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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Apr 17. 2018

당신이 지닌 최고의 의사! '운동'을 위한 안내서

여는 글: 지구별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운동 안내서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엔 지구인 아서 덴트(마틴 프리만 분)의 친구이자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모스 데프 분)가 등장한다. 외계인 포드의 목적은 은하수 여행에 필요한 안내서 개정판을 준비하는 것. 아서와 포드는 우주 고속도로 건설 도로부지에 위치한 지구를 폭파하려는 ‘은하계 초공간 개발위원회’ 소속 우주인들에 의해 지구가 파괴되기 직전 우주선에 구사일생으로 탑승하게 된다. 

세 영화의 공통점은 안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구로 온 외계인과의 접촉을 다룬 <컨택트, 2016>와 지구 침략을 위해 사전 정보 입수 차 인간의 몸을 빌려 인간의 언어 개념을 수집한다는 내용을 다룬 <산책하는 침략자, 2017>엔 공통점이 있다. 비록 안내서는 아니더라도 그 역할을 담당하는 언어학자와 가이드가 등장한다는 것.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처음 우주여행을 하게 된 평범한 지구인, 외계인과 처음 대화를 시도하려는 지구인, 지구인과 처음 만나는 외계인 모두에게 안내서 혹은 안내자가 필요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30년 넘게 운동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운동 안내서>로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별을 처음 여행하는 동시에 삶을 처음 여행하는 – 그래서 더욱 운동이 필요한 – 존재들이다(혹시 두 번째 지구에 온 사람이 있는가?). ‘운동’이라는 것을 처음 하거나, 하고 있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그리고 결심만 하고 몇 달째 시도조차 못하는 혹은 아예  운동의 필요성 조차 못 느끼는 지구인을 위해 앞서 말한 영화처럼 안내서 혹은 안내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운동 안내서>의 여는 글을 쓴다.


물론 운동에 관련된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운동 동작을 설명하는 것, 트레이닝 기법이나 건강에 효과가 있는 운동법을 넘어 운동을 하지 않는 이들, 운동을 시작하려는 이들, 운동을 하고 있지만 지속하는 동력을 잃은 이들을 위한 운동 안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있더라도 뇌를 연구한 기준으로 설명하거나, 너무 지적이어서 – 개인적으론 재밌지만 – 잘 읽히지 않는 책도 있다(앞으로 쓸 글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재밌게 쓰는 재주는 없더라도 성실하게 써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 역시 더 나은 안내자가 되고 싶다. 꼭 <운동 안내서> 카테고리가 아니더라도 푸샵.com 전체가 운동 안내서 역할을 할 것이다. 


어렸을 때 꽤 많은 움직임 즉, 놀이와 스포츠를 했었다고 <여는글: 당신의 몸은 곧 당신이다 – 1편>에서 얘기했다. 그 움직임들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 몸을 만들겠다는 – 목적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과 놀이라는 움직임 그 자체가 어린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 어린이에게 그보다 더 좋은 목적과 의미가 있을까.

운동은 지적 즐거움과 더불어 도덕적인 자극도 줄 수 있다. 운동으로 사고가 바뀔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사고를 통해 운동이 달라질 수도 있다. 

– <인생학교: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중에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와 학창 시절에 많이 움직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그것은 분명 건강은 물론 나의 정서와 가치관 그리고 도덕성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 운동이라는 것을 한 중2 때 이후로 30년이 흘렀다. 30년!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50~60년 간은 운동을 지속할 것이다. 내 움직임은 대지에 스며들었을 때 끝 날 것이며,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자 자연의 이치 이기도 하다.


‘운동(Exercise)’ 그리고 ‘놀이(Play)’

세상엔 다양한 운동이 존재한다. 그래서 안내서가 더욱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운동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 시간을 내야 할 것 같고, 의지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이것 저것 준비물도 있어야 할 거 같고, 헬스장엘 가야 할 것 같고, PT를 등록해야 할 것 같고, 실내는 답답하니 야외라도 나가야 왠지 운동이 될 것 같고… 왠지 모를 부담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운동을 ‘움직임(movement)’이나 ‘놀이(Play)’로 바꿔보면 어떤가?


“움직이는 거야 뭐, 매일 하는 건데.”

