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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Oct 09. 2021

[영화OST] 오징어 게임 한판 할까요? 달고나는 공짜

삶의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했던 놀이를 떠올려 보면 오징어 게임ㆍ딱지치기ㆍ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ㆍ구슬치기ㆍ땅따먹기ㆍ비석치기ㆍ말타기ㆍ다방구ㆍ술래잡기ㆍ공기놀이ㆍ고무줄 놀이ㆍ달고나 뽑기 놀이 등등(이걸 다해봤다니!). 줄다리기는... 운동회 때만 했던 놀이이긴 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즐겼던 이런 놀이들은 성장에 꽤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르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놀이는 야구ㆍ축구ㆍ배드민턴 같은 스포츠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즐거웠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면서 놀이는 삶에서 점점 사라지게 된다. 치열한 취업준비와 누구도 강요한 적 없지만 사회생활이라는 현실 오징어 게임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그리고 PC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 등이 어린 시절 놀이를 대신한다. 그렇게 놀이를 잊고 살던 2021년 추석, 화면으로 접하게 된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세계적인 열풍이다. 83개국 TV 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순위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동시에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한국 최초의 데스게임 드라마다. 이전 데스게임류의 영화나 시리즈 인기를 능가한 이유는 무기나 폭력을 동원한 게임이 아닌, 어린 시절 즐겨했던 게임이 생과 사를 넘나들게 하는 소재로 사용됐다는 점 때문이다.

83개국 1위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2021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456억, 어른들의 동심이 파괴된다.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는 이렇다. 빛에 쫓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게임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게 해 줄 게임에 참가한다. 저마다 꺼져가는 장밋빛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참가한 게임. 아뿔싸! 첫 게임이 끝나고 나서야 죽음의 게임이란 걸 알게 된다. 물론 승자는 465억이라는 거액의 돈을 거머쥔다. Winner takes it all. 


그러나 아무리 돈이 절실하다 한들 목숨을 걸기엔 용기가 없다. 게임 규칙에 따라 과반수가 게임 불참을 선언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 현실은 여전히 지옥이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목숨을 걸더라도 인생을 바꿔 줄 데스게임에 다시 참가하게 된다. 돈을 갚을 수도 없고 지옥 같은 현실을 탈출할 수도 없는 막다른 길, 어느 날 문득 공유 같이 멋진 사람이 말을 걸어온다. 


#선생님 저랑 게임 한번 하시겠습니까? 

선생님 저랑 게임 하나 하시겠습니까?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공유와의 딱지치기 게임에 이겨 손에 쥐어진 몇 십만 원의 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게임에 참여할 기회를 주겠다며 명함 한 장을 주고 간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주인공 기훈과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까? 


홀어머니와 살며 월세와 생활비, 감당하기 힘든 이자에 사채업자에게 협박까지 당하는 주인공 기훈은 사는 게 지옥이다. 인생 역전을 꿈꾸며 경마장에 들락거리는 기훈도 사실 자동차 회사에 다니며 가족과 행복하게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구조 조정을 당해 먹고살려고 열었던 치킨집과 분식집은 망하고, 남은 건 4억 원의 빚과 이혼뿐인 처량한 삶이다. 


#데스게임

벼랑 끝에 선 기훈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하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깨어나 보니 기훈처럼 갈 때까지 간 456명이 게임에 참가하려고 모여 있다. 하지만 공유와 했던 딱지치기 게임처럼 지면 따귀를 맞거나 돈을 토해내는 게임이 아닌, 탈락하면 죽는 데스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은 6번 진행, 456명 중 살아남는 최후의 한 명이 456억을 모두 가져간다. 과연 누가 최후의 1인이 될까?

기훈이 우산 모양이 찍힌 달고나를 핥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새벽 | "난 사람 안 믿어. 이런 데까지 기어들어온 인간들은 더 못 믿고."
기훈 | "그게 네가 나한테 할 소리냐. 원래 사람은 믿을 만해서 믿는 게 아니야. 안 그러면 기댈 데가 없으니깐 믿는 거지."


상우 | 형 인생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아? 오지랖은 쓸 데 없이 넓은 데 머리는 존나 나빠서 씨발 똥인지 된장인지 꼭 처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지영 | "난 없어."
새벽 | "뭐?"
지영 | "너는 여기서 나갈 이유가 있지만, 난 없어. 여기서 나가면 뭘 할까? 네가 물어본 다음부터 계속 생각을 해봤거든?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안나. 이유가 있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잖아. 그게 맞잖아."


프론트맨 | "왜 그러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일남 |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수가 없지.


