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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Oct 05. 2021

[운동안내서] 아름다운 순환과 우발적 마주침

우리는 순환운동 속 우발적 마주침으로 탄생한 진행 중인 작품

37조 개의 근원적 움직임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도 진화처럼 순환운동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생을 사는 동안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몸과 함께 평생을 가는 세포도 있다. 하지만 일부 세포는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 재사용되거나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면서 단명한다. 


약 1세기 전에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세포는 태아기에 거의 발달이 완성되어 일생 그대로 유지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다른 세포의 나이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몸 부위별 세포의 생성과 소멸의 순환주기는 방사성 동위원소 추적 연구를 통해 세포 속 탄소-14의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예외적인 세포도 있지만, 탄소 추적 연구에 의하면 대부분의 인간 세포는 7~10년의 순환주기를 가지고 있다.


세포들의 아름다운 순환


평생 네 번 재생된다고 주장과 원래의 것을 평생 쓴다고 주장하는 쪽의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심장은 새로운 조직을 꾸준히 만들 뿐 아니라 연령에 따라 만드는 속도도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포생물학자 올라프 베르그만(Olaf Bergmann)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20대에는 1년에 1% 정도 심근세포를 대체하고 75세쯤 되면 그의 약 절반을 대체하지만, 성인기 내내 대부분의 심장세포를 그대로 보존한다고 볼 수 있다. 


심장은 결합조직과 혈관들을 비롯해 심근세포보다 더 빨리 대체되는 다른 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조직의 18% 정도가 매년 재편성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심장의 대부분은 다섯 살이 채 안 된다고 볼 수 있다.[1]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심장이 쉬지 않고 뛰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뇌의 후각신경구와 해마 안에 있는 신경세포도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그렇다면 기억이라는 것도 사실 전혀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세포 속에 보존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뇌의 다른 세포는 대개 신생아 때 생성되었겠지만, 동위원소 추적 연구들은 대뇌 피질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뉴런이 있음을 알려줬다. 어쩌면 이런 새 뉴런이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소화기관의 세포는 며칠마다 대체된다. 위산이나 담즙 그리고 음식물이나 찌꺼기들이 지나갈 때마다 생기는 마모를 고려하면 별로 놀랄 것도 없다. 피부세포의 순환 주기는 39일이다. 이 세포는 맨 바깥층에서 겨우 2주 정도 머물다가 수억 개의 조각으로 떨어져 나간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폐기로 우리의 피부는 한 달에 1~2번 새로운 피부로 바뀐다. 물론 그 속도로 집 먼지도 꾸준히 쌓인다.

심근 세포 [이미지 출처: 구글]

여타의 세포들과 달리 적혈구세포들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도 명도 짧은’ 실로 잔인한 삶을 산다.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동맥의 격류와 빠져나가기도 힘든 가는 모세혈관을 통과해야 하고,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며 신장의 삼투성 밀림 속을 수천 번 들락거리고 나면 보통 4개월 안에 적혈구세포들은 대부분 너덜너덜 해진다. 그러고 나면 비장과 골수 안에 있는 간세포에 의해 대체되어야 한다. 간세포들은 1년에서 길면 2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간으로 대체된다.


오랜 기아에도 지방세포는 오그라들기만 할 뿐 소멸하지 않으며, 다이어트에 지친 사람들이 이전 식습관으로 돌아가듯 지방세포들도 다시 통통해진다는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일명 요요현상이다. 그러나 지방을 저장하는 세포들의 수명은 10년 정도 된다. 충분히 오랫동안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면 그동안 수명을 다한 지방세포들이 사라지면서 적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뼈와 근육도 끊임없이 재생된다. 뼈 가장 바깥쪽 밀도가 높은 층의 약 3퍼센트, 팔다리 관절의 옹이 부분에 있는 다공질 뼈의 4분의 1은 매년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의 뼈 전체의 생명 주기를 평균 10년 정도로 추정한다. 갈비뼈 사이를 채우고 있는 늑간 근육의 근육세포의 수명은 약 15년이며 힘줄의 콜라겐 심은 10대 후반 동안 완전히 성장한 후에는 죽을 때까지 대체되지 않는다.


