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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Apr 08. 2023

[운동 안내서] 움직임이라는 강력한 도구

우리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 서고, 걷고, 달리고!

움직임에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 더그 앤더슨(Doug Anderson) 노스텍사스 대학교 철학 및 종교학 교수

우리 몸이 이렇게 생긴 것은 유전자가 결정한다지만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우리 몸 설계는 단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진화해왔다. 그것은 바로 ‘움직임(Movement)’이다. 대칭적이고 두 발로 걷고 직립 자세를 취하는 움직임을 위해서 말이다. 움직임은 ‘대립과 협력 과정’에 관한 이야기로 자연의 조화, 삶의 이치와 닮다. 강함과 약함ㆍ구조와 기능ㆍ중력과 양력ㆍ안정성과 가동성ㆍ지지와 붕괴ㆍ이동과 멈춤ㆍ고체와 액체ㆍ균형과 불균형.[1]


몸의 움직임은 균형ㆍ자세ㆍ이동ㆍ보행ㆍ안정성을 모두 포함한다. 우리 몸이 가만히 서 있을 때, 마치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몸 안에선 활발한 움직임들이 있다. 세포는 진동하며 이동하고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관절ㆍ뼈ㆍ근육ㆍ근막ㆍ신경이 균형과 자세 그리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는 ‘조화(Coordination, 협응)’를 통해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이 조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잠시 들여다보자.

피겨의 여왕 김연아의 조화로운 움직임은 아름답고 경이롭기에 지구인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움직인다는 것은 기적


움직임이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겠지만,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글을 읽고 있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간에 당신의 몸과 마음은 침착함과 우아함을 유지하면서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당신은 몸을 이용해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컴퓨터와 태블릿을 사용하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고, 청소와 요리를 하고, 가끔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스마트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이고, 미세 먼지 없는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는 당신의 몸은 기적 자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하루 동안의 움직임은 기지개로 시작해서 하품으로 끝난다. 양치하고 아침 식사를 하면서 씹고 먹으며, 커피를 마시고 헉헉거리며 달리기를 한다. 책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고 의자를 엉덩이에 파묻고 여러 자세를 취하면서 허리 통증을 키워 간다. 신발끈을 동여매고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마시지를 받는다. 줄을 당기고 박스를 들고 몸통을 비튼다. 눈을 비비며 잠옷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베개를 끌어안는다. 코를 골며 다리에 경련을 느끼며 꿈을 꾼다. 이것이 움직임 생애 중 하루이다. 

– 앤드류 비엘(Andrew R. Biel)의《움직임 가이드 북》중에서[2]

바른 자세와 민첩한 손 그리고 여러 형태의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적 특성을 가진 움직임들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쉽게 보여도 현재 수준이 될 때까지 수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아기가 서고 걷고 작은 손가락으로 스푼처럼 작은 물건을 어떻게 잡는가를 관찰해보라. 활동마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균형을 잡는 어려움이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신경계통과 근육계통의 협응이 필요함을 알게 된다. 능숙해지고 의식적으로 자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쉬운 걸음걸이ㆍ균형을 유지하는 자세ㆍ정상적인 호흡을 즐길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으로 양치질과 면도ㆍ마우스 사용ㆍ젓가락질ㆍ글쓰기 등을 해보라. 아마 유아 수준의 동작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른손처럼 익숙해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실험해보라. 꽤 오랜 시간을 통해 익숙해져야 왼손도 오른손처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나 역시 수년 전부터 마우스 사용ㆍ양치질ㆍ면도를 왼손으로 하고 있다. 양치질과 면도는 오른손에 비해 능숙함이 떨어진다. 지금은 젓가락ㆍ숟가락 사용과 연필로 글쓰기를 종종 해보는 데, 내 왼손의 움직임은 유치원생과 다를 바 없다(왼손으로 쓴 글씨의 삐뚤빼함이란…)


잠재적 위험


우리가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과 손흥민의 축구를 보며 감탄하는 것은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인 인간이 만들어낸 몸의 움직임이 놀랍도록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놀랍도록 경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몸을 가진다는 것은 잠재적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 몸은 근육과 관절 통증의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된다. 근육근막(Myofascial, 근근막)의 기능들이 망가지면 뼈의 구조는 불균형 상태가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력이 당신의 몸을 천천히 끌어당겨 망가뜨린다.


더 심각한 것은 몸의 움직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사는 물리적 환경은 능동적이고 다양한 움직임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동 수단 기술의 발전으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한 지점에서 거의 움직임 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200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월-E>는 우주선에서 생활하는 지구인의 모습이 나온다. 영화 속 사람들은 공중부양 이동수단에 앉아 생활한다. 움직이지 않아 뚱뚱해진 사람들은 의자 앞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반면  청소ㆍ요리ㆍ보안ㆍ의료ㆍ생산 등 모든 분야의 일은 우주선 내부의 로봇들이 수행한다. 영화 속 미래가 아니더라도 먹거리는 풍부해지고 움직임이 줄어든 인류가 점점 뚱뚱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08년 개봉한 <월-E>에는 미래 지구인들의 모습이 나온다. 기술의 발전으로 움직임이 줄어든 지구인은 뚱뚱해진다. [이미지 출처: 애니메이션 영화 <월-E>]

인류는 덜 움직여도 되는 세상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움직임은 중요하다. 움직이는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산과 들을 이동해야 했던 우리 조상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하면 훨씬 줄어든 움직임이지만, 소파에서 냉장고까지 가는 여정에는 여전히 모든 근육ㆍ관절ㆍ조직이 필요하다.