기훈 | "왜 그런 짓을 한 거예요?"
일남 | "난 돈을 굴리는 사람이야.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 줄 아나?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거야. 돈이 너무 많으면 아무리 뭘 사고 먹고 마셔도 결국 다 시시해져 버려. 언제부터인가 내 고객들이 하나둘씩 나한테 그러는 거야. 살면서 더 이상 즐거운 게 없다고. 그래서 다들 모여서 고민을 좀 해봤지. '뭘 하면은 좀 재미가 있을까?'"


일남 | "제발 그만해!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다, 다 죽는다 말이야. 너무 무서워. 그만해!"

현실 속 오징어 게임에서는 즐거움과 행복을 찾기 힘들다. 우린 그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던지는 질문

무릎이 까져도 그저 즐겁기만 했던 어린 시절 오징어 게임. 드라마 속 어른들이 참가하는 오징어 게임은 그 시절 동심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이 부분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핵심 주제다. 어린 시절엔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놀이를 즐겼지만, 어른이 돼서는 왜 그러지 못할까. 어린 시절엔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놀이를 즐겼지만, 어른이 돼서는 왜 그러지 못할까?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지금은 달라진 게 무엇일까? 무엇이 우리를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가 하는 질문을 <오징어 게임>은 던진다. 

 

어린 시절 오징어 게임과 어른들의 현실 오징어 게임은 누구도 참여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실 오징어 게임을 어린 시절 놀이처럼 순수하게 즐길 수 없는 이유는, 자본주의 속 피 터지는 경쟁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데스게임처럼 죽고 죽이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 안에서는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못하다.  

참가자 모두 돼지 저금통에 든 465억을 가지고 싶어 한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정말 좋을까? 오징어 게임을 만든 이는 답한다. 돈이 많으면 사게 재미가 없다고. 돈을 축적하기 위해 세상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았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기가 막히다. 그 좋다는 돈을 셀 수 없을 만큼 가졌으면서 재미가 없다니.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재미를 찾을 수 없다. 돈은 오로지 생존에 필요한 소비 외에 취미 같은 재미를 위한 소비는 거세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억의 놀이를 소환한 것 외에 데스게임을 벌이는 <오징어 게임>이 재미있는 점은 마치 인간 심리실험을 보는 것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오징어 게임에서 자신이 어떤 모습일지 잠시 상상해 보라. 머리 좋은 상우처럼 안 할 자신 있나? 탈북자나 외국인 노동자 편견 없이 바라보고 차별하지 않을 자신은 있나? 기훈처럼 할아버지를 속이지 않을 수 있을까? 권력을 쥐면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녀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하고 많은 생각이 든다. 

인간 심리실험을 보는 것처럼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속 세상에는 사람의 가치를 돈보다 하찮게 여기는 풍조가 깔려 있다. 상금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참가자들, 이들을 장기판의 말로 보는 기득권층, 시체에서 장기를 꺼내 파는 장기 밀매자까지 모두가 돈 앞에서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 도처에서 드러난 부조리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기득권층의 민낯을 우리는 보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의 인간성을 잃지 말자는 것 외에 덧붙이고 싶은 말은 동심을 잃지 말자는 거다. 동심, 즉 어린이 다움을 잃는 것은 단순할 수 있는 능력, 자연스러울 수 있고 사물을 보고 새로이 깨달을 수 있는 능력, 남을 믿고 삶을 향해 자신을 개방할 수 있는 능력을 잃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이러한 특징들이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현실 오징에 게임에 참가한다고 해서 잃어버릴 필요는 없다.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에서 '인간은 오로지 마음을 통해서만 올바로 볼 수 있다'고 쓰고 있다. 동심을 잃어버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어린이를 통해 볼 수 있는 건, 마음을 열고 삶을 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징어 게임> OST를 감상하면서 잠시나마 평온한 시간을 갖기를...


이.정.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세트, 쪽자의 세계화
요즘은 너무 이른 나이에 파괴되는 동심
동심은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잃어버릴 필요가 없다.
인간은 믿을 만한 존재인가?
최소한의 인간다움은 잃지 말자!
우리는 과연 현실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멈출 수 있을까?
시즌 2를 기다리며...


■ 오징어 게임 OST - <Fly Me To The Moon> 

'Fly to the moon'은 <오징어 게임> OST 중에서 유일하게 가사가 담긴 음악으로,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중에 나온다. 프론트맨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듣는다. 인류의 달 착륙과 관련해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이 곡은 1964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불렀다. 삽입된 OST는 재즈풍으로 편곡했고 신주원 씨가 불렀다.  


■ 오징어 게임 OST - 메인 테마 <Way Back Then>

■ 오징어 게임 OST - <Pink Soldiers>

■ 오징어 게임 OST - <I Remember My Name> (piano cover)

■ 오징어 게임 OST | 아카펠라 버전 - 메이트리(Maytree)

원문: [영화 OST] 오징어 게임 한판 할까요? 뽑기는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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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오징어 게임> 2021, 넷플릭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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