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2017년 1월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발 대혼란을 틈타 A형 독감이 유행했고, 조류 독감까지 창궐해 당시 3천만 마리에 가까운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남북 실무 회담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독감 시즌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회복 중이지만 어머니도 독감에 걸렸고, 지인도 독감 때문에 고생 중이라는 소식과 함께... 게다가 무술년 독감은 심상치 않은 듯하다.
“올 겨울 A-B형 독감 동시유행…백신, 교차면역력 없어요” - 헤럴드 경제(2018.1.11)
올 겨울 독감(인플루엔자)의 기세가 심상찮다. 최근 한 달여 만에 환자가 10배가량 증가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30일 전국 표본 감시 의료기관 200곳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 중 71.8명이 독감 의심 환자로 분류됐다.
그래서인지 병원마다 독감 환자들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하루빨리 독감 시즌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독감과 감기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독감은 소홀하게 다뤄서는 안 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A형과 B형이 있는데 이중 A형 독감은 무섭다. 역사적으로 독감이 대유행했을 때 사망자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독감 유사 증상을 일으키나 진정한 독감은 A형과 B형에 의해서만 유발될 수 있다.
특히 A형 독감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변이를 일으켜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면역력이 거의 없는 새로운 종으로 변화된다.
이런 이유로 A형이 독감의 진정한 갑. 독감으로 인한 환자 수는 매년 차이가 있으나 바이러스 변종이 퍼지는 경우 전 세계적으로 수 백만의 환자가 사망한다. 20세기에 발생한 역사적인 A형 독감으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A형 H1N1, 약 5천만 명 사망, 정확한 추산은 어렵다고 함)
1957년 아시아 독감 (A형 H2N2, 약 100만 명 사망)
1968년 홍콩 독감 (A형 H3N2, 약 80만 명 사망)
1977년 러시아 독감 (A형 H2N2, 약 100만 명 사망)
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2015년, 약 85만 명이 독감으로 진료를 받았다. 독감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는 무려 2천여 명에 이른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인해 38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독감의 사망자 수가 훨씬 많다. 메르스보다 독감이 더 무섭다는 얘기다.
이렇게 연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독감은 그저 지독한 감기의 일종이란 말인가?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 사진을 비교해봐도 왠지 독감이 감기보다 더 무서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독감과 감기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감염 경로
감기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에서 퍼져 나온 미세한 입자를 통하여 쉽게 전파된다. 많은 경우에 감염된 사람과 손을 접촉한 경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 등을 통해서도 코와 목으로 감염된다.
■발생 시기
감기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흔하지만 일 년 중 어느 때나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는 아직 면역력이 약하고 집단 시설에서 바이러스가 빨리 퍼지므로 어른보다 감기에 걸리기 쉽다.
■감기 증상
초기 증상은 보통 감염된 후 12시간에서 3일 이내 나타난다. 증상이 수시간 내에 빠르게 악화되는 독감과는 달리 감염 후 24~48시간 사이에 가장 심하다. 증상은 다음과 같다.
잦은 재채기
초기에는 맑고 물 같은 콧물이 나고 후기에는 끈적이고 푸른빛을 띤 콧물이 남
경미한 발열과 두통
인후통과 기침
■감기 합병증
일부 환자들은 감기가 흉부(급성 기관지염)나 부비동(부비동염), 귀의 통증이 있는 귀의 감염(중이염, 어린이 급성 중이염) 등이 합병되기도 한다.
■감염 경로
매우 전염력이 강하고 주로 상기도를 침범하며 환자의 재채기나 기침으로 쉽게 공기 중으로 전파되며 사람들 간의 직접 접촉에 의해서도 전염된다.
■발생 시기
주로 겨울에 발생하며 유행한다.
■독감 증상
독감 증상은 감염 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나타난다. 단순 감기 증상이 독감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감 증상은 감기보다 매우 심하다. 첫 번째 증상은 경미한 오한이며, 수 시간 내에 악화되어 다음 증상이 나타난다.
