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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샵 Jul 13. 2023

[건강레시피] 장속 미생물과 정신건강의 놀라운 연결고리

'제2의 뇌'몸속 미생물은 뇌와 몸 그리고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앞선 글 <[운동 안내서] '제2의 뇌'로 불리는 그들: 미생물>에서 '장속의 뇌', '제2의 뇌'로 불리는 미생물을 다뤘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 우리 몸과 뇌가 섭취하는 음식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섭취한 음식을 먹이로 살아가는 몸속 미생물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먹은 대로 된다.  


<[건강 레시피] 왜 나이가 들면 왜 건망증이 생기는 걸까?>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관해 이야기했다. 알츠하이머병 즉, 치매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지워버린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과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을 아프고 힘들게 한다. 오래전 방송명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치매와 관련 다큐에서 미국의 한 여의사의 남편이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고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았지만, 증상이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그 여의사는 관련 논문 등을 찾아 공부했는데, 장내 미생물과 그 미생물에게 좋은 먹이가 되는 발효 식품을 만들어 남편에게 먹게 했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차도를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미생물과의 공존


장내 미생물군, 즉 마이크로바이움(Microbiome)과 뇌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늘어나면서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에 대해 단순히 속도를 늦추는 치료가 아닌, 개선되는 결과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건강 레시피] 왜 나이가 들면 왜 건망증이 생기는 걸까?>에서도 다뤘지만, 알츠하이머병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과 식습관이라고 했다. 만약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진행을 늦추거나 혹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또한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조절이다.


<[운동 안내서] 내 몸속 우주 : 미생물과의 공생>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결코 혼자 살지 않는다. 인간의 장 속에는 인간의 몸 세포 수와 맞먹는  39조 개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한마디로 미생물과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해야 우리 몸이 건강하고, 건강 관리를 잘해야 미생물 생태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의 첫 번째는 바로 미생물 먹이가 되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우리 몸속엔 몸속 세포 수와 맞먹는 39조 개의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

최근 항생제 남용이나 정제된 가공 음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불균형이 생기고, 그 결과 비만ㆍ당뇨ㆍ아토피ㆍ장 질환ㆍ암 등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쏟아져나왔다. 이런 연구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기분과 건강이 좌우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열량만 높고 영양이 불균형하며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식품을 먹게 되면,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올라간다.


유제품ㆍ밀가루ㆍ설탕이 많이 들어간 식품을 먹을 때마다 한 시간 안에 몸이 둔해지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여름철이면 주말엔 빙과류나 열량 높은 식품을 많이 먹는 편인데, 섭취 후엔 머리와 몸도 무거워지고 졸리며 컨디션이 저조해진다. 평일엔 그런 증상을 겪지 않으며, 간헐적단식 하는 날은 오히려 머리와 몸도 가벼워지고 컨디션도 더 괜찮아진다. 

장내 미생물총과 알츠하이머병 - 대한치매학회
장내 미생물총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미생물 군집과 위장관 내에 있는 약 100조가 넘는 공생 미생물 세포를 나타냅니다.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총은 기생하고 있는 숙주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식단, 약물 복용, 생활방식 및 지리적 위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장내 미생물총의 구성을 변경하거나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은 미생물총-장-뇌 축을 통해 뇌 면역 항상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는 신경퇴행성질환의 병인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과 알츠하이머병과의 관계에 대해서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새로 제시되고 있는 증거들은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이 장 투과성과 혈관-뇌장벽을 교란시키고 방해하는 지질다당류와 아밀로이드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내 미생물총은 산화 스트레스, 신경 염증, 베타 아밀로이드의 형성, 인슐린 저항성 및 궁극적으로 신경세포의 사멸의 원인과 같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총의 불균형으로 인한 염증반응과 함께 잘못된 식습관과 노화는 알츠하이머병의 병인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식이, 프로바이오틱스 및 분변 미생물 이식을 통한 장내 미생물총의 조절은 알츠하이머병의 잠재적인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출처: Crosstalk between Gut and Brain in Alzheimer’s Disease: The Role of Gut Microbiota Modulation Strategies. Nutrients 2021;13:690. https://doi.org/10.3390/nu13020690.

장에 사는 미생물이 도대체 어떻게 뇌에서 그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과 뇌에 연결 축이 있다는 것도 10년 전엔 가설 수준이었지만, 최근 자폐ㆍ파킨슨병ㆍ조현병 등 뇌 질환과 미생물 연관성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구체적으로 미생물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뇌 질환이 장 또는 장내 미생물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만한 증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폐ㆍ파킨슨병ㆍ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변비나 설사와 같은 고질적인 장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이런 장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세균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뇌 질환이 일시적으로나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가설에 머물던 장과 뇌의 연결점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 해독 기술이 도입된 지난 10년간 집중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장내 미생물과 뇌 질환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의 전체가 완전히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우리 면역계이다. 미생물이 장에 있는 면역세포를 조절하고 그 결과로 뇌에 이상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2023년 사람의 장내 세균 구성과 알츠하이머병 위험 사이에 강력한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바는 식단 조절 등을 통한 장내 세균 변화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UNLV) 징충 천 교수팀은 2023년 5월 12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장내 세균과 뇌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 수십편을 메타 분석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세균 그룹 10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내 미생물과 뇌의 건강이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지 출처: 한겨레]

아들러크루치아ㆍ유박테리움 노다툼 그룹ㆍ아이젠베르기엘라ㆍ유박테리움 피시카테나 그룹ㆍ고르도니박터ㆍ프레보텔라9 등 6종의 박테리아는 알츠하이머 보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콜린셀라ㆍ박테로이데스ㆍ라크노스피라ㆍ베일로넬라 등 4종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요인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박테리아의 주요 범주는 밝혀졌지만, 어떤 특정 박테리아 종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이나 촉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바이오틱스와 식단 조절을 통한 장내 미생물 변화가 면역체계, 염증, 뇌 기능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며 약물이나 생활습관 변화 등 개별 환자의 유전적 구성에 맞는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바이오틱(Probiotic)은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살아있는 균으 우리 몸에 유익을 주는 균(菌)을 말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은 유산균이다. 