우리 몸에서 쉽게 구분이 가능한 가장 오래된 구조는 안구의 투명한 수정체 단백질과 치아의 에나멜이다. 건강한 난소에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동안 만들어진 미세한 난모세포 수십억 개가 들어 있는데 이 세포는 또다시 미래의 자녀들이 될 초기 세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난소의 나이는 실제 나이와 거의 같은 셈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몸 조직은
갓 태어난 세포와 영구적인 세포 그리고 죽어가는 세포가 공존한다.


그 와중에도 갓 태어난 새로운 세포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만약 성인 신체의 나이가 40세라고 했을 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각 신체 부위의 수명은 다음과 같다.  

대뇌피질(회백질)의 뇌세포: 인간의 수명과 동일.

시각피질(뇌의 앞쪽에서 시각을 담당하기 위해 배열한 일군의 세포): 인간의 수명과 동일.

소뇌(뇌의 기저부에 위치) 세포: 40년보다 조금 짧다.

갈비뼈 사이의(늑간) 근육: 15.1년

장 점막세포: 5일

피부세포: 14일

적혈구: 120일

골세포: 10년

수정체, 심장, 간, 지방세포, 골수세포의 평균 수명은 정확히 알 수 없다.

– 스티븐 주안(Steven Juan)《내 몸을 알고 싶다》중에서


우리 몸 원자들의 순환


앞서 <원자 하나에서 느끼는 우리 몸과 우주>에서 우리 몸을 이루는 대표적인 원자에 관해 얘기했다. 생명의 불꽃 ‘산소(65%)’,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회전문 ‘탄소(18%)’, 원소들의 조상 ‘수소(10%)’, 양면성을 가진 생명의 ‘질소(3%)’, 오래된 유산 ‘칼슘(1.5%)’, 지구 성장의 한계를 가름하는 ‘인(1%)’, 흙의 눈물 ‘나트륨(0.1%)’ 생존의 마스터키 ‘철(0.007%)’이다. 이를 포함해 약 90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우주를 구성하는 보통 물질이다.


몸을 이루는 70억×10억×10억 개의 원자들은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어떻게든 몸이 계속 활동을 하고, 당신과 나를 각자의 당신과 나로 만들고, 형태와 모습을 제공하고, 삶이라는 희귀하면서 대단히 흡족한 조건을 즐길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무수한 체계들과 구조들을 만들고 유지한다. 진화와 세포가 순환하듯, 원자들도 순환한다. 물리학자 폴 에버솔드(Paul Aebersold, 1910-1967)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거의 모든 원자가 1년 주기로 대체된다.


고 한다. 


그는 생리학 분야의 초창기 방사성 동위원소 연구를 언급하면서 “현재 우리 몸에 있는 나트륨 원자의 절반은 1~2주 안에 다른 나트륨 원자들로 대체될 것이다. 수소와 인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탄소 원자들도 한두 달 안에 절반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서 “1년 안에 우리의 원자들 약 98%는 공기와 음식과 물에서 섭취한 다른 원자들로 대체된다.”고 했다. 우선 물만 대체된다고 해도 2~3주 안에 우리 몸의 약 60%가 사라지고 대체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라지는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2]


물 분자들은 자기들끼리도 수소 원자를 교환하고 뼈나 조직 속의 더 큰 분자들과 원자와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 세포들은 소화가 진행되는 동안 물 분자들을 찢어서 음식물 분자 조각에 붙여놓는다. 음식물 분자 조각을 개개의 분자로 재배열하면서 세포는 새로운 물 분자를 생산하고 산소 기체는 대사성 수분으로 전환한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분자적 자아의 일부는 다음번 숨을 마시는 순간까지 소멸한다는 말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인간의 거의 모든 원자들이 1년 주기로 대체된다. [이미지 출처: 구글]