고열과 발한, 오한
근육통, 특히 요통
심한 쇠약감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독감 합병증
가장 흔한 독감 합병증은 기도와 세균 감염(급성 기관지염), 폐 감염(폐렴)이며 어린이, 고령자, 만성 심장 질환자 혹은 폐 질환자,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과 같은 면역력 저하자, 혹은 당뇨병 환자 같은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조류 독감(Avian Influenza, AI 독감)
참고로 조류 독감은 가금류인 닭, 오리나 야생 조류 등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드물게 사람에게도 감염된다. 2017년 조류 독감은 당시 늑장 대응으로 인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었다.
2016년 가을 즈음에 독감에 걸려 거의 일주일을 고생한 적이 있다. 사실 증상만 놓고 보면 심한 몸살과 같기도 하다. 특히 초기 증상으로 고열, 발한, 오한, 근육통과 요통, 심한 쇠약감이 들었다. 급기야 월요일은 병가를 냈었다. 주말에 발병해 다행이긴 했으나 하루 종일 꼼짝도 못 할 정도로 이불과 씨름해야만 했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재채기, 코막힘, 콧물, 기침)은 없었고 인후통은 동반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을 감안하더라도)갑자기 찾아온 독감에 속수무책이긴 했으나 식사에 신경을 썼고(죽 사러 가기 너무 힘들었음), 증상 때문에 꼼짝하기 힘들어 잠만 자며 푹 쉬었다. 생강 성분이 들어간 쌍화탕을 규칙적으로 복용한 덕분에 급성 증상들은 3일 만에 해결이 되었다. 나머지 3~4일간은 가벼운 쇠약감과 목소리가 변한 것 외에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죽다 살아난 게 이런 기분이랄까).
결과적으로 평소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식사와 운동이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체의 자연치유력은 놀라울 따름이다. 증상을 잘 관찰하면 부작용이 더 많은 항생제나 해열제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은 명백하다.
대부분의 독감에 항생제를 처방하지만, 복용한다 해도 별 효과가 없다. 항생제는 박테리아(bacteria), 즉 세균에 의한 질병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생제를 짧은 기간 동안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아직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았지만, 박테리아 저항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항체는 항생제 치료 과정에서 모든 병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때 생겨난다. 이렇게 살아남은 병균들은 항생제에 대해 저항력이 강해진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변종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항생제가 독감에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박테리아 감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가 도움이 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인지, 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인지 진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평소 건강한 사람은 증상을 잘 관찰하면서 경과를 잘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고령이거나 다른 질병 등이 있는 위험군에 속한 경우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독감 유행 경보가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단연코 마스크와 예방접종이다. 특히 예방접종은 어린이를 제외한 고위험군, 의료 기관이나 노인을 돌보는 사람과 같이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에게 추천한다. 예방접종을 매년 할 경우 접종자 중 약 2/3는 감염 예방 효과가 있으나 완전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스스로 변이를 거치므로 매년 다른 종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때문이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특정 지역에서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를 예상하여 매년 가을에 예방접종할 바이러스 종류를 추천한다(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 보기)
앞서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는 0.05~0.1% 정도. 낮은 수치라고 하지만 주로 아이들이나 이미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는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망한 경우 중 일부는 독감이 유행하던 시절 응급실에서 열을 빨리 내리기 위해 해열제를 과다 투여했을 때 발생한다. 즉, 사망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가 아니라 면역력을 높이려는 우리 몸의 반응을 억제하려는 약물로 인한 급성 독성 때문이다.
열(Fever)에 대해 잠깐 얘기해보자. 열은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열이 있는 경우 차가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미지근한 물로 적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거나, 이불을 덮지 말고, 부채나 선풍기 등을 이용해 체온을 내리는 것이 좋다. 어린이의 경우는 열성 경련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12세 이하의 어린이에게는 아스피린과 같은 해열제는 금해야 한다.
참고 : ACP - Complete Home Medical Guide
참고: 네이버 건강 백과, 두산 백과, 위키 백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참고 : <겨울철 독감 유행이라지만…새벽 4시부터 대기 "소아과 북새통, 전쟁 방불케"> - 매일신문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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