프로바이오틱인 유산균과 그  이로운 세균들은 몸 안의 위산과 담즙산에서 살아남아서 소장까지 도달하여 장에서 증식하고 정착한다. 정착한 장 안에서 건강에 이로운 효과를 나타내며,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은 독성이 없고 비병원성이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 보충제는 동물과 사람 모두의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의 개선과 관련이 있다.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 및 유산균(Lactobacillus)을 1~2개월 동안 보충하면 불안ㆍ우울증ㆍ자폐증ㆍ강박 장애(OCD) 및 기억력을 낮추는 15개의 연구에서 나타났다.


우울증과 장 속 미생물과의 관계


그렇다면 마음의 감기라는 우울증은 미생물과 관련이 있을까? 


우울증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몸속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지게 되면서 우울감이 들기 시작하고, 장기간 지속될 때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세로토닌 호르몬의 90%는 위에서 생산된다.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우울증 기전이 밝혀지고 있지만,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은 일본 규슈 대학 연구진의 연구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연구진은 아무런 미생물과 접촉하지 않은 '무균(Germ-free)' 쥐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정상적인 쥐보다 두 배가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했다고 밝혔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두 쥐는 체내 미생물의 유무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점이 없었기에, 연구진은 미생물이 스트레스 반응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규슈 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미생물을 이용한 약물치료의 가능성을 제기한 첫 연구이기도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을 통해 우리가 "감정 미생물" 혹은 "정신 생물학"을 개발해 정신 건강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뇌 관련 질환 또는 정신 질환 등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운동ㆍ식사 조절ㆍ건강한 수면 패턴ㆍ명상 등이다. 여기에 식사 조절에 포함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생물에 좋은 먹이가 되는 유산균ㆍ된장ㆍ천연식초ㆍ김치 등과 같은 발효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더불어 항산화 성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규칙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게 좋다.

미생물에 좋은 먹이가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은 뇌와 우리 몸 그리고 마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지 출처: 구글]

반면 항생제 남용은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로 따라 바뀐 미생물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쥐 실험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지만, 항생제는 무차별적으로 장내 세균을 죽인다. 물론 이때 죽은 세균은 다른 세균으로 대체되지만, 이 과정에서 수백 종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크게 바뀌게 된다. 그 결과 생쥐는 살이 찔 가능성이 커진다. 


가축도 예외는 아니어서 적은 양의 항생제를 지속해 먹인 소와 돼지는 안 먹인 동물에 견줘 15%까지 몸무게가 늘어났다. 즉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니,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의 사육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다(현재는 항생제 내성 발생을 막으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국가들에서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면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는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동물도 이런데 사람은 어떨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열량만 높고, 각종 첨가물에 영양이 불균형하고, 식이섬유가 부족한 식단이 지속되면 미생물 생태계가 균형을 잃고 살이 찌기 시작한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식단이라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이들 미생물이 선호하는 발효식품 외에도 식이섬유를 소화해 몸 건강에 이로운 지방산을 만들기도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녹색잎 채소, 해조류, 고구마, 사과, 콩류, 아마씨 등의 식품을 골고루 섭취하면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치매 발병률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 성분은 대사과정에서 알데하이드라는 독성을 만들며, 담배는 혈액순환을 둔화시켜 혈관을 좁게 만들고 일산화탄소 등의 독성을 만든다. 다시 강조하지만 건강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해 몸과 뇌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면 규칙적인 운동, 유산균과 항산화 성분 그리고 식이 섬유가 풍부한 식단, 건강한 수면이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원문: [건강 레시피] 장속 미생물 건강과 정신 건강의 놀라운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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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참고: <장내 미생물총과 알츠하이머병> - 대한치매학회, 2022.1.19
참고: <장내 미생물은 저 멀리 뇌에도 영향 미친다> 한겨레, 2019.4.19
참고: <“장내 미생물,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에도 영향 미친다”> 사이언스타임즈, 2023.5.12
참고: <프로바이오틱스> - 위키백과
참고: <우울증 원인: 몸에 사는 미생물?> BBC NEWS 코리아, 2018.4.29
참고: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가바사와 시온 지음 | 오시연 옮김 | 쌤앤파커스(2019)


By 푸샵 이종구: <남자들의 몸 만들기, 2004> 저자
·자격사항: 개인/임상/재활 운동사, 미국체력관리학회 공인 퍼스널 트레이너(NSCA-CPT), NSCA-스포츠영양코치, 국가공인 생활스포츠지도사2급, 퍼스널 트레이너2급, 웃음치료사2급, 바디테크닉 수료
·사이트&SNS: http://푸샵.com페이스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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