체중 70kg 정도의 성인은 평균 10kg 정도의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다. 근육이나 힘줄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수천 가지 형태 속에도 존재한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서 몇 년에 이르는 것까지 종류에 따라 수명도 다르지만, 대체로 300~400g 정도의 단백질이 날마다 사라지고 대체된다. 예를 들어 근육 단백질의 거의 절반은 미오신 섬유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평균 1~2%가 매일 새로운 단백질 분자로 대체된다.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대체되며,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에너지 생산 장치인 시토크롬도 4~6일이면 거의 절반이 새롭게 대체된다. 생리학자 이브 슈츠(Yves Schutz)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은 쉬고 있는 동안에도 단백질을 끊임없이 다듬고 보충하는 데만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3]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우리 몸 원자들의 순환주기 추정치는 얼마나 될까? 치아와 눈동자에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원자들이 함유되어 있고, 뼈와 힘줄은 어린 시절에 생성된 원자들을 갖고 있으니, 우리 몸이 완전히 새로 바뀐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된 것이다. 뼈도 매년 10분의 1이 새롭게 대체되지만, 전체 체중의 7%에 이르는 뼈의 제지방 건조 단백질과 함께 무기질 덩어리의 상당 부분은 수명이 1년 이상이다.

 

또 한편으로 수명이 제법 긴 세포일지라도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와 분자들은 상당히 빠르게 사라지고 대체된다. 가령 물과 단백질의 재활용과 재정비만으로도 우리 몸의 원자 4분의  3 이상이 몇 주마다 새롭게 대체된다. 치아와 눈동자, 힘줄이나 뼈와 같이 안정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전반적인 원자 대체 속도는, 몇 퍼센트의 차이는 있겠지만, 1년에 98%가 전환된다는 에버솔드의 추정치와 실제로 근사한 것 같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면 못 믿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부지불식중에 사라지고 있다. 흔히 죽음과 연관짓지만, 원자의 소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삶의 일부이다. 우리 몸은 태어난 순간부터 줄곧 지구의 원자 바닷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반대로도 생각할 수 있다. 아주 오래 살고 싶다면 잃어버리는 속도에 뒤처지지 않게 흡수해야 한다. 이토록 믿음직스럽게 생명의 원자재들을 수집하고 가공하고 분류하고 이용하는 우리 몸이 얼마나 놀라운가! 강물처럼, 우리는 소비자이면서 공급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원자적 관계들은 몸 안팎에서만이 아니라 더 넓게 확장된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원자는 우리를 이 행성과 이 행성의 다른 거주자들, 더 나아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뿐 아니라 은하수 은하계 너머의 머나먼 은하들과도 연결하고 있다. 

- 커트 스테이저의《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인간과 지구, 우주를 창조한 작지만 위대한 원자들》중에서

현재 우리 몸에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원자가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몸의 대부분은 실제 나이보다 어린 게 분명하다. 하지만 굳이 원자를 들먹이지 않고 ‘세포’들의 일시적인 집합체라고 생각해도 우리 몸의 순환하는 속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성품이 아닌 진행 중인 작품


우리가 날마다 조금씩 발전하고, 내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새로 태어나야 함을 몸속 세포와 원자는 알려주고 있다.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 몸이 순환하며 바뀌듯 성격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사람이 성격은 고정적이며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현재까지는 상당한 개인적 성장과 변화를 경험했으나 앞으로는 실질적인 성장이나 성숙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몸이 순환하며 변하듯, 성격도 삶의 목적과 환경 등에 따라 변한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와 다른 사람이며, 그 둘은 동일 인물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의 연구에 따르면 10년 사이에 당신은 ‘딴사람’이 된다고 한다.[4]


 이는 63년이라는 긴 연구 기간 동안 밝혀진 사실이다. 성격은 선천적이고 고정적이라는 기존의 편견과 달리, 성격은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질 뿐만 아니라 예상보다 훨씬 많이 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길버트는 

인간은 자신을 완성품이라고 착각하는 진행 중인 작품


이라고 이야기한다.

