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만 과학인가? 베개도 과학이다.
'침대는 과학이다', '베개는 의학이다'는 말이 있다. 침구류가 수면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는 침대 회사와 베개 회사의 광고문구이다. 그러나 한국은 원래 침대 생활 문화권이 아니었다. 침대가 없어도 이불만 있으면 수면에는 지장이 없다. 하지만
베개는 다른 침구류와 달리 수면과 건강에 더 영향을 많이 끼친다.
자고 일어났는데 목이 아프고, 어깨가 아프다면 베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면 중 통제할 수 없는 수면 자세도 한몫을 할 것이다. 불편한 베개는 목 근육 통증, 인대손상, 그리고 목 디스크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베개를 선택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 잘 고른 좋은 베개 하나가 숙면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원형과 사각형 그리고 직사각형의 편평한 베개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직사각형의 편평한 베개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그러나 사실상 인체의 생리적 조건에는 적합하지 않다. 장기간 사용하면 경추 부분의 손상으로 인해 체형이 구부러질 수 있다. 그러면 경추 근육과 인대도 장기간 압박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한 상태가 지속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잠을 자면 실컷 자고 일어나도 목이 뻣뻣하고 전신이 쑤신다. 그리고 마치 밤새 한숨도 못 잔 것처럼 개운하지도 않다. 잠을 자면 잘수록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은 느낌을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자신의 베개가 목 부위의 생리적 각도를 지탱하기에 적합한지 확인해 봐야 한다.
경추는 척추의 가장 윗부분에 위치하며 7개의 추골로 구성되어 있다. 생리적 각도는 이 7개의 추골이 형성하는 C자 형태의 살짝 앞으로 기울어진 부드러운 각도를 가리킨다(C형 커브). 베개의 작용은 이러한 정상적인 생리적 각도를 유지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상적인 생리적 각도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우선 사용하고 있는 배게의 높이ㆍ굳기ㆍ크기가 자신에게 적합한지 확인해봐야 한다.
경추가 왜 중요한가?
척추는 인체의 축으로 경추 전만(cervical lordosis), 흉추 후만(thoracic kyphosis), 요추 전만(lumbar lordosis)의 세 개의 만곡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러한 척추의 만곡은 척추의 충격 흡수 기능을 증가시키고, 안정성과 평형을 돕는 역할을 한다8) 그 중에서도 경추는 해부학적으로 척수와 신경근을 감싸고 있으며, 그 상부는 뇌간의 하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경추의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11).
또한, 경추는 흉추나 요추에 비해 관절의 운동범위가 크며 관절의 안정성이 약하기 때문에, 외상이나 병적 상태로 인해 변화가 쉽게 나타난다12). 고유 수용계, 시각, 전정 체계는 머리가 위로 자세를 유지하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며, 경추는 머리가 중립 위치에 있도록 조정하기 때문에 주요 보상적 요인이 작용하게 된다13).
<대학생들의 경추의 전만 각도에 대한 고찰> 중에서
베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디자인’이다. 일반적으로 베개가 머리를 받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머리보다는 목을 받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목침처럼 단단한 베개는 뒷 머리의 신경 부분을 압박하고, 높은 베개는 경추 부분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앞선 글 <당신은 품질 높은 수면(Sleep)를 취하고 있나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삶에서 수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목 통증 때문에 상담을 했던 어떤 회원은 베개를 여러 종류 바꿔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베개를 찾았다고 했다. 나 역시 베개를 여러 번 바꾼 끝에 알맞은 베개를 찾았다. 메모리폼류의 경추 베개도 사용해봤지만 불편해서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베개를 바꿨다.
대부분 사람은 처음에는 바르게 누웠다가도 잠을 자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편한 자세로 뒤척이며 자세를 바꾸기 마련이고, 수면 중에 이를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은 어떠한 수면 자세도 모두 만족시키는 기능성 베개가 출시되고 있다. 다만 직접 수면을 통해 사용해보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체로 몇 번 사용해보고 다른 베개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수면 자세를 고려한다면 정자세로 자는 경우엔 목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온 경추형 베개, 옆으로 누워 자는 경우엔 체압을 분산시켜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바디형 베개 등 최근에는 인체공학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만든 다양한 베개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수면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베개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 베개를 선택해 목 건강과 숙면 모두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고려할 것이 베개의 높이다. 옛말에 ‘고침단명(高枕短命:베개가 높으면 일찍 죽는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개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으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어떤 자세로 잠을 자도 불편하다. 경추에 부담을 가중시켜 자고 일어나면 목이 뻣뻣하기만 하다.