“놀이라면 즐겁지. 매일 하면 좋을 정도로”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최초로 놀이의 개념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으로 놀이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었다. 그가 1938년에 쓴 『호모 루덴스』에서 놀이의 문화적 창조력을 강조하면서 놀이가 문화적 잔존물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180도 바꿔 놓았다. 놀이는 법, 정치, 예술, 전쟁 등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정의한 놀이의 본질적 특성 2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놀이란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며, 움직임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그 자체다. 즉, 기쁨이 있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활동이다. 둘째, 놀이란 모든 참여자에 의해 인정받는 어떤 일정한 원칙과 규칙 즉, ‘놀이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활동이며, 거기에는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중에서

움직임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그 자체라고 강조하면서 인간은 놀이를 통해서 인생관과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놀이 정신이 없을 때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하위징아는 내린다. “사냥은 물론 전쟁조차도 놀이의 성격이 있으며,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전혀 없다.”는 말과 함께. 그가 정의한 놀이 대신에 운동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하위징아의 말처럼 놀이와 함께 문명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놀이가 ‘움직임’ 자체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움직임을 통해 발전해 왔고 당신도 움직임 자체이다. 

인류는 움직임을 통해 발전해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규칙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무기력하고, 우울해진다. 발전이란 없는 것이다.

운동이 의지를 가지고 특정 목적을 위해 할 수도 있지만 몸을 움직인다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기도 하다. 평일 퇴근해서 혹은 주말이면 의자, 소파, 침대 그리고 방바닥과 혼연일체가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몸을 움직이거나 놀이를 하는 건 당신에게 식은 죽 먹기 아닌가. 비록 마음이 몸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당신이 몸을 움직이지 않을수록 무기력해지고, 우울감을 느끼면서 생기가 점점 없어져가는 것을 경험해본 적은 없는가 말이다. 


내가 하루 18시간을 일해야 할 정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도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있다. 숨쉬기 운동 즉, 복식호흡과 식사 후 걷기다. 이 간단한 운동조차도 습관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하지 않으면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특히 심호흡은 명상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 때 대안으로 사용하는데, 일을 하는 순간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후 걷기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5~20분 정도 한다. 이때 숨쉬기 운동과 함께 병행하면 ‘걷기 명상’이 된다. 둘 다 운동이면서 움직임이다. 나는 매일 어떤 식으로든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려고 한다. 


움직임은 생명이라는데, 과연 운동이란 무엇인가? 

2천 년 전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움직임(운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움직임은 생명이다(Motion is Life)


움직임은 역동적이며, 생명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이미지: http://www.scott-eaton.com/2010/bodies-in-motion-ii).


당신은 움직이는 동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잘 움직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일상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세상. 그로 인해 몸과 마음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적당히 움직이고 운동하면서 활동량에 맞는 영양과 칼로리를 섭취하면 해결될 ‘생활습관병(Lifestyle Related Disease)’이라 불리는 건강상의 문제들도 알약 하나로 고치려는 '운동부족병(Hypokinetic Disease, 운동기능 감소증)'을 앓고 있는 시대.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을까? 145년 전인 1873년, 영국 총리 에드워드 스탠리는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만간 아플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는 말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운동하면 작자 미상의 "운동은 '너무 많이 먹었어'의 벌이 아니다."란 말이 떠오른다. 단지 운동을 다이어트만을 위한 수단으로 소모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날린 말이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운동의 의미가 달리 다가올 것이다. 누군가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체력을 만들기 위해,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공부를 더 잘 하고 싶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그리고 살기 위해서 등등 저마다 운동에 대한 의미가 다를 것이다.


과연 운동이란 무엇인가? 거창하게 철학적으로 혹은 무미건조하게 교과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운동(Exercise):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2. 운동(Movement): 생물이 그 몸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간적으로 이동시키는 동작을 일컬음.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결국 운동은 ‘목적을 가지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 단순한 행위가 당신의 몸과 마음에 끼치는 좋은 영향은 꽤나 다양하며 그 효과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의학박사이자 달리기 철학자 조지 쉬언(George Sheehan)은 “인간은 운동을 통해 자유로워진다. 운동은 자신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스스로 깨닫게 한다.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우리 모두에게 운동은 그 어떤 행위보다 빠르게, 고통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대답을 들려준다.”라고 했다. 

운동은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신의 잠재력이 얼마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 운동은 당신의 잠재력을 일깨워주고, 당신 자신을 알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 말이 이해가 잘 안 간다면 <만약 신성한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몸>을 읽어보길 바란다. 학자들이 말하는 운동이 수명을 연장시켜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활력을 주고 더 많은 젊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벗어던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할 경우 생체 나이가 남자는 8년, 여자는 9.1년 더 젊어진다고 한다. 도대체 운동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다음 편에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함께 보면 좋은 글: 


본문 이미지 출처: http://www.scott-eaton.com/2010/bodies-in-motion-ii
참고: 푸샵 블로그
참고: <인생학교: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데이먼 영 지음 | 구미화 옮김 | 프런티어(2016)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NSCA-CPT, 스포츠영양코치, 생활스포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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