 

현재의 감정과 행동, 심지어 습관과 환경이 몇 년 전과는 완전히 다름에도 우리는 항상 그대로인 것처럼 느끼는 이유는 자신을 완성된 모습이라고 보는 이상한 사고방식 때문이다. 이것이 과거의 자신에서 현재의 자신으로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와 상관없이 대개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이유다. 오래전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는 “인생이란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가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어제의 오늘이 아닌 오늘의 나는 기적이며, 주어진 하루가 시간이 그래서 소중하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포는 우리가 매일 새로워지길 바라고, 변화를 통해 자아가 성숙해지고 삶이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에 더 투자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과 상상력이 떨어지며 점점 좁은 시야에 고정되고 독단적인, 시쳇말로 꼰대 같은 사람이 된다. 그것은 미래를 상상하기보다 과거를 더욱 떠올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점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상상하기 좋은 시간은 바로, 수많은 위인이 그러했듯이 산책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움직이면 우리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그때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모든 사물과 광대무변한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동하고 움직인다. 우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임이며 그것이 생명이자 변화의 본질이다. 그러니 매일 살아 있음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움직여 창의력과 상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상상의 힘으로 이루어진 좋은 가치는 세대를 이어 전해진다. 그러한 가치를 지닌 세대의 시작은 우주의 순환운동 속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우발적 마주침: 우리 삶의 시작점


우주의 무한한 시간과 달리 유한한 시간 속을 살아가는 우리는 언젠가 원자로 흩어지겠지만, 몸을 이루던 원자는 순환운동의 진화 속에서 영원히 순환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을 이루는 원자와 세포의 조화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그렇게 우리 삶의 시작점은 우발적 마주침에 의해 이뤄진다. 

시작점부터, 양수에서 형태가 나타나기 이전부터, 움직임이 생긴다. 자궁에서 유영하는 태아에게 있어 감각과 인지의 발달은 움직임의 발달과 분리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 작가 루이스 스타인만(Louse Steinman)  

- 리사 카파로(Risa F. Kaparo)의《소마지성을 깨워라》중에서

우주의 탄생을 알리는 대폭발 빅뱅은 왜 일어났을까? 생명은 왜 탄생했으며, 진화는 왜 일어났을까? 어떤 목적과 의도가 있을까? 없다. 빅뱅은 그저 우연히 일어났을 뿐이다. 그로 인해 우주, 은하, 별, 지구, 생명이 탄생한 것은 우연일 뿐이다. 자연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스스로 그러하며, 아무런 목적 없이 진화는 끝없이 순환한다. 


중국 후한 초기의 사상가 왕충(王充, 27-104)은 “세상 만물은 모두 우발적으로 생겨났다”고 했다.《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의 저자 월터 엘버레즈도 왕충의 생각에 동의하는 듯하다. 그 역시 “역사는 우발적이어서 우연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우주, 지구, 생명, 인류의 시대를 통틀어 수없이 많은 순간에, 얼마든지 역사는 우리 세계가 실제로 지나온 경로와 다른 경로를 밟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현실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어쩌면 인간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만약 현재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법칙, 물질 종류, 또는 기본 상수들이 달랐더라면 인간이 처한 현실 중 어떤 양상도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 중 하나라도 현재의 값과 조금만 달랐다면 우주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조건들이 핵융합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우리 태양은 생명이 진화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천천히 탔다. 

- 월터 앨버레즈의《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우주, 지구, 생명, 인류에 관한 빅 히스토리》중에서

우리가 태어난 이유가 있을까? 없다. 유학자들이 하늘과 땅이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낳았다고 하지만, 왕충은 사람과 만물은 우발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여겼다. 그의 말처럼 음전자(물질)와 양전자(반물질)가 우연히 만나 쌍생성과 쌍소멸 하듯,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것도 우연이다. 


