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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Oct 17. 2020

[운동 안내서]우리는 무엇인가? "운동을 많이 합니다"

존재의 근원 고요함(Still)과 움직임(Movement) - 3

앞서 <우리는 무엇인가? 정지(Rest)와 운동(Movement)>편에서 만물의 움직임에 대해 서양은 보이는 현상과 전진적 관점으로, 동양은 보이지 않는 원리와 순환적 관점에서 이해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관점은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했다. 


또한 동양의 ‘기氣’는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인 ‘춤추는 에너지 실’, ‘진동하는 끈’으로 상징되는 ‘움직임ㆍ운동ㆍ運動ㆍMovementㆍExercise’ 그 자체이며 모든 것과 상호작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운행 원리는 우리 몸에 구현되어 있으며, 움직일 때 무한한 가능성과 변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운동 안내서] 우주를 만드는 세 가지 재료: 모든 것이 하나> 편의 내용을 소환해보자. 


에너지와 기氣는 근원이자 움직임 그 자체


근원에 관한 질문 ‘물질은 무엇으로 구성되고, 우리는 무엇인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역사와 더불어 사색해 온 작업이다. 양자역학은 물질의 구성이 원자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움직이는 기본 입자들과 힘의 관계라고 분석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물질관을 수정하면서 중대한 오류를 지적한 것이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즉 물질이 에너지의 한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물질의 입자는 기본적인 어떤 ‘요소’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마치 ‘춤추는 에너지 실’ 같은) 에너지 뭉치라는 뜻이다. 또한 에너지는 활동성과 작용에 결부되어 있으므로, 입자는 본래 움직임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물질의 운동성이 바로 존재의 본질이라는 것을 확인시켰다. 

물체로 나타나는 모든 존재는, 입자가 주위를 빠르게 맴돈다는 의미에서 진동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의 작용 그 자체이다. 따라서 물체의 존재와 운동은 분리될 수 없다. 우리 몸속에 내재된 움직임과 운동능력을 분리해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동양의 사유체계에서는 처음부터 물질이 에너지임을 이해했다.
이를 테면 기(氣)를 물질의 근본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우주생성의 근본으로 여겼다. 

기(氣)는 변화의 원으로서 활력 있는 에너지의 흐름, 즉 (영화 <스타워즈>의) ‘힘(Force)’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힘은 현재 움직이는 것만이 아니라 계속 운동하려고 하는 ‘가능성’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힘의 운동은 당기고 반발하며, 한 위치로 집중하기도 하고 분산되기도 하다가, 강약이 생기면 그 세력의 균형을 이루려고 한다.[1]


이와 같은 움직임을 유교 경전 중 하나인《주역周易》에서는 ‘한 번 음하고 한 번 양한다(一陰 一陽)’고 하여, 존재의 원리인 도道로 규정하였다. 하지만 

움직임(Movement)과 고요함(Still)이 단서가 없고
음양이란 시초가 없다(動靜無端 陰陽無始)

고 덧붙여 움직임과 고요함, 음과 양 사이를 확연히 경계 지을 수 없다고 했다. 기는 단지 물리학적인 의미, 즉 에너지뿐만이 아니라, 생물학적ㆍ심리학적으로 생명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인간의 정신도 기로써 파악했는데, 이는 인간의 인식작용과 의식작용까지 기의 작용으로 이해한 것이다.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는 요가. 요가(Yoga)는 합일(Union)이라는 뜻도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따라서 음양의 드러남은 기를 바탕으로 한다고 전제한 동양 사유는 처음부터 기를 우주생성의 근본요소 또는 존재의 근원으로 여긴 것이다.《주역》계사전(繫辭傳)에서, “복희씨(伏羲氏, 고대 전설상의 임금)가 하늘의 상(象), 땅의 법(法), 조수(鳥獸)의 현상, 땅의 적당함(適宣)을 보아 가까이는 내 몸에서, 멀리는 만물에서 취하여, 팔괘(八卦)를 지어, 만물의 실정을 분류하였다”고 한 것은 역동적인 기의 개념을 상징체계로 다듬어 놓았다는 표현이다.[2]

