달라고 물은 대가로 벌을 준 것이죠. 밥은 그 행동이 이성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환자가 자기 자유 시간에 대한 선을 넘었으니, 거친 처방을 받아도 싸다고 믿은 것이죠. 이런 패턴이 스타팅 게이트 박해자의 전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밥은 환자가 치료해달라고 물었을 때, 단순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가 피해의식을 느낄 필요도, 환자를 도와줄 필요도 없었지요. 자신의 바운더리를 분명히 세우는 게 밥에게는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당한 대로 갚아줄 권리, 심지어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 역시 특정한 핵심 신념을 품고 삽니다. 스스로 자신을 돌 볼 수 없다고, 삶을 안정적으로 다룰 능력이 자신에게 없다고 믿습니다. 다른 역할들보다 한 수 아래 위치하면서도, 스스로를 구원할 방법을 찾아내죠. 잠재적인 구원자에게 “날 도울 사람은 너밖에 없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가 듣기 가장 좋아하는 말이죠! 


스타팅 게이트 정체성은 보통 어린 시절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부모가 교육하지 않았다면,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을 돌보는 데 무능하다고 느끼거나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돌봄을 받지 못했을 때 다른 사람을 탓하는 (박해자 역할) 패턴을 보입니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평생 피해자 삼각형을 돌며 살아가게 되죠. 


피해자 삼각형의 관계 역학에서 수많은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를 개별적으로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왜곡된 관계는 일상적인 타인과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반복됩니다. 내면적 역할 전환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죠. 정직하지 못한, 역기능적 내면의 대화를 통해 삼각형 안에서 역할극을 계속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자신을 게으르고, 무능력하고, 문제 있는 사람으로 심하게 비난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습니다(박해자). 이 목소리를 계속 들을수록 분노가 치솟고,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느끼게 됩니다. 마음속으로 웅크려 들수록, 이 목소리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같이 켜져 갑니다(피해자). 드디어 더 참을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면, 스스로를 정당화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해 생각하거나, 아니면 어떤 도피처를 찾는 방식으로 그 목소리에서 도망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구원하는 거죠. 이 사이클은 몇 분, 몇 시간 아니면 며칠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가 이미 아는 걸 부인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나 타인을 구원하기도 합니다. “다른 데 관심을 쏟고, 내가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 아마 어디로 사라질 거야.” 부정(denial), 내적 갈등을 포함한 모든 내적 드라마는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끊임없이 느끼도록 하는 악순환을 반복시킵니다. 삼각형 사이클을 돌고 돌 수록 스스로를 폄하하는 메시지가 계속되죠. 피해자 삼각형은 사람들이 수치심을 계속 느끼도록 하는 수치심 기계가 됩니다. 이 시끄럽고 해로운 기계의 전원을 끄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피해자 삼각형에 있다는 걸 인지하기 전까지는 이 사이클을 멈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 분명하게 의식하면, 스스로가 타인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통해 스타팅 게이트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죠.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내가 뭐에 낚였지? 피해자 삼각형 중 어느 역할에 내가 첫 발을 들였지?” 이런 단순한 질문을 통해서 우리 안의 내적 관찰자가 비판이나 평가 없이, 단순히 관찰하는 훈련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특별히 감정적인 순간이나 살 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대화에 주목해 보세요. 


각 세 역할이 관계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하는지, 그리고 그 대가로 뭘 받는지 알면 피해자 삼각형을 분명히 의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각 역할은 자신만의 언어, 신념 체계와 행동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알면 자신이 지금 삼각형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아는 데 도움이 되지요. 삼각형 사이클에 낚여 감정에 휩싸인 순간에도,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좀 더 빠르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각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이 글은 제가 피해자 삼각형을 배운 선생님 린 포레스트(Lynne Forrest)의 글 “The Three Faces of Victim - an overview of the Victime Triangle”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본은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lynneforrest.com/articles/2008/06/the-faces-of-victim/?fbclid=IwAR0scyq0z5QN54fJSN-kWoCWBYVr93KIEwoN46E285Cg1m6SeDvWZWqb9MU 


Photo by Nathan Dumla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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