5억 대 1의 경쟁을 뚫고 우연히 살아남은 입자로 인해 우주 만물이 형성되었듯이, 3억 대 1의 경쟁을 뚫고 난자에 (남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우연히 안착한 정자 하나로 태어난 당신 역시 우연히 태어난 존재이다. 그 과정에 의도는 없다. 하지만 살아가는 목적과 의미는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삶의 목적과 의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 한다. 


수정은 인생 최초의 우연한 만남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Voltaire 1694-1778)는 “모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쾌락의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쾌락은 섹스(sex)를 의미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모든 인간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운동의 결과”라고 말이다. 성기의 마찰운동과 왕복운동이 없다면 과연 정자와 난자가 만날 수 있을까? 정자의 이동 능력이 없다면, 난자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없다면 과연 우리가 태어날 수 있을까? 


생명 그 자체는 움직임이듯,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섹스도 아름다운 움직임이자 운동이다. 단순히 쾌락을 얻거나 종족 번식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운동이다. 모든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상의 이득이 있듯, 섹스라는 운동을 통해 우리가 얻는 이득이 있다.

장수와 건강한 생식, 면역 기능 강화, 젊음의 호르몬 유지, 전립선암과 유방암 위험 감소, 숙면, 편두통 완화, 후각 개선, 체중감소, 유산소 운동 그리고 행복

이 글을 읽고 있는 ‘초기 우주 양자 요동의 산물’이기도 한 당신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100만 개 난모세포의 대표인 난자와 3억 개 가운데 승리한 정자의 만남, 즉 수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정은 당신 인생 최초의 만남이자 시작점이다. 정자와 난자는 세포지만 생식세포라 불리는 특수한 세포로,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와는 다르다. 난관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생긴 수정란은 즉시 분열을 시작해 2개, 4개, 8개, 16개… 이런 식으로 2배로 분열하면서 자궁으로 보내진다.

우리는 거대한 순환운동의 진화 속 우발적 마주침에 의해 태어난다. [이미지 출처: 구글]

임신은 여성이 수정란을 체내에 보유하는 상태를 말하며, 수정에서 출생까지 약 38주(266일)가 걸린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해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자라 세상의 빛과 만나면서 성장하고 발달하며 생존 과정에서 병에 걸리기도 하고, 체력의 정점에 이르렀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치 예정된 것처럼 늙어가고 죽는다. 탄생은 소멸을 향해가고 소멸은 다시 탄생으로 이어진다. 그 모든 것은 우발적 마주침에 의해 이루어진다. 


세포는 자연이 부여한 질서에 순응하며 생과 사를 우리와 함께한다. 37조 개나 이르는 세포로 구성된 우리 몸은 우주이며 자연이다. 그러니 지구별을 여행하는 지성을 지닌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답게 자연을 해치지 않고 교감하고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우주의 헤아릴 수 없는 별 중, 푸른 별 지구에서 우연히 태어난 의미를 잊지 않아야 한다.


원문: [운동 안내서] 아름다운 순환과 우발적 마주침


■ 다음 연재 글: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움직임과 몸의 탄생
 • 움직임을 만드는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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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p144, 전자책, 커트 스테이저의《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인간과 지구, 우주를 창조한 작지만 위대한 원자들》

참고:《내 몸을 알고 싶다》스티븐 주안 지음 | 홍수정 옮김 | 청림출판(2011) 

[2] p145, 전자책, 커트 스테이저의《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인간과 지구, 우주를 창조한 작지만 위대한 원자들》

[3] p146, 전자책, 커트 스테이저의《원자, 인간을 완성하다: 인간과 지구, 우주를 창조한 작지만 위대한 원자들》

[4] p26, 전자책, 벤저민 하디의《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참고:《소마지성을 깨워라》 리사 카파로 지음 | 최광석 옮김 | 행복에너지(2013) | 전자책

참고:《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우주, 지구, 생명, 인류에 관한 빅 히스토리》 월터 앨버레즈 지음 | 이강환, 이정은 옮김 | 아르테(2018) | 전자책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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