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중에 다른 생각을 했던 적이 있나요? 내가 지금 입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자세를 바꾸고 싶은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지?, 잠깐, 내일 첫 미팅이 몇 시더라, 쟤 지금 뭘 하려는 거지?, 끝나고 내가 먼저 샤워하러 가도 되나... 상대가 남편이 아니라 애인이라면 머릿속 시나리오는 훨씬 더 다양해지고, 뒤따르는 생각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생각이 많은 성관계의 가장 큰 단점은 느낄 새가 없다는 거죠. 사람의 관심은 아주 단순하게 작동해서 동시에 생각하고 느끼지를 못합니다. 생각이 아니라 느낌에 집중할수록 좋은 섹스가 될 가능성이 높고, 느낌이 아니라 생각에 집중할수록 그렇고 그런 잠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데, 생각을 끄고 느낌에 집중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에서 감각으로 전환하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은 속도를 늦추는 겁니다. 아주 천천히, 이보다 더 느리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속도를 늦추면, 몸에 솜털까지 곧추서면서 두 사람의 주의력이 순식간에 집중되는 걸 느낄 수 있죠. 기계적인 움직임이나 머릿속의 잡생각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주의가 감각에 집중되었을 때, 친밀하고 비옥한 성관계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생소한 표현이죠, “비옥한 성관계". 급하게 한 끼 때우듯이 하는 섹스나, 같은 식탁에 앉아 서로 말없이 텔레비전만 쳐다보는 것처럼 단절된 섹스가 아니라, 파트너와 내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골고루 공급하는 풍요로운 성관계 말입니다. 정말 좋은 잠자리를 하고 나서 다음 날 주변 사람들에게 '화색이 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평소보다 생기가 돌고, 기분이 좋고, 갑자기 매력이 배가 된 것 같은 느낌, 슬로 섹스를 통해 자신의 몸과 에너지를 돌본 여자들이 자주 하는 증언입니다. 생활에 윤기가 흐르지요.
세상 모든 여자가 이런 비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각에 집중할 안전한 공간, 그리고 충분한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이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장담합니다. 누구나 가능합니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자꾸만 무언가 더하려는 충동을 따라가면 안 됩니다. 관심과 감각을 흐리거든요. 충만한 감각을 느끼기 원한다면 더하기보다는 덜어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감각을 못 느끼면 더 세게, 더 빨리, 속도와 강도를 더하려는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계속 센 자극을 반복하다 보면 오히려 감각이 둔해져서 점점 더 큰 충격을 줘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반대로 더 느리고, 더 가벼운 터치를 연습하면, 압력이 아니라 섬세한 주의력으로 긴장을 유지하게 되지요. 몸의 감각을 되살려서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반응을 느끼도록 몸을 섬세하게 가꾸는 게 당장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장기적으로 훨씬 유익한 투자 방향입니다.
이왕 몸의 감각을 살리는 데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포르노, 로맨스, 영화에서 본 장면 등등 '성은 어떠해야 한다'라는 생각도 내려놓기를 권합니다. 물론 당신이 여가 시간에 뭘 보든, 그건 제 알 바가 아니지요. 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 이상, 누구나 하고 싶은 데로 행복하게 살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자신의 의지나 원래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한 효과가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포르노와 관련해서 남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포르노로 느끼는 성적 감각에 너무 익숙해져서, 실제 파트너와 관계에서 자신이 무감각하다고 느낄 때, 이미 한 종류의 감각에 익숙해진 자신의 몸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포르노에 대한 사람들의 온갖 의견이나 논쟁과는 별도로, 이건 현실적으로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로맨스는 재미있지요. 하지만 몸은 꼭 공식을 따라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환상적인 데이트를 하고 나서 집에서 혼자 자고 싶은 날이 있고, 아무런 말없이 몸으로 통하는 섹스를 하고 싶은 날이 있지요. 성관계가 어떤 시나리오의 일부, 당사자들 간의 암묵적 기대가 될 때 성을 둘러싼 일종의 거래가 일어날 위험이 생깁니다.
성에 대한 수많은 규범, 공식, 환상에서 벗어나 내가 느끼기에 좋은 성생활을 시작하는 출발점은 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입니다. 이건 내가 상대방에게 표현하지 않은 기대, 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은 욕망, 남에게 들키기 싫은 수치심 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으로 연결됩니다. 성은 홈쇼핑 패키지 마냥 어딘가 슬쩍 끼워 넣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 자체로 너무나 중요하고, 다른 영역의 법칙을 따라 작동하지도 않습니다. 성에 관한 한 말을 얼버무리거나,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정색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게 파트너 사이에 신뢰를 쌓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성관계에서든, 성생활에 대한 파트너와의 대화에서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을 집중하는 연습을 하세요. 당신의 성생활은 그 정도의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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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다음 책을 참조하세요.
"Slow Sex: the art and craft of the female orgasm" Nicole Deadone(2012)
https://www.amazon.com/Slow-Sex-Craft-Female-Orgasm/dp/044656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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