반대로 베개가 너무 낮으면 머리에 피가 몰리기 때문에 눈과 얼굴이 쉽게 붓는다. 그리고 아래턱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고 호흡하거나 코를 고는 습관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자세는 반듯하게 눕거나, 옆으로 눕거나, 몸을 구부리고 자는 세 가지 자세로 나눌 수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베개를 사용하면 코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베개는 어떠한 자세로 자든지 경추의 정상적인 생리적 각도를 유지시켜 줄 수 있는 높이의 것이다. 성인의 경우 반듯하게 누워 잘 때에는 15~20cm, 옆으로 누워 잘 때에는 20~25cm의 베개 높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적당한 것이 가장 좋다. 만약 베개가 너무 딱딱하면 베개와 머리가 닿는 부분이 감소한다. 그러면 머리가 받는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반대로 베개가 너무 푹신하면 적당한 높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는 목 근육을 피로하게 하고 호흡에 지장을 초래한다. 푹신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딱딱함이 유지되는 베개는 압력이 한곳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한다. 그리고 불균등한 압력 분산을 통해 혈액순환이 원활하도록 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넓이는 어깨보다 조금 더 넓은 것이다. 너무 작은 베개는 자다가 몸을 돌리면 목을 지탱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감이 없다. 이밖에 베개의 지탱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한번 베어 보고 높이, 굳기가 어떤지 직접 확인한 후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오리털이 들어간 베개의 경우에는 탄성도 확인해봐야 한다.
만약 약간 높은 베개를 좋아한다면 베개 아래에 딱딱한 것을 받혀 푹신한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외관만으로는 베개의 질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손으로 오리털을 만져보는 것이 좋다. 가늘고 딱딱한 부위가 많거나 털이 적으면 질이 낮은 것이다.
세균이 기생하지 않는 라텍스를 사용하는 메모리폼류의 베개는 라텍스 자체가 내용물이다. 일반적인 베개는 내용물이 베개를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요즘은 베갯속 충전물이 다양하지만 한국은 옛날부터 메밀껍질을 충전물로 사용했다. 이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동양의학에서 강조되는 건강법의 한 가지다. 메밀껍질은 가볍고 부서지지 않아 통증이 잘되고 서늘하거나 습하지 않아서 열기를 없애고 풍증을 없애준다고 해서 주로 사용했다.
현재 나와 있는 베개들은 몇몇 전통적인 베갯속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양각색의 특수 기능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그중 건강 기능을 표방하는 베개는 일일이 헤아릴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찻잎 베개ㆍ녹나무 베개ㆍ녹두 베개 등은 모두 천연 재료를 베갯속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천연 베갯속이 들어간 베개를 사용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베개는 계절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령 춥고 습한 겨울에는 따뜻하고 건조하며 비교적 푹신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베개가 좋다. 이와 반대로 대나무 베개ㆍ물 베개ㆍ나무 베개ㆍ도자기 베개ㆍ옥 베개 등을 사용하면 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다. 이와 같이 개인의 상황에 적합하고 편안한 베개를 선택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충분한 시간 잘 잔 것 같은데 어쩐지 피곤하고 목과 어깨가 뻐근하다면? 이제 베개를 바꿀 차례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리적 각도, 키, 체형이 다르므로 자신의 조건과 수면 자세에 맞는 베개를 선택해야 한다. 좋은 베개는 당신의 숙면과 건강을 책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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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누가 나의 건강을 빼앗는가?> 송티엔티엔(宋天天) 지음 | 박수진 옮김 | 길벗(2006)
참고:<대학생들의 경추의 전만 각도에 대한 고찰> Journal of Korean Medicine Rehabilitation Vol. 25 No. 4, October 2015
참고: <전통베개 윤영철 대표, “30년 이상의 기술로 전통베개의 정체성을 유지해”> 경남매일, 2018.5.31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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