그래서 인간의 사주를 들여다보는 주역학자들이 

운이 좋지 않을 때는 몸을 움직이면, 나쁜 운이 점점 좋은 쪽으로 변한다

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동양 철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든 사물과 사건들의 통일성과 공동의 상호관계에 대한 깨달음에 있다. 이것은 우주의 모든 현상에 대해, 동일한 궁극적 실재가 다양한 모형으로 드러난다고 이해한 것이다. 때문에 계절의 변화에서부터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의 유기적 영고성쇠(榮枯盛衰)[3]를 음양이라는 두 기의 ‘순환운동’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순환운동은 인체를 비롯해 모든 생명체에 적용된다.


동양의학 역시 ‘인체의 음양’이라는 균형 위에 기초하므로, 어떤 질환도 이 균형이 무너져 생기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인체는 전체적으로 내부는 음, 표면은 양인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무너진 균형을 보완해주는 약성(藥性, 약재의 성질) 또한 음양으로 구분하여 상호 보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인체 내부의 각 장부(臟部)도 음양으로 나누고, 각 부분 사이의 균형은 기, 즉 활력 있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유지되며, 이 기는 경혈經穴을 간직한 경락經絡의 계통을 따라서 흐른다고 했다.          

경혈과 트리거 포인트
경혈은 서양의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 즉 압통점에 해당하며 위치는 약 70%가 일치한다. 동양의 침술(Acupuncture)과 비슷한 개념이 서양에도 있는데 침으로 근육의 압통점을 자극하는 ‘근육내 자극요법(Intramuscular Stimulation, IMS)’이 있다. 이 요법은 동양의 침술에 비해 역사가 무척 짧지만, 최근에는 한의학에서도 IMS와 비슷한 ‘도침’으로 근육 압통점을 직접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체의 좌우는 음양이 교차하며, 인체에 있는 기의 통로가 곧 전통적인 동양의학의 전제가 되므로, 침술의 목적은 이 흐름을 통하는 기의 소통을 자극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장자(莊子, 기원전 369-289)의 ‘대우주와 소우주의 조화’라는 개념에서 잘 나타난다.[4]

손과 발은 각각 다른 의무를 가지고 있다. 오장은 저마다 그 기능을 달리한다. 그것들은 서로 공동하지 않으나, 신체의 백 가지 부분이 그것들과 결부되어 하나의 통일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그것들은 공동하는 일없이 공동하고 있다. 

그것들은 자신을 무리하게 협력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안으로나 밖으로나, 모두 서로를 보완한다. 협력하는 일 없이 협력하는 것은 이와 같이 되는 일이다. 하늘과 땅은 이와 같이 살아있는 신체이다.

모든 것이 하나인 상태 그리고 운동


표 1. <음양의 현상>, p41, 김종의의 《동양의 길을 걷다》을 참고해 내용을 추가하였음.

결국 만물과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무엇인가? 더 이상 쪼갤 수 없고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조화를 이루는 춤추는 실이라는 에너지의 ‘움직임’ 그 자체다. 그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다. 고요함은 정지해 있지 않으며, 진동하고 있다. 고요함 속에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다. 이것이 저것이고 저것이 이것이며, 음과 양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이다. 모든 물질이 파동이면서 입자인 것처럼 말이다.

고요함과 움직임 [이미지 출처: Josh Sorenson, pexels.com>

Universe, '모든 것이 하나인 상태'라는 말은 결국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몸도 마음도 연결되어 있다. 하나가 망가지면 다른 한쪽이 망가진다. 우리가 지구의 자원을 아무 생각 없이 쓰고, 환경을 파괴하고, 플라스틱이 쌓이는 걸 방치하면서 (후손에게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운동을 외면할 경우, 그 결과는 우리를 포함해 모든 생명체에게 대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마음 역시 파동-입자 이중성처럼 행복과 불행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음은 언제나 흔들리며 투쟁하는 동적 세계라고 생각한 헤라클레이토스. 반면 파르메니데스(Parmenides, 기원전 510-450)는 인간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 정적 세계로 보았다.[5]