나아가 움직임은 우리를 서로 연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화두가 되는 4차 산업 시대에도 몸을 움직이는 것은 우리를 모이게 하고 서로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움직임의 심리적 혜택은 말할 것도 없다. 움직임은 생존 시스템의 스트레스 호르몬 방출을 정상적인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해, 무기력과 우울감 대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게 만든다.


뇌가 진화한 목적


뇌 과학이 밝혀낸 움직임과 뇌와 연관된 사실을 들여다보면, 우리 몸의 생리 기능은 움직이는 것을 보상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뇌는 왜 우리를 활발히 움직이게 하려고 이토록 정교하게 진화했을까? 생존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움직여야 했고 움직임은 생활 방식이 되었다. 이에 대해 신경과학자 다니엘 울퍼트(Daniel Wolpert)는

인간 뇌의 목적은 오로지 움직임을 유발하는 것이다.
움직임은 우리가 세상과 교류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고 했다[3]. 우리 몸의 생리 작용은 움직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한다. 당장 일어나 당신이 머무는 공간을 간단한 청소부터 해보거나 나가서 10분만 걸어보라. 그러면 급성 호르몬 반응으로 처져 있던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고, 뇌는 긍정적 생각과 아이디어를 당신에게 선사한다. 뇌와 몸은 움직임에 대한 보상으로 우리를 기분 좋게 만들고 일상을 이어갈 힘을 주며 격려한다. 이에 대해 2천 년 전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산책을 가라.
그래도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으면 다시 산책을 가라.


이번엔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해보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자극하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폐기능을 자극하면 어떻게 될까? 600여 개에 이르는 근육은 당신에게 강인함과 희망을 주며, 뇌는 즐거움을 보상해준다. 이것이 반복되면 뇌와 몸은 당신이 지구별에서의 여행을 이어 나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주고 삶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우리가 왜 더 움직이고 잘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왔다. 좋은 움직임은 단순히 더 잘 움직이는 것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뇌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부분은 생각ㆍ감정ㆍ감각각인지를 조절하는 뇌의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며, 뇌의 특성을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확실한 도구이기 때문이다.[4] 결국 뇌를 위해서라도 몸을 움직이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별로 없다.

걷기는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기분을 좋게 해주며,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준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인간이 지닌 강력하고 유일한 도구


활발하게 움직이면 호르몬 반응으로 그저 기분만 좋아지고 끝나지 않는다. 집중력과 기억력ㆍ창의력ㆍ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능력도 함께 좋아진다. 정보를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서 생각은 더 빨라지고, 지적 자원을 필요에 따라 더 능숙하게 동원할 수도 있게 된다. 주변이 정신없이 돌아갈 때도 집중할 수 있고,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할 때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추가적인 ‘정신 장치’를 확보하는 셈이다. 사실 움직임은 심지어 우리의 지능도 높여주는 것처럼 보인다.[5]


당신의 감정과 정신상태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자기 몸을 인지하고 더 나은 움직임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무술ㆍ요가ㆍ태극권 같은 전통적인 움직임을 많은 지구인이 여전히 하는 이유는 바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잘못된 움직임과 자세로 인한 여러 가지 통증과 부상에 벗어나게 해준다. 선수들이라면 부상을 예방하고 운동수행력을 더욱 높여준다.


<[운동 안내서] 최초의 운동, 태초의 고요한 움직임>에서 이야기했듯이 우주만물을 탄생하게 만든 ‘빅뱅’이라는 운동은 무한히 복잡한 것이어서 다양한 본질ㆍ무한히 풍부한 개념ㆍ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우리 몸은 운동이라는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탄생했고, 움직이도록 설계되었고 진화해왔다. 한마디로 움직임은 인간 본성Human Nature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해줄 수 없는 우리 몸이 지닌 강력한 도구이다. 부디 이 도구를 녹슬게 두지 말고 매일 사용해야 한다. 활발하게 움직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당신이 점점 나아지고, 일상의 즐거움ㆍ행복ㆍ생산성을 스스로 높이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원문 출처: [운동 안내서] 움직임이라는 강력한 도구 | 몸 설계의 목적


■ 다음 연재 글:
[1부 – 안내서에 대한 안내서: 움직인다는 것] 1장. 움직인다는 것_태초에 움직임이 있었으니
<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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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1] P6, 앤드류 비엘의《움직임 가이드북: 움직임을 위한 몸 제작 이야기》
[2] P6, 앤드류 비엘의《움직임 가이드북: 움직임을 위한 몸 제작 이야기》
[3] P9, 캘리 맥고니걸의《움직임의 힘》
[4] P13, 토드 하그로브의《움직임을 위한 가이드》
[5] P7, 안데르센 한센의《뇌는 달리고 싶다》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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