우리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동치는 파도(의식)와 같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고요함의 바다(무의식)이다. 움직이는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본질적 마음이 있고, 그 마음속에 흔들리는 마음 또한 있는 것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입니까 바람이 흔들리는 것입니까?"
스승님은 빙긋이 웃으시며 대답하였다.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마음은 행복할 때 행복한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불행할 땐 그 순간을 그리워하는 이중적 모순을 담고 있지만, 행복과 불행 역시 하나이며 상보성 원리가 적용된다. ‘호사다마(好事多魔)’가 있으면 ‘전화위복(轉禍爲福)’ 있다. 그리고 모두 지나간다. 다만 반물질보다 물질이 더 많아 우리가 존재할 수 있듯, 운동은 불행보다는 행복에 더 많은 공간을 내어줄 수 있도록 도와준다(어쨌든 행복은 인간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이 아니던가).


유럽 최고의 학술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행복의 공식》을 쓴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는 행복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많은 지식을 얻고 난 뒤에 본인의 삶에 변화가 왔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보다 운동을 더 많이 합니다!

아마도 오늘 하루 자신의 두 발로 지구의 대지를 걷고 있다는 것은 행복의 가치가 그렇게 크고 높은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걸으면서 하는 걷기 명상은 고요함과 움직임을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삶도 고요함과 움직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평온함에 이를 수 있다.

"예전보다 더 많이 운동을 합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시작은 Movement> 편을 마치며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무에서 대폭발과 급팽창이라는 운동을 시작으로 탄생한 우주와 만물의 법칙 그리고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138억 년의 긴긴 시간을 하나로 압축하면 결국 ‘움직임ㆍ운동ㆍ運動ㆍMovementㆍExercise’이다. 그리고 별이 흩뿌린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는 가능성과 변화의 힘인 운동을 몸에 지니고 태어난다. 몸과 마음의 회복력 도구인 이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삶은 신선함·건강·체력·행복·생산성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제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기철학보다 어려운 몸의 세계로 넘어가고자 한다. 수학자이자《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의 저자 마커스 드 사토이(Marcus du Sautoy)는 저서에서 우리 몸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인간의 육체로 관심을 돌리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어찌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양자 역학이 고등학생용 연습 문제처럼 보일 정도다. 

유전자 발현과 환경은 어떤 관계인가? 암 치료법은 개발될 수 있을까? 노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수명은 몇 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까?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진화가 돌연변이의 결과라면 진화의 주사위는 지금도 어디선가 눈이 달린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있을까? 

인간이 지능을 갖게 된 것은 진화의 필연적인 결과일까, 아니면 순전히 운이었을까? 우주 어딘가에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까? 컴퓨터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나의 의식을 컴퓨터에 다운로드하여 육체가 죽은 후에도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6]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지만, 지구별 여행자 호모 사피엔스를 위한《운동 안내서》에서는 운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몸과 마음에 관해 꼭 필요한 내용만 다루고자 한다.


원문: [운동 안내서] 우리는 무엇인가? "예전보다 운동을 많이 합니다"


■ 다음 연재 글: <운동 안내서>는 매주 1회 업데이트됩니다.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움직임과 몸의 탄생
 • 움직임과 몸의 탄생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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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특성 이미지: Zhanzat Mamytova, pexels.com

[1] p78, 제4장 ‘기氣’, 1. 기의 의미, 김종의의《동양의 길을 걷다》중에서

[2] p79, 제4장 ‘기氣’, 1. 기의 의미, 김종의의《동양의 길을 걷다》중에서

[3] 개인이나 사회의 성하고 쇠함이 서로 뒤바뀌는 현상 - <한자사전> 중에서

[4] p79-80, 제4장 ‘기氣’, 1. 기의 의미, 김종의의《동양의 길을 걷다》중에서

[5] p26, 전자책, 윤재은의《철학의 위로》중에서

[6] p15, 마커스 드 사토이의《우리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인간의 의식에서 우주까지, 과학지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중에서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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